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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나라 칸(사진, 활동)/-전시회촬영: 미술단체,작가,전시작품및장소 게재

“하찮게 버려지는 존재의 소중함·가능성 표현” - 김상미 작가에게‘가내수공업’전 의미에 대해 듣다 - 수원 대안공간 눈 전시장

“하찮게 버려지는 존재의 소중함·가능성 표현” - 김상미 작가에게‘가내수공업’전 의미에 대해 듣다 - 수원 대안공간 눈 전시장

민경화 기자  |  mk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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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18일  21:13:15   전자신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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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려던 멸치가 나 같았다”
멸치 비늘 벗겨 하나씩 이어붙여
천 만드는 작업에 감정 녹여내

티베트 ‘타르초’ 모티브 삼아
개개인의 소망 담은 작품 완성


늦은 장맛비가 내렸던 지난 16일 대안공간눈 전시장에 들어서니 습기를 머금은 멸치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이어 고개를 드니 전시장 전체를 압도하는 금빛 물결이 눈을 사로잡는다. 형형색색의 끈에 줄지어 메달린 금색 천은 다름 아닌 멸치 비늘로 만든 것. 이색적인 소재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김상미 작가의 ‘가내수공업’ 전시 이야기다.

기존의 물감으로 만들 수 없는 금빛을 표현하기 위해 멸치를 사용했을거라 짐작했지만 김상미 작가의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국물을 내고 버리려던 멸치가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려진 멸치에 자신을 투영한 김상미 작가는 그때부터 멸치 비늘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다. 멸치를 펼쳐 비늘을 벗긴 뒤 접착제로 하나하나 이어붙여 천을 완성한다. 이후 원하는 모양대로 재단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김상미 작가의 작업은 전시 제목 그대로 ‘가내수공업’이다.

작은 멸치 비늘을 벗겨내는 일이 보통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 아닐 터. 비늘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소재를 고려해 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멸치’여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하찮게 버려지는 존재의 소중함과 가능성을 담고 싶었기에 멸치 말고는 다른 재료를 생각한 적이 없다”라며 “작은 멸치 비늘이 천이 되고, 최종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며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미움과 분노, 사랑까지 여러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김상미 작가는 멸치 비늘을 이어붙이는 작업에 그 감정들을 담아낸다. “처음엔 비늘 천으로 무기 같은 무서운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의 증오나 미움과 같은 감정이 점점 가라앉아 꽃으로 표현됐고, 최종적으로 작은 천들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전시는 줄을 타고 색색의 깃발이 이어져 있는 티베트의 타르초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깃발 대신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비늘로 만든 천이 걸려있는데, 물고기 모양을 비롯해 거울, 미로 등 각각의 사연이 담긴 천을 찾는 것도 전시를 보는 또하나의 재미다.

그는 “이전 작업이 제 감정을 중심으로 만든 결과물이었다면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 개개인의 감정을 각각의 천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타르초의 천은 바람을 타고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시된 각각의 천은 개인의 소망을 담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상미 작가는 “지금 걸려있는 천은 이후에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될 것이다. 따라서 전시를 통해 자신이 가치있고 소중한 사람이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상미 작가의 ‘가내수공업’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수원 대안공간눈에서 이어진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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