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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과 함께하는 수원의 전통시장 -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정조대왕과 함께하는 수원의 전통시장   -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정겸 2017년 09월 01일 금요일
         
 

 

편지 쓰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그래서 그런지 팔달문 재래시장 입구에 서 있는 우체통은 왠지 낯익고 정겹다. 이곳의 우체통은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으며 하소연을 들어 주었을까? 그리고 그가 맛 본 기쁨과 슬픔은 어떠했을까? 편지 속에 숨겨진 사랑과 이별의 감도는 어떠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디선가 구수한 장타령이 흘러나오고 발길은 자연스럽게 흥겨움으로 가득한 장터 쪽으로 옮겨진다.

나는 마음이 그렁그렁할 때, 그리고 원고청탁을 받고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영화동의 거북시장부터 화서시장, 서문시장, 구매탄시장 등 안 가본 시장이 없다. 수원의 재래시장은 크고 작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약 22개소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시장은 팔달문과 수원천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지동시장과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 영동시장, 팔달문시장을 꼽을 수 있다.

조선시대 후기 근대화의 발원지인 수원 화성과 효(孝)의 상징인 행궁을 관람한 후 이들 시장을 돌아다니며 눈과 입 등 오감(五感)을 즐기는 사이, 시간과 세월은 어느새 정지선에서 멈추어 있다. 그것은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의 풍속과 농경문화를 연상하게 하는 소소한 물건들이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 5일장에서나 볼 수 있는 뻥튀기 아저씨의 넉넉한 미소, 호미와 낫, 재래식 숫돌, 쇠스랑, 네기, 돌절구, 쟁기 보습, 대나무 갈퀴, 항아리, 볏짚을 꽈서 만든 새끼뭉치, 맷돌, 연탄집개 등이 지금도 상존해 있어 반세기 전 우리나라 농촌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동시장은 출입구에 설치한 수원 화성을 상징화한 조형물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장 안은 축산물직매장과 생선가게들이 즐비하다. 그래서인지 어묵과 순대는 각종 언론매체에서 맛집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수원은 물론 외지의 맛집 헌터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고추골목으로 소문난 미나리광 시장은 입구의 청개구리 캐릭터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시장의 별칭답게 질 좋은 고추를 직접구입 즉석에서 방아를 찧어주고 추억의 도넛과 꽈배기가 입맛을 돋우고 있다. 인근의 못골시장은 노릿하게 익어가는 녹두빈대떡과 호떡, 만두, 가정식 반찬가게, 그리고 한약재가 오고가는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시킨다.

수원천 건너의 영동시장은 유명 의류와 생활 용품 등이 특성화 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재래시장 일부를 개조,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28청춘 청년 몰’을 개장하여 젊은이들의 콘셉트에 맞는 음식과 관광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수원의 역사를 한 몸에 안고 있는 팔달문시장은 정조대왕이 만들었기에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불취무귀(不醉無歸) 조각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불취무귀란 “취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못한다.”라는 뜻으로 화성 축성 담당자들을 격려하는 연회자리에서 정조대왕이 부른 건배사이다. 모든 백성들이 술을 마음껏 마시고 풍족한 삶과 흥이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격의 없는 소통정신을 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팔달문 인근의 다섯 개 시장은 어쩌면 시장과 시장이 연접된 거대한 하나의 상권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서로가 과다한 경쟁 없이 오순도순 지내며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그동안 수원시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와 각 시장마다 판매 상품을 특성화 한 것이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문학도시 수원시답게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 상거래문화에 접목시킴으로써 ‘못골줌마 불평합창단과 밴드, 자체 방송국을 운영 라디오스타를 배출하기도 했다.

재래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시장의 기운은 항상 다이내믹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냄새와 인생철학이 상점 갈피마다 고스란히 숨어 있다. 아직도 재래시장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빨강색 우체통안의 편지처럼 지나간 세월의 아름다운 사랑과 사연을 가슴속 깊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상큼한 계절 가을,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재래시장을 찾아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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