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1총선에서 수원 병(영통)은 공천과정에서 수많은 화제를 남겼다. 여야 모두 선거내내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얘기거리를 만들어냈다. 새누리당은 현직 당협위원장이던 고희선 전 의원을 화성 갑 선거구로 차출하고, 전직 당협위원장을 지낸 임종훈 홍익대 헌법학 교수를 공천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냈다. 민주통합당은 김진표 원내대표를 단수공천하기로 결정해 놓고도 시간을 끌었다. 정체성 논란을 이유로 차일피일하다 5차 공천때 명단에 포함시켜 원내사령탑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두 후보 모두 공천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결과는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할 수 있는 양자대결 구도가 됐다. 지난 12일 찾은 수원 병 선거 현장은 ‘신인’과 ‘거물’의 온도차가 여실했다. 임 후보는 마치 새댁처럼 조심스러웠고, 김 후보는 ‘동네 아저씨’ 처럼 털털하게 유권자에게 다가갔다. 두 후보는 이날 같은 행사장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를 놓고 일합(一合)을 겨뤘다. 김 후보가 “민주당이 안을 내놨지만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선거 끝나고 하는게 어떻겠냐‘는 반응을 보여 9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사실 이 법안도 완벽하지는 않다. 확실하게 실천하겠다”고 하자, 임 후보가 발언권을 얻어 “새누리당은 반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나는 새누리당이 반대한다고 말한 적 없다. 단지 정부가 반대하고 소극적이었다”고 응수했다. 두 후보의 운명을 건 선거전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 | 12일 새누리당 임종훈 예비후보가 영통건영1차 아파트 노인정을 방문, 인사를 하고 있다. |
<새누리당 임종훈 후보> 임종훈 후보는 첫 운은 좋은 편이다. 치열한 공천 경합을 벌인 다른 후보들 보다는 쉽게 공천을 받았다. 12일 오전 10시35분 영통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임 후보는 전형적인 새누리당 후보였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돈 선거가 되지 않게 하려고 후원회를 꾸리지 않았다”고 했다. 자가용을 선거용 차량을 쓰고 있다. ―.18대때는 박찬숙씨에게 밀렸는데 이번에는 공천을 받았다. “당연한 결과다. 상식적인 공천이 이루어진 결과다. 고희선 전 의원이 조직이나 재력면에서는 나보다 앞섰다. 그럼에도 내가 공천을 받은 이유는 가능성, 참신성, 잠재적 경쟁력을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천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하나의 과정일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국회에 진출해 주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다. 갈 길이 멀다.” ―.상대가 김진표 원내대표다.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물이다. 제 1야당의 2인자다. 하지만 김 의원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6년 전 김 의원을 처음 봤을 때 ‘저 분 정체성에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김 의원은 경제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그의 피속에는 시장경제 원리가 흐른다. 그런 사람이 분배를 강조하는 정당에 소속되면 정체성의 혼란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이번에) 터진 것이다. 개인의 정치 철학과 자신이 속한 정당간에 괴리가 있는 불행한 정치인이다. 과거 장관시절 했던 정책과 언행이 지금의 언행과 상반된다. 자신이 추진했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ISD조항을 폐기하라고 한다. 국립대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더니 지금은 반값 등록금 이야기 한다. 아무런 해명도 없다.” ―.김진표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능력도 검증 받지 못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오늘 아침 6시30분에도 개인택시 운전기사 산악회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갔다. 노인정, 주민자치센터, 지하철 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간다. 1977년 국회도서관 입법조사국 사무관을 시작으로 200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까지 27년동안 입법 공무원으로 일 했다. 그후 6년여동안 법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입법 활동과 의회 실무 등 법에 관한 이론과 실무는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이 불리할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맞는 소리다. 힘들다. 새누리당이 그전까지 잘못해서 이런 상황이 된 것이기 때문에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돈을 뿌리거나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을 한 것은 100% 잘못된 것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한 한심한 짓이다.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돈 안드는 정치, 깨끗한 정치, 반칙 안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다시 받아줄 것이다.”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폴리페서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명칭은 나한테는 맞지 않는다. 폴리페서는 실무를 모르는 교수들이 다른 곳(정치)에 뜻이 있어서 기웃거릴 때 부르는 말이다. 나는 27년을 입법 공무원으로 일했고 그 이후 6년동안 교수직을 했다. 주가 입법 공무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교수는 출마를 위해 퇴직을 안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직종은 퇴직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정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가급적이면 누구나 자기 생업을 유지하면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보장해야줘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그렇게 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초·중·고등 교사는 인격형성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몇몇 직업은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좌클릭하고 있다.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우리는 과거와 다른 상황에 있다. 먹고 살기 어려울 때는 복지를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과 복지를 함께 다룰 때가 됐다. 만일 복지를 생각하지 않고 성장만 할 경우 양극화가 온다. 사회에 대한 불만·불평·비판이 쌓여 세력을 만들고 위협적인 요소가 된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 안을 수 있는 행복을 주어야 한다. 물론 국가 제정을 고려해야 한다. 무상급식 때문에 예산이 부족해서 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지 않거나 시설물을 보수할 수 없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복지보다는 어떤 것이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고 점진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 ―.