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천의현 mypdya@joongboo.com 2016년 07월 20일 수요일
경기도의회 더민주, 수정안 공개…통폐합 대상 9곳서 5곳 축소
엉뚱한 기관끼리 짝짓기에 道 "당초 구조조정 취지 실종"
경기도가 예산 5억5천만 원을 들여 추진해온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안이 결국 ‘누더기’가 되버렸다.
공공기관 통폐합은 지방정부의 행정행위인데도, 지방의원들이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당초 9곳에 달했던 통폐합 또는 폐지 대상기관 숫자가 사실상 5곳으로 줄었고,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식의 엉뚱한 기관 짝짓기가 이루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단은 1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등 통·폐합 대상기관 선정 결정안’을 공개했다.
결정안에 포함돼 있는 ‘더불어민주당 잠정합의안’에는 도의회 더민주의 도(道)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구상이 담겨져 있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24곳 중 5곳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19곳으로 축소하는 것이 잠정합의안의 핵심이다.
도의회 더민주는 폐지 또는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됐던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테크노파크 2개 기관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 영어마을과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됐던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은 독립기관으로 그대로 존치시키는 대신 덩치가 훨씬 큰 영어마을을 규모가 작은 평생교육진흥원에 통합시키는 새로운 안을 만들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야당 몫 부지사가 원장 추천 권한을 갖고 있는 산하기관 중 한 곳으로, 현재 원장은 더민주 출신의 전직 도의원이다.
도의회 더민주 한 관계자는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가 합의한 7개 기관 통폐합을 검토해 새로운 수정안을 마련했다”면서 “당내 TF 의견과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사실상 최종안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도의회 더민주는 이달 말까지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다음달 초에 새누리당과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도의회 새누리당은 평택항만공사를 경기도시공사에 통폐합시키는 안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의회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을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시킨 이유를 모르겠다”면서도 “경기도시공사와 경기평택항만공사를 합칠 경우 조직이 너무 방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도의회 더민주와 새누리당 양쪽 모두 전문컨설팅사가 제시한 최초안(24개→13개로 축소), 도의원 4명이 포함된 추진협의회가 합의한 수정안(24개→17개로 축소)과는 전혀 다른 제3의 안을 들고 나옴에 따라 경기도의 계획은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아예 문을 닫거나 다른 기관에 흡수 대상으로 분류됐던 좀비기관 2곳 중 1곳이 사실상 기사회생하게 됐고, 추가로 1곳 이상이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까지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안이 4개월 만에 뒤죽박죽, 만신창이가 됐다”면서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반대하더니 결국 당초 구조조정의 취지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기도 관계자는 “방만 운영, 기능 중복 등을 이유로 절반 가량을 통폐합하기로 했지만, 정치인들이 규모를 점점 줄여 결국 용두사미가 돼버렸다”면서 “통폐합 취지와 달리 힘이 없거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은 기관만 애꿎게 희생양이 될 판“이라고 개탄했다.
천의현·이복진기자/mypdy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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