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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이제까지 하던 방식으론 더 이상 안돼”… 연대 일부 여지 둬

안철수 “이제까지 하던 방식으론 더 이상 안돼”… 연대 일부 여지 둬

입력시간 | 2016.03.13 18:47 | 선상원 기자 won610@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야권연대를 놓고 천정배 공동대표·김한길 의원과 이견을 보여온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3일 “여왕과 짜르의 낡은 리더십이 아니라 국민 속에서 국민의 소리를 직접 듣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낡은 방식의 연대가 아니라, 국민과 연대하는 대안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연대 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안 대표가 총선 30일을 남겨두고 당내 논란을 불식하면서 제 갈 길을 그대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서로 의논하고 이견을 좁혀가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제가 부족한 탓이다. 이제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은 과거 대 미래의 싸움, 낡음과 새로움의 싸움, 기득권 양당체제를 3당 경쟁체제로 바꾸는 선거”라며 “국민의당은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 낡은 제도와 싸우기 위해 태어난 정당으로 정치인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국민 편이 되기 위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야권연대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 안 대표는 “지금 110여석 제1야당은 뒤늦게 혁신과 변화를 얘기한다. 그러나 멀었다”고 전제한 뒤 “북한궤멸론 같은 정체모를 주장이 당내에서 침묵으로 묵인되고 있다. 북한궤멸론은 새누리당에서도 수구보수파들이 하는 얘기다. 그런데도 절대권력을 장악한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발언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야당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통일에서 더민주가 이탈했다는 비판으로 연대를 얘기할 수 없는 첫번째 이유라고 했다.  

김 대표가 제안한 야권통합도 진정성이 없는 정치공작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김 대표 발언은) 국민의당이 당의 깃발을 내리고 들어오면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대등하게 손잡는 것은 못하겠다는 얘기이다. 자객공천을 하는 한편, 지역구는 비워놓았다고 공개적으로 모욕하면서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힘을 앞세운 협박과 회유이다. 과거 야권에서 통합과 연대의 역사가 있습니다만, 이렇게 정치공작 수준에서 대한 적이 없다”며 “지금 연대를 얘기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안철수 “천 대표와 김 의원 충정 이해”… 야권 지지자 마음 모으기 위한 방안 필요 = 천 대표와 김 의원의 충정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새누리당 압승 저지를 총선 목표로 해야 한다는 천 대표와 김 의원의 의견에 대해 이해를 나타낸 것이다. 안 대표는 “퇴행적인 새누리당이 절대적인 힘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며 “그런데 이제까지 하던 방식으론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여지를 뒀다.  

그러나 그 방식이 지역구 나눠먹기나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등으로는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는 “정치인들끼리 서로 지역구를 주고받는 그런 방식의 연대로는 국민 다수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당끼리, 후보끼리 손잡아도 지지자들이 온전히 마음을 합쳐주지 않았다”며 “무조건 뭉치기만 한다고 표가 오지 않는다. 정치공학적 덧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에 대해 우리는 좀 더 제대로 된 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지지자의 마음을 모으기 위한 연대에 나선다면 안철수 방식인 ‘결단을 통한 양보’가 될 것임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읽힌다. 안 대표는 지역구 후보끼리 이기기 위한 협상을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칙적인 말이다.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후보자 등록 후 단일화 쉽지 않아… 최고위원회서 표결 통해 정하는 것도 방법 = 정치혁명의 길을 가겠다고 한 안 대표가 야권연대에 일부 융통성을 보였지만,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가 등록한 후에 단일화를 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 총선까지 내다보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상대 후보의 경쟁력이 우세하다고 해도 완주를 선택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당대당 협상을 통해 등록 전에 후보자를 정리하지 않으면 선거운동에 들어가서는 사실상 어렵다”며 “정당 지지율을 근거로 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지역구를 나눠 맡아 여당과 승부를 벌이는 것이 야권 선전에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천 대표와 김 의원은 후보자 등록까지는 1주일 정도 시간이 있다고 보고 안 대표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더민주를 비판한 것에 대해 120% 공감한다.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는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기득권을 포기하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한다”며 “새정치를 향한 안 대표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야권 궤멸과 새누리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수도권연대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당 차원의 야권연대를 호소했다. 앞서 천 대표는 전날 해남 울돌목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선거 등록까지는 이제 겨우 12일 정도 남았다. 절차를 고려하면 다음 한 주가 후보단일화·연대를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며 “이순신 장군에겐 단지 12척의 배가 있었다. 이순신의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 일주일 동안 반드시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할 연대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까지 거론한 천 대표가 안 대표의 기자회견에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국민의당 공동 창업주인 안 대표와 천 대표, 김 의원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당이 사당이 아닌 이상 최고위원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한 뒤 각자 한 표를 행사해 야권연대에 대한 방침을 정하면 된다”며 “야권연대 문제로 논의를 지루하게 이어가는 것은 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쳐 선거를 치르는 데도 안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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