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정치 사회의 칸 ==../*수원乙(백혜련,한규택,유문종,김호진,김 식

"친인척 보좌진, 월급상납, 열정페이 - 국회의원 '갑질' 방지 법안 내겠다" [인터뷰]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친인척 보좌진, 월급상납, 열정페이 - 국회의원 '갑질' 방지 법안 내겠다" [인터뷰]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16.04.26 20:32l최종 업데이트 16.04.26 20:32l




기사 관련 사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의정활동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법안으로 "국회의원의 '갑질'을 막을 법안"을 꼽았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검찰이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점은 없었는지, 검찰의 기준과 상황판단이 시대흐름에 너무 뒤쳐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 점은 없었는지, 사건을 처리하는 절차상 공정성의 문제는 없었는지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경기도 수원을)는 지난 2011년 11월 "다른 곳에서 당당한 법조인으로 바로 서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사직의 변'을 남기고 검찰 옷을 벗었다. 검찰조직과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백 당선자의 글은 당시 청탁을 받으며 고가의 명품과 고급외제차량을 받은 소위 '벤츠검사' 사건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기치를 들고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경기도 안산에 출마했지만, 야권연대 과정에서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또 지난 2014년 수원을 지역 재보궐 선거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그는 결국 세 번째 도전만에, 현역의원인 김상민 새누리당 후보를 여유있게 제치며 마침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백 당선자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4년 전 처음 정치에 도전했을 때와 비교해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때는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국민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4년의 실패가 아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앞서 백 당선자는 당선사례 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라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인용했다. 백 당선자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낸 말"이라며 "죄 지은 사람을 벌하는 것만이 정의가 아니다.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도 정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백 당선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선거 임박해 지역에 온 다른 후보들, 부담 없었다"

기사 관련 사진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후보(경기 수원을)가 당선이 확실해지자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지난 2012년 처음 출마를 선언했을 때는 본선을 뛰지 못했다. 이후 재보궐 선거에서 낙선했고, 세번째 출사표를 던져 당선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만약 처음 안산에 출마했을 때 바로 당선이 됐다면, 놓치는 게 많았을 것 같다. 4년 동안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나니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 4년 동안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그때는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만을 생각했다. 검찰개혁은 정치를 통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다. 정치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불신과 혐오가 있었다. 정치를 하겠다고 발을 들여놨지만,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오로지 검찰개혁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지난 4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깨달았다. 국민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의 대한 불신과 혐오는 오히려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도구가 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지난 4년의 실패가 아쉽지 않다.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 지난해 재보궐 선거 당시에 지역구를 안산에서 수원으로 옮기면서 '낙하산 공천'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 오해가 많았다. 나는 원래 수원 사람이다. 처음 안산을 선택했던 것은 당에서 전략공천 했기 때문이다. 그 전부터 수원에서 살고 있었고, 남편도 수원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있었다. 딸도 수원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지난 재보궐 선거 때 수원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상대 후보가 '낙하산 공천'이라고 하는데, 제대로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당시 출마한 후보 가운데 가장 연고가 있는 후보였다."

- 그런 지역 기반이 이번 선거운동에서 도움이 됐나?
"수원에 와서 지난 2년 동안 주민들과 소통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지역 현안을 잘 풀어낼 자신이 있었다. 다른 후보들은 선거에 임박해 지역에 온 분들이다. 그래서 재보궐 선거 때보다 힘들지 않았고, 부담도 덜 했다."