야권의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는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데 자발적이지 않다. 동원을 해야 한다. 동원을 하려면 돈이 들고, 그러면 돈이 있는 후보만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다. 결국 돈이 있는 후보가 이기게 되는 것이다. 굉장한 모순이다.” 그는 인터뷰 직후 구매탄시장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영통에 하나뿐인 전통시장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때 가장 먼저 간 곳”이라고 했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 | | 12일 민주통합당 김진표 예비후보가 영통동에 있는 한 상가를 방문,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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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진표 후보> 민주당 김진표 후보는 지난 6일 지각 공천을 받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섰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수원 병에 국한하지 않고, 수원 갑·을·병 민주당 후보를 측면 지원해 ‘수원 싹쓸이’를 목표로 판을 키을 생각이다. 12일 오후 4시께 중앙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후 영통동 한 뷔페음식점에서 열린 한국외식업중앙회 정기총회에 들른 김 후보는 기자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파라는 이유만으로 정체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미FTA 전면 폐기를 주장하는 통합진보당, 민주노동당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반대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들에게 아마 집중공격의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겠다. 내 주장은 불리한 독소조항이 있는 MB의 ‘나쁜 FTA’를 ‘착한 FTA’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미FTA 재협상으로 이익 불균형이 생겼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나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데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이렇게 극으로 치달으면 통합진보당이나 민주노동당은 영원히 집권을 못할 것이다. 스펙트럼이 너무 좁은 당은 진보와 보수 사이의 부동층을 껴안지 못해 총선에서 질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이 민노당은 불안해서 못 가겠다는 유권자를 안고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천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중간에 그만두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정략적인 공격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그런 일 때문에 그만두면) 당 자체가 중심을 잃고 표류하게 될 수도 있었다. 야권 연대가 성사되면 더 이상 그런 얘기가 안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동요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김 후보를 지칭하며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공무원”이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진보진영 쪽에서 공천을 반대했다. 서운하지는 않았나. “친노세력이 반대한 것은 아니다. 한명숙, 문성근, 이해찬, 백원우 등 대표적 친노파들이 지나친 공격을 당하는 나를 오히려 옹호했다.” ―.포털에서 ‘김진표’를 검색하면 ‘X맨’이 나온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가 붙여준 별명이다. “이미 항간에 선대인씨에 대한 이런저런 말이 떠돌더라. ‘진표병집착증환자’라고.” ―.선대인 대표는 지금도 SNS상에서 계속 김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대응방안이 궁금하다. “딱히 대응은 안할 것이다.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야권연대가 끝난 마당에 오히려 선대인씨가 총선 승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누리꾼들이 가담하면서 잘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 ―.상대가 신인이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이고, 국회 전문위원이었고….” 김 후보가 잠시 머뭇거리자 수행비서가 임 후보의 명함을 건넸다. ―.분당선 연장노선 공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대체로 김 후보에게 불리한 얘기다. “이 노선은 2006년에 착공했다. 6년이 걸린 셈인다. 수도권의 경우 지하철 연장 노선 공사를 벌이면 평균 15년이 걸린다. 주민들이 길게 느끼는 이유는 2000년 영통이 개발될 당시 2008년에 완공이 된다는 말이 나와서 기대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4대강 사업 때문에 공사에 필요한 예산 1천400억중 1천1백20억원이 삭감될 위기가 있었지만 염태영 수원시장과 주민 5만명의 서명을 받아 1천450억을 확보했다. 그리고 매년 1천억원 이상을 예산을 확보했다.” ―.가끔씩 정치적이지 못한때가 있다. “원래 나는 정치를 안하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이 원치 않으면 권하지 않는 분이셨는데, 당시 열린우리당이 너무 군소여당이어서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권하셨다. 그때 나는 남이 하기 어려운 걸 하자고 다짐했다. 현재는 수원 비행장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소음피해로 소송에서 국가가 패소해 3천600명에게 460억을 배상해야 한다. 5년에 한 번씩 배상해 줘야한다. 배상금을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모두 찬성해 다음달 중에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새누리당이 총선 이후로 미루자했다. 당선되면 대선공약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교회 장로신데, 술자리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장한 목사님과는 중학교 3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나는 수원중학교 학생회장이었는데, 목사님께서 만든 YFC 중등부 초대 회장을 맡게됐다. 그 후 수원중 선·후배와 동문 120명 정도를 전도했다. 그중 4명이 목사, 30여명이 장로가 됐다. 목사님께서 ‘너는 왜 (장로)안받느냐’고 묻길래 정치를 하려면 부득이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드리고, 2년정도 고사했다. 나중에 목사님께서 반주 정도는 용납해 주겠다고 하면서 장로로 임명해주셨다.” 양은영기자/yey6674@joongboo.com
수원 정(영통) 선거구 현황 ■선거구역 : 매탄 1·2·3·4동, 원천동, 영통 1·2동, 태장동 ■인 구 수 : 27만54명(2012년 3월 5일 기준) ■선거비용 : 1억9천200만원
<후보약력> 임종훈 후보 ▶1953년 9월 17일생 ▶수원 출생 ▶성남고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대학원 법학박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회 입법 조사처장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김진표 후보 ▶1947년 5월 4일생 ▶수원 출생 ▶경복고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위스콘신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17, 18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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