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시재생, 문화로!] 8. 수원 ‘인계 올레길’
문화와 예술, 자연 어우러진… 주민 손으로 만든 ‘소통의 길’
고층 빌딩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번화가를 두고 1㎞도 채 안되는 주택가에는 다 쓰러져가는 폐가가 공존한다.
원도심 재개발 지연에 따른 현상이다. 주택가가 급속도로 슬럼화 되면서 공가ㆍ폐가뿐만아니라 각종 범죄들이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켰다.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극심해져 갔다.
우범지역으로 낙인찍히다보니 정이 많던 동네는 어느새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곳으로 차갑게 변해갔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할 수 는 없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2014년 ‘인계 올레길’이 탄생했다.
■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길
인계 올레길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길’을 모토로 지난해 인계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만든 길이다.
수원천로 848-11번지 인근과, 장다리길, 청소년문화공원ㆍKBS드라마센터, 나혜석거리ㆍ국제자매도시테마거리, 2008년 수원시에서 진행한 담 없는 녹색거리 등 총 5개의 구간으로 구성 돼 있다.
각각의 테마에 맞춰 소통이 있는 ‘햇살 가득 다울길’, 휴식이 있는 ‘베토벤과 걷고 싶은 장다리길’, 문화가 있는 ‘드라마 공원길’, 예술이 있는 ‘예술이 숨쉬는 테마길’, 자연이 있는 ‘담 없는 녹색길’로 이름 붙였다.
▲ 빈집으로 방치돼 있던 폐가가 주민들의 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문화예술공간 ‘다울’로 다시 태어 났다. |
다음으로 구시가지과 신시가지의 조화였다. 이는 한정돼 있는 구시가지의 문화요소를 보충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신시가지와 함께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문화요소를 살리는 길 조성이었다. 구시자기의 전래와 전통문화, 신시가지의 현대적 문화시설을 이용해 상권의 활성화는 물론 살아있는 동네는 만들고자 함이다.
이렇게 인계 올레길이 만들어졌다.
각 구간에 있던 폐가는 개조해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우중충한 골목길은 벽화를 그려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매일 주차전쟁이 시달리던 주택가는 담장을 허물어 주차공간과 앙증맞은 미니 화단을 마련했고, 버려진 공간은 쉼터로 꾸며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다.
사람들이 떠나가고 남은 황폐해진 자리에 문화예술로 새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 빈집으로 방치돼 있던 폐가가 주민들의 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문화예술공간 ‘다울’로 다시 태어 났다. |
인계 올레길의 출발은 ‘다울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함께 사는 우리’라는 뜻을 가진 다울마을은 ‘햇살 가득 다울길’에 위치한 문화예술공간인 ‘다울(인계동 848-11)’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지금은 어엿한 집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다울’도 낡아빠진 폐가였다.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벽, 기둥, 천정 등 건물의 기본적인 구조물을 제외하고는 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7~80여명에 가까운 주민들은 2013년 3월부터 그해 10월까지 8개월여동안 폐가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공사를 진행했다. 쓰레기를 치우는데만도 한달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쓰레기를 실은 1.5톤 트럭이 몇대가 나갔는지도 모른다.
마을만들기전문가, 지역주민, 후원단체 등으로 구성된 다울공동체의 송은정 실장은 “다울마을은 2012년 인계동의 버려진 폐가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 동네는 매우 황폐했다. 그로인해 주민들의 스트레스도 심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다가 문화공간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공간이 구성됐고,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주민, 청소년, 노인, 이주여성 등에 맞춰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 다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프로그램 ‘꽃차만들기’와 ‘종이접기’ 모습 |
공간이 생기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주민들이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어느순간 부터는 월별 프로그램을 함께 계획해 진행하고 있다.
송 실장은 “다울마을은 ‘다함께 사는 우리’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처음에는 적대시하던 주민들이 이제는 주인의식을 갖고 먼저 찾아와 함께 고민하고 다울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울마을은 인계 올레길이 생겨난 이유이자, 걸어가야 할 방향이다. 이제는 인계 올레길의 거점 역할을 하며, 인계 올레길의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인계동 올레길, 놀러 올래?!
‘햇살 가득 다울길’은 다울과 함께 1㎞ 코스의 ‘벽화골목’으로 꾸며졌다. 동네 미술학원의 재능기부로 골목 곳곳에 다양한 벽화가 그려졌다. 또 수원과 여주를 오가던 추억의 수여선도 복원됐다.
쓰레기 투기가 빈번했던 빈집 외벽에 협궤열차를 그리고 바닥엔 멍석을 깔아 기찻길로 만들었다. 맞은 편 벽에는 당시 열차와 이용객들의 사진을 걸어 ‘기차갤러리’도 만들어 졌다. 또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끔 골목 곳곳에 ‘포토존’도 설치돼 있다.
‘베토벤과 걷고 싶은 장다리길’은 복개천 장다리길 위에 마련됐다. 매년 10월 장다리길 반달공원에서 베토벤 바이러스 음악회가 열리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버려진 공간을 이용해 만든 쉼터에서는 ‘작은 마을 음악회’가 열리고, ‘전통놀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또 곳곳에 미니 벤치가 설치 돼 있어 아픈 다리를 쉬기에도 그만이다.
‘드라마 공원길’은 KBS수원드라마센터와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간 외곽길 5㎞에 꾸며진 산책길이다. 청소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벼룩시장’과 함께 도시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예술이 숨 쉬는 테마길’은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나혜석을 기념하는 나혜석거리와 국제자매도시테마거리, 경기도문화의전당 등을 잇는 6㎞ 코스로 조성됐다. 나혜석거리에서는 다양한 문화공연 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인, 상인회 등과 함께하는 ‘프리마켓’도 열린다. 또 호주 타운즈빌 등 세계 16개 도시에서 가져온 미니어처 조형물이 세워진 국제자매도시테마거리에서는 국제자매도시 민속공연 등이 진행된다.
▲ 다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프로그램 ‘꽃차만들기’와 ‘종이접기’ 모습 |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문제는 수원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껴안고 있는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인계 올레길은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구시가지 주민들의 의욕고취는 물론 신시가지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동네를, 나아가서는 수원시민의 화합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계 올레길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송시연기자
후원 :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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