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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쿠시의 다이어트 조각 - 최경자 화가, 문화칼럼니스트

브란쿠시의 다이어트 조각 - 최경자 화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경자 2017년 03월 17일 금요일
         
 
▲ 브란쿠시, 공간속의 새, 1932~1940년, 브론즈 높이 151.7cm,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노골적인 구호나 흥분제 같은 미술품들이 고급 미술관에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것. 버릴 수 없는 미술의 역사이다. 그러나 그 왕성한 흡입력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읽어내야 하는 것이 미술인들의 역할이다. 요즘 음악이고 미술이고 힘을 빼고 말하듯 하라고한다. 강요하는 예술. 이제는 싫증이 난 게다. 브란쿠시의 조각에서 숨어있는 군살빼기묘수 찾기는 어떤가. 버려서 가벼워지는 출발점이란 생각이 든다.

브란쿠시는 루마니아 태생의 양치기 소년이었다. 자연에서 순수한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소년은 미술수업을 위해 뮌헨에서 파리까지 걸어간 의지의 작가로 성장했다. 로댕 밑에서 잠시 조각을 배웠으나, 웅장하고 부풀려지고 덧붙이기만 끊임없이 반복하는 작업에 염증을 느꼈고, 그는 새로운 길을 걸었다. 그의 조각은 민속 예술과 아프리카 예술, 그리고 모더니즘으로의 전환이 결부된 군살빼기에서 시작된 다이어트 조각이라고 불리 운다.

브란쿠시의 작품 ‘공간 속의 새’는 위쪽은 볼록하고 아래쪽은 잘록한 아라비아숫자 1의 모습이다. 반질반질한 브론즈 표면은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형상이다. 다이어트 조각의 간소함이 극치를 보여준다. 재료 그 자체에서 고유한 진실을 파악하려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공감을 얻어내는 조각이다. 탐욕과 욕심에서 순수함으로 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그의 작품 ‘입맞춤’ ‘젊은이의 흉상’ 등에서 보여주는 ‘간소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는 일부러 간략하게 만들진 않는다. 아무리 복잡한 사물도 참뜻에 다가가보면 의외로 간소하더라”라는 그의 말은 그가 일생 추구했던 ‘간소함’으로의 노력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브란쿠시는 생애 후반 40여년을 파리의 아틀리에서만 기거했다. 그리고 그를 ‘본질과 실존의 기적적인 종합’을 작품으로 남긴 작가로 후대는 기억한다. 순수한 창작을 가능하게 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작업을 해나간 브란쿠시.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그의 간결함을 능가한 조각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세상은 물질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탐욕으로 가득하다. 권력을 향해 핏대 세우는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은 그의 작품을 대하는 마음은 과연 어떨까.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최경자 화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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