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정치 사회의 칸 ==../★★2024년 총선(수원특례시 종합적 성격

<포커스 4·13 르포> 최대격전지 '수원벨트'…팔달문시장에 가다

<포커스 4·13 르포> 최대격전지 '수원벨트'…팔달문시장에 가다

현재스코어 2대2…예상 밖 새누리당 강세(強勢)
"지지정당 없다"…정치에 질린 '무당파' 다수
총선도 젊은 세대에겐 '남 일'…상인들 "투표할 것"
"與野, 20대 땐 싸우지 말고 서로 배려하길"

ad

등록: 2016-04-12 06:00 

폰트
 
 

(수원=포커스뉴스) 전통시장은 선거철 정치인들이 반드시 찾는 '필수코스' 중 하나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부터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얼굴들까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 지역의 바닥민심을 가장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인의 시장방문은 '서민 중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단 장점이 있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층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앞 다퉈 시장으로 달려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자당 후보에 대한 총력유세를 펼치고 있는 여야 3당 김무성‧김종인‧안철수 대표 역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빼놓지 않고 시장에 들르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선거철을 맞아 달라진 '시장의 위상'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포커스뉴스>는 4‧13 총선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표심 향배를 알아보기 위해 약 1달여간 시장민심 르포 시리즈를 진행해왔다. 시리즈의 종착점은 바로 경기 수원.

사전투표 첫날이자 총선을 닷새 앞둔 지난 8일 <포커스뉴스>는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시장과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이번 4‧13 총선에 대한 수원시민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시민들은 평소 정치에 대해 품고 있던 생각과 지지정당, 투표계획 등을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들려줬다.

kakaotalk_20160411_112718201.jpg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시장. 2016.04.11 유수진 기자 ussu@focus.kr

 

 

◆ 현재 스코어 2대2…4‧13 총선에선 승패 갈려


경기 수원은 지역색이 옅기로 유명하다. 상대적으로 지지정당이 명확한 영‧호남과 달리 여야 후보에게 골고루 표를 나눠줘 선거 직전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 지역이기도 하다.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 4명(수원갑‧을‧병‧정)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각각 두 명씩 속해있다. 당초 지난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1명,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 3명이 지역주민의 선택을 받았지만 이후 2014년 7‧30 재보궐선거를 거치며 2대2 균형을 이루게 됐다.

수원 시민들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도 여야 대선주자들을 엇비슷하게 밀어준 바 있다.

수원 권선구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49.53%)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50.10%)가 거의 비슷한 지지를 받았으며, 가장 격차가 큰 영통구도 박 후보(45.28%)와 문 후보(54.39%)의 득표율 차이가 타 지역에 비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4‧13 총선에선 승자가 가려질 예정이다. 선거구 조정으로 수원 내 지역구가 4개에서 5개로 1개 늘어났기 때문. 이로써 수원은 갑‧을‧병‧정‧무 다섯 개의 지역구를 갖추게 됐으며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다섯 개 지역구 모두에 후보를 냈다.

kakaotalk_20160408_161354643.jpg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시장의 모습.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많지 않다. 2016.04.11 유수진 기자 ussu@focus.kr

◆ '팽팽'할 거란 예상 깬 여론…그 뒤엔 박 대통령

직접 수원에 가보니 종전의 선거결과와 달리 수원 유권자들의 표심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을 향해 기울어 있었다. 이날 만나본 시장 상인들 중 새누리당에 표를 주겠다는 유권자가 많았던 것. 특히 여당을 지지하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꼽는 사람이 여럿 눈에 띄었다.

