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수원특례시의 종합/*염태영( 前 수원특례시장

염태영, 업그레이드 된 'Mr. Toilet'

염태영, 업그레이드 된 'Mr. Toilet'

동규 dk7fly@joongboo.com 2016년 06월 27일 월요일
 
생과사의 인연.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아름다운 공존(共存)… 얼마 전 방문한 캄보디아는 잔잔한 ‘울림’을 줬다.

2016년 5월 30일∼ 6월 1일의 캄보디아. 무더웠다. 섭씨 40도는 예사였다. 염태영 수원시장 일행은 이 기간 시엠립을 방문했다. 세계화장실협회 국제교류 일환이었다. 캄보디아에 지원·설치한 화장실 관련 일정이 잇따랐다. 세계화장실협회 총회, 공중화장실 준공식 등이 그것이다.

지근(至近)서 본 염 시장의 일정은 살인적이었다. 매일 새벽 회의가 이어졌다. 오전 공식 일정 후엔 기(旣) 설치한 화장실의 현지점검이 계속됐다. 벌겋게 익은 얼굴은 살인적 일정의 부산(副産)이었다.

염 시장의 화장실 행보는 시장직무를 넘어선 ‘무엇’이 있었다. 현지 간담회에서 본 그는 시민단체의 일원으로 느껴졌다. 그에게 화장실은 일종의 성소(聖所)였다. 기억 저편 인연과의 가교(架橋)이기도 했다.

염 시장에게 화장실은 특별하다. 특별함의 중심에 미스터 토일렛(Mr. Toilet),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있다. 지금의 세계화장실협회(WTA)의 전신(前身)은 한국화장실협회(KTA)다. 심 전 시장은 1999년 KTA를 창립했다. 초대회장을 지냈다. 국회의원이 된 후 KTA를 WTA로 발전 시켰다. 역시 초대회장(2007년)을 역임했다.

2008년 9월 심 전 시장의 암 투병 사실이 세상에 공개됐다. 4개월 후(2009년 1월 14일) 그는 생을 마감했다. 1년 8개월 전(2007년 5월) 심 전 시장은 전림선 암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WTA 기반을 다지던 시기였다. 이 기간 투병사실을 숨기고 많은 일을 했다. WTA 창립총회를 열었다. 첫 이사회를 개최했다. 변기모양의 집(해우재)을 건립했다. ‘제1회 세계화장실의 날’을 선포했다.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 후에도 화장실 행보는 눈 감는날까지 이어졌다.

“생명을 바쳐,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겁니다.” 심 전시장의 사망 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 내용이다. 이 말은 2016년 캄보디아에서 염 시장의 입을 통해 회자(膾炙)됐다.

염 시장은 심 전 시장 사망 후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염 시장의 위원장직은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논란이었다. 시장 출마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족이 원한다”는 해명은 논란을 잠재웠다.

장례식 직후 염 시장이 남긴 말은 화장실의 특별함을 대변(代辯)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신(심재덕)은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 보급에 마지막 열정을 쏟으셨습니다. 수원시장 시절 시작했던 ‘아름다운 화장실’ 조성사업은 전국적 붐을 이뤘습니다. 새로운 한류(韓流)가 돼 한국을 새로운 화장실문화의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위생시설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를 돕기위해 세계화장실 협회를 출범시킨 결과입니다. 극심한 투병 중에도 몸을 사리지 않으셨습니다.” 염 시장은 ‘심 전 시장은 화장실문화 혁신의 전설’ 이라며 ‘그의 화장실에 대한 열정을 기리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2014년 염 시장은 제3대 WTA회장으로 취임했다. 13개국 23개소의 공중화장실을 건축했다. 전설이 된 화장실문화 혁신이 현재 진행형으로 바뀐 셈이다. 20년전 수원천 복개문제로 의기투합한 2명의 전현직 시장. 이들에게 화장실은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중요한 매개(媒介)가 됐다.

2016년 캄보디아서도 이들은 공존했다. 심 전 시장 타계 전 빈곤국에 처음 공중화장실을 건립한 곳이 캄보디아(프롬팬) 였다. WTA 세계화의 첫삽을 뜬 곳이자. 화장실이 인류의 ‘성소’임을 공표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서 열린 총회에서 염 시장은 세계 유일 변소 관광상품인 ‘해우재’를 소개했다. 화장실 혁신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화장실 혁명의 중심에 ‘수원’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화장실이 생명(Toilet is Life)’ 임을 외쳤다. 심 전시장이 ‘오버랩’ 되기에 충분했다.

염 시장은 캄보디아서 식사시간 등을 빌어 심 전 시장의 화장실에 대한 열정을 증언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은 ‘울림’을 줬다. 화장실 혁명에 있어 염태영은 심재덕이고, 심재덕은 염태영이었다.

염 시장에게 화장실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비움’이라 했다. ‘채우면 비워내야 한다’ 했다. ‘사회혼탁은 비우지 않음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염태영은 업그레이든 된 ‘미스터 토일렛’이었다. 세계 화장실 역사를 완성하고 있었다. 생과 사의 인연은 써내려 가는 역사의 원동력이었다.

동규 사회부장/dk7fly@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http://www.joongbo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