- 당선사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했다. 이 문구를 인용한 이유가 있나?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낸 말이라고 생각한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이 세 가지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층 간의 사다리가 완전히 막혀 있다. 기회와 과정과 결과에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갑질 해소, 국회의원부터 시작해야"

기사 관련 사진
  백혜련 당선자는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선거를 전후해 정치인들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게 정치불신이 커진 이유"라며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당선자는 '정의로운 검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검찰개혁과 같은 사법정의에 관한 역할을 계획하고 있나?
"당연한 얘기다. 그것이 처음 정치를 시작한 동기였다. 계속 가져가야 한다. 검찰이나 사법부는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보루같은 곳이다. 그런 곳이 신뢰받지 못한다면 국가적인 문제다. 어느 상임위원회를 가게 되든 간에 검찰개혁에 역할을 할 생각이다. 다행히 더민주에 검찰 출신, 민변 변호사 출신이 다수 당선 됐기 때문에 검찰개혁도 더욱 힘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또 야권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같은 인식을 하는 분들과 힘을 모아야 한다."

- 검찰개혁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우선 검찰개혁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검찰개혁이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먼저 논의해야 개혁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여당과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 내용을 객관적으로 보면, 형평성에서 전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쪽에 치우쳐 있다. 기소여부를 떠나 수사 시기와 방식에 형평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이 부분을 정치권에서 먼저 논의해야 한다. "

- 국회 의정활동에서 가장 먼저 추진 할 1호 법안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나?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게 있다. 국회의원의 '갑질'을 막을 법안을 내겠다. 우리 사회에 '갑질문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형성돼 있는데, 여기에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다른 곳에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국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 월급상납, 인턴 열정페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내려고 한다."

- 하지만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요구에는 정치 혐오의 인식도 깔려 있는 듯하다. 세비 삭감이나 의원정수 축소와 같은 요구는 오히려 정치를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들게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국회의원이 평생 12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글이 지금도 유포되고 있는데, 이미 19대 때 법안으로 없앤 제도다. 그런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또 특권에 규제가 필요하지만 국회의원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보장돼야 한다. 그런 부분까지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 대표 선거 얘기 할 때가 아니다"

기사 관련 사진
  백혜련 당선자는 당선사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라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인용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과거 수원은 여야가 의석을 나눠 갖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더민주가 의석을 싹쓸이 했다. 당초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3자구도에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결과다. 승리의 요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국민들이 참을만큼 참았다는 걸 민심으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또 당에서 '경제가 문제'라는 점을 확실하게 끌고 간 것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원 지역은 우리 당 후보들이 인물면에서 다른 당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야권의 표가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니 '바꿔야 한다'라는 인식이 뚜렷했다. 그래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반면 호남에서는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완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심판의 성격은 '여당 심판'이다. 호남에서 여당은 더민주였다. 그동안 그만큼 잘못한 게 많았다는 얘기다. 아직도 반성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호남을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지역이다. 그 민심이 당장 더민주를 떠났다고 해서 다시는 안 돌아오는 게 아니다. 다시 잘 해나간다면 호남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

- 일부 언론에서 벌써 20대 국회의원들의 계파를 분류하고 있다. 이런 계파 분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계파는 정당 구조에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의견이 같을 수 없고, 의견이 같은 집단끼리 계파를 형성할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계파의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경우 생긴다. 대의를 위해서 계파의 이익을 미룰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우리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 당에 계파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계파라고 할만한 부류에 속해본 적이 없다. 

실제 여부를 떠나 이미 많은 국민들이 계파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토론을 할 때 이미 국민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행동해야 할 것이다."

- 총선이 끝난지 얼마 안됐지만, 당이 전당대회 개최와 당대표 선출 문제를 놓고 소란스럽다. 차기 당 대표 선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벌써부터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 지 걱정이다. 설령 출마의 생각이 있는 분들도 지금 당장 당 대표 선거 관련해 지금 이야기 해서는 안 된다."

-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다른 건 없다.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화두다. 선거를 전후해 정치인들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게 정치불신이 커진 이유다. 선거 때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다가 당선이 되면 위에서 군림하려 한다. 의원실이 생기면 책상에 '초심을 잃지 말자'라고 써붙여 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 죄 지은 사람을 벌하는 것만이 정의가 아니다. 정의는 사회 전반에 필요한 개념이다.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도 정의다. 또 지역 주민과 정말 소통 잘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다른 것 없다. 내 지역의 주민이 곧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