리어카를 끌며 가방을 팔고 있는 이두순(70‧여)씨는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이라고 답했다. 이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니까 (새누리당도) 좋다"며 "그냥 새누리당이 좋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이 근처 사람들은 다 새누리당을 좋아한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그 이유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고 있으니까"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새누리당을 향한 표심으로 이어졌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유승숙(72‧여)씨는 선호하는 정당을 밝히길 꺼리다가 "난 1번을 찍으려고 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씨는 "하던 사람들이 잘 밀고 나가면 되겠지"라고 여당 선택 이유를 뒷받침했다. 박 대통령을 좋아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지 묻자 "그렇지. 좋다고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 없지만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새누리당에 표를 줄 거란 상인도 있었다.

15년째 신발가게를 하고 있는 문광철(59)씨는 "지지정당이 없다"면서도 "대통령의 당을 원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문씨는 "야당이 되던 여당이 되던 어느 정도 그룹이 형성돼야 (나라의) 살림살이가 잘 된다. 그래서 대통령이 있는 당을 지지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출신이니) 이번에는 여당"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이날 팔달문시장에서는 야당에 대한 반발이나 변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남일(74)씨는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을 찍어온 열렬 지지자였다.

박씨는 "난 1번(을 지지한다)"며 "여태까지 평생 난 1번이야"라고 했다.

그는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꼽았다. 박씨는 "야당은 (여당을) 씹기나 하고 협조를 하지 않는다"며 "서로 협조해서 잘 되게 해야 되는데 비틀기만 하고 그래서 (싫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20년 가까이 속옷가게를 하고 있다는 용희자(63‧여)씨도 여당 지지자였다. 용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당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그는 "편안하게 살고 싶어 여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용씨는 "젊은 사람들은 한 번 뒤바꿔보고 싶어 하니 안일한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라고 여당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kakaotalk_20160408_161358516.jpg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시장. 한 손님이 시장에서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2016.04.11 유수진 기자 ussu@focus.kr

◆ 정치권에 지친 시민들…지지정당 묻자 "없다"

이날 <포커스뉴스> 기자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매번 '지지하는 정당'을 물었다. 해당 질문에 가장 많이 돌아온 대답은 바로 "없다." 시장 상인들은 지지 정당 이름 대신 정치권에 품고 있는 불만들을 털어놓기 바빴다. 정치에 대한 실망이 무당파 증가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팔달문시장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최희송(50)씨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없어요. 난 무당파 할래"라며 손을 내저었다.

최씨는 "매스컴을 통해서만 (정치를) 보는데 가려진 부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자꾸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며 "신망이 높은 정치인도 또 다른 면을 보게 되면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하게 된다"고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난 서민층의 중도적인 입장"이라며 "지지하는 정당은 딱히 없다"고 덧붙였다.

15년째 신발가게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문광철(59)씨 역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씨가 정치권에 갖고 있는 불만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국회에서 주요사안을 결정할 때 당론을 정해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단속하는 모습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었다.

문씨는 "(국회의원을) 지역에서 국민들이 뽑아주는데 모든 결정이 당에 의해 하나로 통일된다"며 "개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제일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매장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이병길(60‧옷가게 운영)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난 정치하고 담을 쌓은 사람이다. 평하는 게 싫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끈질기게 이유를 물은 끝에 겨우 얻은 대답에선 정치권에 대한 체념이 묻어났다. 그는 "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해서 뭔가 변화가 이뤄지고 민의가 전달되면 하겠는데 그렇지 않지 않느냐"며 "얘기하기 싫다. 얘기하나마나"라고 했다.

이씨는 우리 사회를 바르게 이끌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어른스러운 행실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미래세대를 위한 커다란 청사진을 만들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눈앞의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힘을 갖고 있는 세력들이 제대로 (나라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쉽게 말하면 백년대계(百年大計). 국가적으로 좀 크게 봤으면 좋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민심을 제대로 반영 못한 것에 대한 평가를 해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가방을 판매하는 이두순(70)씨 역시 "국회의원들 싸움 좀 안했으면 좋겠어. 왜 이렇게 국회에서 싸우는거야"라며 "하도 싸워서 찍어주고 싶지도 않아. 너무 싸워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kakaotalk_20160411_112721321.jpg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시장. 손님들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6.04.11 유수진 기자 ussu@focus.kr

