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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수원시 ‘2천원의 아침’

[지지대] 수원시 ‘2천원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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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1    저작권자 © 경기일보

 


온라인 광고대행사 코이스(KOIS)는 직원들의 식사를 제대로 챙긴다. 아침에 출근한 직원들은 회사 카페부터 들러 커피와 김밥을 무료로 가져간다. 점심식사에는 6가지 반찬과 즉석에서 부친 전을 먹을 수 있고, 오후에는 생과일주스에 약밥을 간식으로 즐긴다.

게임개발업체인 데브시스터즈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아침부터 브런치 카페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샌드위치에 커피와 음료, 과일이 무한대로 제공된다. 점심은 고급 레스토랑과 다르지 않다. 직원들이 주문을 하면 유니폼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웨이트리스가 서빙해 준다.

지난 7월 MBC 다큐스페셜 ‘회사가 차려주는 밥상’에 소개된 회사들이다. 방송엔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조선소도 소개됐다. 이시다 사장은 직원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철판 볶음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료 준비부터 시작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20인분의 요리를 만들고 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며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시다 사장은 “사장이라는 위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직원은 나의 보물이다. 내일부터라도 직원이 없어지면 회사 운영이 안 된다”라고 철학을 밝혔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낸다. 일터는 성과를 내서 ‘밥벌이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한 밥상을 차려주다니, 직원들은 감동을 먹는다. ‘밥 한 끼를 나누어 먹는 일’은 가족이며 사랑이기 때문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우연히 이 방송을 본 후 시청 공무원들을 위해 ‘2천원의 아침’을 준비했다. 염 시장은 방송을 보며 ‘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참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단다.

해서 이런저런 제약이 많기는 했지만 아침밥을 거르고 나온 직원들을 위해 아침 한 끼라도 챙겨 주려는 마음으로 소박한 2천원의 아침을 마련했다.

비록 공짜 아침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는 시장의 마음이 듬뿍 담겨있는 밥상이다. 염 시장은 페이스북에 “‘2천원의 아침’으로 공직자의 사기도 높아지고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의 질도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썼다. 2천원의 소박상 아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연섭 논설위원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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