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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사회의 칸 ==../*수원乙(백혜련,한규택,유문종,김호진,김 식

[김종구 칼럼] 낙후된 권선구? 권선구민 자업자득이다 -수원을 선거구-

[김종구 칼럼] 낙후된 권선구? 권선구민 자업자득이다 -수원을 선거구-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노출승인 2016년 03월 28일 20:36     발행일 2016년 03월 29일 화요일     제22면
             
 
후보 등록장에서 둘이 만났다. 김진표 후보가 덕담을 건넨다. “김상민 후보가 젊고 미남이어서 선관위 직원이 말을 잃은 것 같다.” 김진표 후보는 수원무에 출마했다. 김상민 후보는 수원을이다. 싸움터가 다르다. 그래서인가, 여유가 보인다. 하지만, 칭찬만으로 끝낼 김진표 후보가 아니다. “김상민 후보 위장전입 아닌가 서류 잘 봐주세요.” 농담치곤 묵직한 뼈가 들어 있다. 언론도 이 농담을 비중 있게 다뤘다.
김상민 후보가 가장 아픈 곳이다. 꽤 오랜 기간 김 후보가 뛴 곳은 장안구였다. 큼직한 현수막이 걸린 곳도 장안구 대로(大路)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옮겼다. 당 원내대표가 그렇게 제의했다고 한다. 김 후보도 ‘수원을로 가겠다’고 받았다. 그때가 3월 7일이다. 후보 등록일로부터 17일 전, 선거일로부터 36일 전이다. 이런 걸 낙하산이라 한다. 상대 당이 놔둘 리 없다. 김진표 후보의 ‘위장전입’ 농담도 그거였다. 
그런데 말이다. 낙하산에 관한 한 상대 후보는 할 말이 없다. 
재ㆍ보궐 선거를 앞뒀던 2014년 6월 26일. 백혜련 후보가 기자회견을 했다. “(정치 시작을) 제2의 고향, 검사로서의 첫 임지였던 수원 영통에서 하고자 한다.” 영통주민을 만났고 명함도 돌렸다. 법원 사거리에 현판도 걸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수원을로 옮겼다. 당 지도부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가 7월 9일이다. 후보 등록일로부터 하루 전, 선거일로부터 20일 전이었다. 시기(時期)로는 기록적이다. 
오십보백보요 초록이 동색인 것을, 누가 누구를 비난하나. 
이런 취급받을 권선구가 아니다. 칠보산 자락마다 시민의 추억이 서려 있다. 학창 시절 소풍의 기억이 대부분 칠보산이다. 서울대 농대 금잔디 마당은 시민들의 나들이 공간이었다. 최고 대학을 가진 주민의 자부심이 컸다. 농촌진흥청은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이었다. 툭하면 대통령 헬기가 착륙하던 권력의 중심이었다. 추억, 자긍심, 권력의 역사가 함께하던 곳이었다. 그런 권선구가 십수 년째 쇠락하고 있다.
공교롭게 그 쇠락의 시기에 정치가 맞물려 있다. 길을 잃은 정치가 있다. 신현태(16대ㆍ2000)-이기우(17대ㆍ2004)-정미경(18대ㆍ2008)-신장용(19대ㆍ2012)-정미경(재선거ㆍ2014)으로 바뀌어왔다. 현역이 빠졌으니 또 바뀔 것이다. 16년간 국회의원이 다섯 번 교체 된 곳, 그 다섯 번 중 한 명도 연임하지 못한 곳. 여기에 선거구 획정 때마다 이리저리 휘둘려 온 곳. 정치가 이랬으니 동네가 잘 될 리 있나. 
이런 권선구에 또 선거가 왔다. 후보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다.
김상민 후보는 수원 토박이임을 내세운다. 현역(비례대표) 경험을 앞세워 권선구 발전을 장담한다. 백혜련 후보는 지역의 선점자임을 내세운다. 화장장, 비행장문제에 쏟아온 열정을 자랑한다. 이대의 후보, 박승하 후보의 목소리도 크다. 참 식상하다. 언제적 비행장 얘기고, 권선구 발전인가. 누가 그런 말은 못하나. 지나간 국회의원들도 다 그렇게 말했었다. 그 결과가 여전한 낙후도시고, 여전한 소음도시다. 
정치만 탓할 것도 아니다. -맞아 죽을 각오로 말하면-권선구민의 자업자득이다. 주인 의식 없이 치러왔던 권선구 선거의 결과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시민이다?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권력이 시민을 지배한다. 이런 권력자를 뽑는 작업이 투표다. 그래서 다수의 학자가 말한다. ‘시민이 민주주의의 주인 되는 날은 선거일 단 하루뿐이다.’
수원을도 이 법칙 속에 있다. 권선의 주인은 권선 국회의원이다. 권선 국회의원이 권선을 지배한다. 그런 권선의 권력자를 뽑는 것이 투표다. 16년을 망쳐 온 권선구민이라면 이번이라도 눈치 채야 한다. ‘권선구민이 권선 주인 되는 날은 4월 13일 딱 하루뿐이다.’ 
달라야 한다. 정치 따지고, 고향 따지면서 엉뚱하게 뽑아선 안 된다. 조금이라도 능력 있고, 조금이라도 오래갈 후보를 뽑아야 한다. 다른 데선 말한다. ‘수원갑 총선에 장안구의 미래가 달렸다. 수원병 총선에 팔달구의 미래가 달렸다. 수원정 총선에 영통구의 미래가 달렸다. 수원무 총선에 남수원의 미래가 달렸다.’ 그런데, ‘못 사는 동네’ 수원을은 다르다. 4ㆍ13 총선에 현재가 달렸고, 집값이 달렸고, 생계가 달렸다. 
본디 권선구는 위대했다. 그때로 돌아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최선(最善)에의 미련을 버리고 차선(次善)을 찾으려 들여다 보면 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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