◆ 상인들 "그래도 투표는 꼭"…젊은 세대에게 정치는 '남 일'

이날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이번 4‧13 선거일에 꼭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경우에도 투표 의지는 동일했다. 가방을 판매하는 최희송(50)씨의 말처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투표권한이 있으니 반드시 한 표를 행사해야 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세대별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 열기에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이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예외인 듯 보였다. 중년 이상의 시장 상인들은 "당연히 투표하러 갈 예정"이라고 밝힌 반면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

특히 그중 일부는 "일하느라 바빠 투표장에 가지 못한다"고도 했다.

팔달문시장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대한(22)씨는 매우 피곤해보였다. 그에게 지지정당을 묻자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선거에 관심이 없다. (친구들도) 거의 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오는 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에도 출근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하러 가야 돼서 (투표장에) 못 간다. 바쁘다"며 직업상의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4‧13 총선일은 공휴일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민간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곳이 공기업과 일부 민간기업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씨와 함께 있던 황준희(22)씨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것.

황씨는 "평소 정치에 대해 몰라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지 정당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도 일하느라 바빠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라면서 "그 때(투표 당일) 시간이 나면 투표하러 가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대학원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김진원(26‧여)씨 역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투표하러 갈 건데 아직 어느 당을 지지할 지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대학원생이라 공부만 하고 있지 실질적으로 (정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남문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한 젊은 여성도 지지 정당과 관련, "없다"며 "그런 거(정치)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에게 정치는 그저 여의도에서 정치인들끼리 벌이는 '남 일'인 것처럼 보였다.

kakaotalk_20160408_161402787.jpg
경기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팔달문시장. 손님들이 시장을 오고가며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2016.04.11 유수진 기자 ussu@focus.kr

◆ 20대 국회에 바란다…"싸우지 말고 일했으면"

이날 수원시민들은 20대 국회가 좀 더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정쟁(政爭)이 아닌 정책(政策)에 더 신경을 써달라는 날카로운 주문도 있었다.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다고 밝힌 주부 엄미선(46‧여)씨는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으로 교육 이슈를 꺼내들었다.

엄씨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데 누리과정이나 이런 걸로 인해 예산이 줄어 지원이 많이 끊겼다"며 "현재 무료급식인 중학교 급식도 위태롭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좀 더 교육 쪽에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속옷가게를 운영 중인 용희자(63‧여)씨는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라는 입장을 펴며 복지를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용씨는 "지금 증세 없는 복지 얘기가 나오는데 증세가 있어야만 누굴 줘도 줄 수 있는 것"이라면서 "어차피 없는 사람을 도와야 한다면 선별해서 잘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맨날 싸우는데 그것 좀 안했으면 좋겠다. 상대편 배려도 좀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며 20대 국회에선 여야가 싸움 대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수원에서 40년째 거주중이라는 이매자(73)씨는 "지금은 모든 게 다 어려운 시대니까 경제 살리고 다 이렇게 해주면 그걸 잘한다고 본다"며 "구석구석 다 경제를 살리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이씨의 표는 경제를 살리는 정당에 행사될 예정이다.

20대 국회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직접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신윤덕(58)씨는 "기존 정치인들은 너무 얽히고설킨 게 많으니 일단 인물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인물이 바뀌면 얽히고설킨 것들이 좀 적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새로운 정치인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김진원(26)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 응해준 수원시민들은 관심 분야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모두 종합해보면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D-1.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대 국회의원 선거. 지난 8~9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12.2%의 역대 최고 투표율을 달성한 만큼 이번 4‧13 총선은 최종적으로 50% 후반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시민들의 바람을 실현할 지역 대표가 결정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유수진 기자 ussu@focus.kr

 

<저작권자(c) 포커스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