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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축만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

수원 축만제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등재

백성을 위한 정조의 사랑 고스란히…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세계인이 반하다

이관주 기자 leekj5@kyeonggi.com 노출승인 2016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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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시대 수원 축만제와 항미정의 모습
정조 시대에 축조돼 지금은 ‘서호’라는 이름으로 수원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축만제(祝萬堤)’가 국내 최초로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선정 ‘세계관개시설물 유산(Heritage Irrigation Structures)’에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정조의 ‘애민정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모두 함축된 축만제의 역사적, 사회적 의의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수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이 된 축만제의 가치와 세계유산으로 등재까지의 뒷이야기를 짚어본다.

■ 역사적ㆍ문화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축만제’
축만제는 1799년(정조 23년) 수원화성을 축조할 당시 함께 만들어졌다. 정조는 화성을 축조하면서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호수를 조성했다. 현재 서호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축만제는 화성을 기준으로 서쪽 여기산 아래에 축조됐다. 

북쪽에는 현재 만석공원으로 조성된 ‘만석거’(일왕저수지), 남쪽에는 사도세자 묘역 근처에 시설한 ‘만년제’가 조성됐다. 동쪽 호수는 수원시 지동에 위치했다고 하지만 현재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렇게 호수를 만든 데에는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정조의 ‘애민정신’이 담겨 있다. 정조는 수원화성 공사를 진행하다가도 흉년이 들자 공사를 멈추고 백성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하도록 했다. 축만제의 설치에도 이 같은 정조의 마음이 담겨 있다. 

가뭄이 들었을 때 저수지 물을 활용해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구휼 대책을 펼치고, 화성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혜택을 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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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축만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화성 조성을 통해 신도시를 만들려 한 정조는 축만제 일대에 ‘둔전’을 설치하고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 식량은 백성들뿐 아니라 화성을 지키는 군사들의 식량으로, 또 성을 지키는 재원으로 활용했다. 요즘 말로 하면 ‘베드타운(Bedtown)’이 아닌 ‘자족도시’를 기획한 것이다.

여기에 1831년(순조 31년) 화성유수 박기수에 의해 세워진 ‘항미정’은 축만제를 단순한 저수지에서 벗어나 전통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수원팔경으로 꼽히는 ‘서호낙조’를 항미정에서 바라보면서 우리네 조상들은 시조를 읊으며 풍류를 논했다. 

 

한반도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1908년 융건릉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차를 타고 서호 임시 정거장에 도착해 항미정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간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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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축만제 일대는 얼마전까지 농촌진흥청 등이 자리했던 농업의 중심지이자 수원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수현 수원시 학예연구사는 “축만제는 아버지에 대한 효심은 물론 민생안정을 위한 노력과 혁신적인 신도시 아이디어, 시대를 거치면서도 명맥을 유지하는 등 수많은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며 “우리 주변에 살아 있는 역사교과서이자 배움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유산 등재까지 6개월간 숨은 노력…축만제 가치를 인정받다
지난 1950년에 설립된 ICID는 관개ㆍ배수ㆍ홍수조절ㆍ환경보존 등을 다루는 비영리 국제기구다. UN경제사회이사회, UN식량농업기구(FAO), 유네스코(UNESCO) 등의 자문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2년부터 사단법인 한국관개배수학회가 한국지부로 활동하고 있다.

ICID가 선정하는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은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만 등재될 수 있다. 이번 등재도 전 세계에서 48개소가 신청하였으나, 불과 9개소만 등재되었을 뿐이다. 

등재 요건은 100년 이상된 관개시설물로, 농업 발전에 공헌했거나 탁월한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되는 등 역사적, 기술적, 사회적으로 가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난 2012년에 제정돼 2014년부터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매년 등재가 이뤄졌으나, 우리나라 관개시설은 단 한 번도 등재된 적이 없었다.

이번 축만제의 세계유산 등재에는 숨은 노력들이 함께했다. 국내 관개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한국관개배수학회는 지난 5월 말 수원시에 축만제의 등재 도전을 타진했다. 

축만제가 가진 역사성과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정조의 농업정책과 수리시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한 수원시의 노력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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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현지시간) 태국 치앙마에서 열린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집행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 측 대표들이 축만제의 세계관개시설물 유산 인증패를 받고 있다. 수원시 제공
6월 한 달간 시는 축만제의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화성성역의궤 등 고서 기록은 물론 일제강점기 시절 자료까지 확보에 나섰다. 그리고 7월 ICID에 정식으로 축만제의 세계관개시설물 등재를 상정했다.

ICID는 축만제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심사했다. ICID는 9개의 선정 기준을 두고 1개 이상만 만족해도 세계관개시설물로 선정한다.

 

그 하나하나의 기준은 무척 높다. 뛰어난 역사적 가치를 비롯해 농업 문화 발전에 대한 기여도, 디자인과 건축기술의 혁신성 등을 갖춰야만 한다. 그런데 축만제는 이 가운데 3개의 기준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만제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낸 노력의 산물이었다.

마침내 축만제는 지난 8일 ICID 집행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중국, 일본, 파키스탄, 스리랑카, 태국에 이어 세계 6번째 보유국이 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세계적인 기구로부터 축만제의 가치를 인정받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등재가 축만제를 세계에 홍보하고 수원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알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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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관주 기자 leekj5@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