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한 아버지 모시며 결혼도 안하고 살아온 효자였는데…" - (수원 등산객 태운 관광버스 고속도로 전복사고 안타까운 사연)
수원 등산객 태운 관광버스 고속도로 전복사고 안타까운 사연
▲ 7일 오전 수원시 한 장례식장에서 경부고속도로 버스 전복 사고의 유가족이 사망자의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
6일 경부고속도로 대전 회덕분기점에서 관광버스가 넘어지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넋을 잃었다가 하루가 지난 7일이 되서야 밀려오는 슬픔을 감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숨진 고모(59)씨의 동생 월필(54)씨는 갑자기 닥친 믿지못할 현실에 말을 잇지 못했다. 7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에서 만난 월필씨는 팍팍한 삶을 살다간 형에 대한 연민을 토로했다.
월필씨는 “형이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한 구순의 아버지(90)를 모시며 독신으로 살아왔다. 부모님 부양을 위해 결혼도 하지 않고 살아온 효자였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숨진 고씨는 경기도립국악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시설 설비 일을 하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씨의 유일한 취미는 등산으로, 수원S산악회의 정회원이 아님에도 사고당일 대덕산행에 동참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팀을 구성해 참가한 다른 회원들과 달리 홀로 참석한 고씨는 사고 후 휴대전화기 마저 파손돼 신원 파악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월필씨는 “4명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우리 형은 아니겠지’라고 위안 했다. 웬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대전에 내려가던 중 형이 사망자 명단에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형이 불쌍해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형은 음식점에서도 남기면 낭비라고 가족들을 나무랄 정도로 올바른 사람이었다”며 “검소하게 살아온 형의 삶을 받들어 장례도 간소하게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홍모(49·여)씨와 김모(51·여)씨의 유가족들의 슬픔도 다르지 않았다.
오산시 부산동 장례문화원의 홍씨 빈소에는 홍씨의 딸과 작은 아버지가 조문객들을 맞고 있었다. 큰딸 원모(25)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3달째 중국에서 공부 중인 작은딸(22)은 비보를 접하고 장례식장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 했다.
공인중개사로, 오산과 화성 지역에서 일하던 홍씨는 바쁜 일상은 잠시 벗어나기 위해 대덕산행에 동참했다가 화를 당했다. 홍씨는 얼굴이 심하게 다쳐 지난 6일 오후 8시가 되서야 신원이 확인됐다. 유가족들은 홍씨의 등산화를 보고서야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등산화는 며칠 전 홍씨의 오빠가 선물로 사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의 작은 아버지 세표(67)씨는 “수원시, 버스회사, 공제조합 등이 ‘보여주기식’ 사고처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억울하게 죽은 조카의 슬픔을 애도했다.
옆 빈소에서는 아내 김씨를 잃은 권병설(53)씨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아내를 배웅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애석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편 전국전세버스공제조합 경기지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 보험 약관 등을 근거로 법적 한도 내에서 유가족들에게 손해배상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주철·안원경기자/jc38@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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