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러가지의 칸 ===/◇용어.정보.법.자료.역사.책.법원.검찰.경찰

광교 법원의 샛방살이가 걱정된다 -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광교 법원의 샛방살이가 걱정된다  -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위철환 2016년 03월 22일 화요일
 

 

cats.jpg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 검찰청은 현재 위치한 원천동 시대를 2018년 말경 마감하고 2019년 초에 광교법조단지로 이전할 계획을 잡고 있다. 동시에 수원고등법원, 수원고등 검찰청도 새로이 이전할 광교법조단지에 신설해 함께 둥지를 틀 예정이다.

원천동 청사에서 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광교법조단지는 전방에 호수가 펼쳐지고 있는 등 조망이 좋기 때문에 광교법조단지로의 이전은 법조 가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으로 짐작된다. 뿐만 아니라 종래 고등법원이 없어 서울 고등법원에 까지 가는 불편, 제약을 받아왔는데 이제 합의부 항소심 사건까지 수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돼 경기도 남부권 국민들은 사법접근권이 많이 향상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더욱 기대된다. 돌이켜보면, 고등법원 유치를 위해 경기 도내에 있는 법조계, 언론계, 여성계, 경제계, 정관계 등 모든 단체들이 힘을 합쳐 유치운동을 펼치고 경기도민들이 서명 운동을 함으로써 쾌거를 이룩한 지난 여정들이 이제는 하나의 추억으로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실로 감개무량하다.

그런데 최근에 우려스러운 소식이 들린다. 한국자산관리공사(약칭 캠코)는 2016년 10월 13일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 총 사업비 4천 768억 원을 들여 광교신도시 내 법조청사부지에 ‘나라 키움 광교 법조단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요지는 수원법원 및 검찰 종합청사를 캠코가 준공한 후, 법원과 검찰로부터 청사시설 사용료를 징수하고 아울러 청사 내 일부를 민간수익시설로 전환해 그 임대 수입으로 개발비를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캠코의 계획은 심각한 문제점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재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헌법 제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 라고 규정해 사법권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들 위해서는 외부의 압력 없이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위 계획은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 독립을 훼손될 우려가 있다. 법원의 조직, 운영 및 기능이 다른 기관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특히 행정부로부터의 물적 독립 및 예산 독립은 사법권 독립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캠코의 계획은 행정부의 재산에 사법부가 세 들어 사용하는 것이 돼 사법부의 물적 독립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임차인인 법원이 임대인인 행정기관이나 공사 관련 소송을 진행한다고 할 때, 임대인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필자는 최근 법원 관계자로부터 딱한 사정 이야기를 들었다. 법관 인사 즈음에 현 법원 청사 내에 증원된 판사가 근무할 사무실이 부족해 출근 직전 휴일 동안 부랴부랴 판사실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이 급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과연 위와 같이 법원의 청사 샛방살이 시대가 도래한다면 기동력있게 청사의 관리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법원 청사의 관리주체가 외부에 있고 법원이 그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은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절대 재고돼야 한다.

다음으로, 공공청사는 국민들에게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상징성과 권위를 가져야 한다. 사법부 청사 내에 대규모 상가를 입주시켜 그 임대 수익으로 건축비를 충당하겠다는 것은 사법부의 공적 기능 내지 상징성을 간과한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민간 수익시설과 사법부가 동시 입주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본래 공공청사로 사용돼야 할 공간이 민간 수익시설로 이용됨에 따라 사법 서비스를 받아야 할 민원인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캠코의 계획이 관련법에 따른 절차를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 문제점이 많다. 당초 공공청사 부지로 계획된 법조단지 부지에 민간 수익 시설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정해진 절차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캠코가 이제 와서 토지용도 변경을 할 경우, 그 과정에서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고, 당초 주변에 토지를 매입한 이해관계인들로부터 신뢰 보호 위반을 이유로 민원이 유발되고 법적 분쟁이 초래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장기화되고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히게 되면 신청사 개원일인 2019년 초까지 입주가 가능할지도 염려된다. 광교법조 단지 부지 내 공공 용지를 상업용지로 바꾸기 위해는 수원시에서 지구 단위 계획 변경 절차 진행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절차를 저지하기 위한 광교 신도시 주민들의 반대서명 운동이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법조단지 부근 이해관계를 가진 법조마을 소상인들은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저항이 매우 강한 상황이다.

관계 당국은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절차를 충분히 거친 다음 공익 보호와 신뢰보호의 원칙을 고려해 이번 문제를 지혜롭게 처리 했으면 좋겠다.

요컨대, 법원, 검찰 종합 청사는 외부기관인 캠코가 나라키움 광교 법조단지 사업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 아니라 법원과 검찰이 각각 독립적인 예산편성을 해 독자적으로 시행,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http://www.joongbo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