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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종 지도가 바뀐다

대한민국 인종 지도가 바뀐다

대한민국, 이젠 인구의 3.4%가 外國人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5년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174만1919명으로 전체 인구의 3.4%다. 
하지만 전국 77개 시(市) 단위 기초자치단체별로 분석한 결과 거제를 포함해 12곳은 이 비율이 이미 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이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입력 : 2015.08.28 07:30 | 수정 : 2015.08.31 11:51

전국 75개시 현황 집계해보니... 외국인 174만명

지난 15일 밤 경남 거제시 옥포동 거리. 한 영국식 펍(pub)에선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유니폼을 입은 영국인 남성들이 벽면에 설치된 TV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보며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열띤 응원으로 목이 마르면 영국 본토에서나 맛볼 수 있는 에일 맥주를 펍의 대표적 안주 ‘피시 앤드 칩스’와 곁들여 마셨다. 광복절 연휴가 시작돼 한껏 흥이 오른 이날 옥포동 거리의 펍 수십 곳에선 백인 남성 수백 명이 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들이켰다.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브리지(첼시 홈구장) 근처 펍과 판박이 같은 풍경이었다.

2015년8월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인근의 외국인 PUB 골목에서 외국인들이 맥주를 마시며 즐기고 있다. (김종호 기자)

외국인 주민 5% 넘는 ‘다문화 도시’ 전국 12곳

40여년 전만 해도 거제는 조용한 어촌이었다. 멸치잡이 사내들은 만선(滿船)을 꿈꾸며 외포에서 배를 띄워 앞바다로 나갔고, 아낙네들은 바위에 붙은 생굴을 캤다. 항구에는 멸치·생굴을 뭍으로 내다 팔기 위한 통통배 10여척뿐이었다. 그 항구에서 지금은 군함·유조선·LNG선·컨테이너선 등이 건조되고, 유럽과 오세아니아 출신 조선 전문가들이 파견 근무자로 일한다.

이들은 거제시 전체 외국인 1만6352명 중 약 25%를 차지한다. 한국에 사는 영국인 5365명 가운데 거제에만 720명이 살고, 노르웨이인은 전체 1626명 중 절반 이상(896명)이 거제에 산다. 프랑스인도 서울(2039명) 다음으로 거제(721명)에 많다. 특히 조선소가 해양플랜트 수주를 늘리면서 3~4년간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발주회사 소속 외국인 감독관이 크게 늘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의 경우 주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럽 출신 외국인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에서 선박 기술자로 일하는 호주인 매튜 고프리(44)씨도 2년 전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왔다. 그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일과 후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고 주말이면 경주·전주·서울 등을 여행한다”고 했다. 2002년 설립된 거제국제외국인학교 학생 수는 연평균 220명에서 작년 약 400명으로 늘었다. 학교는 작년 5월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을 새로 지었다. 출퇴근 시간만 되면 이곳에 자녀를 데려다 주려는 외국인들로 일대가 북적댄다.

외국 선주사 직원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과 함께 선박 설계도면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在韓 노르웨이인 1626명 중
절반 이상이 경남 거제에 거주
외국인 거주자 총 1만6000여명

거제에 외국인 전원주택촌 생기고
휴일엔 앞바다에 요트도 떠다녀

옥포동에 있는 ‘옥포 외국인 클럽’에선 평일 오후 1시를 넘기면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를 학교에 보낸 외국인 주부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미트로프’ ‘고기 파이’ ‘치킨 케밥’ 등 서양식 점심을 먹은 여성들은 바느질 수업과 동양화 그리기, 태권도 수업을 듣는다. 이탈리아에서 온 안드레아씨는 “취미가 맞는 외국인들과 소모임 활동도 한다”고 했다. 2년 전 정유 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프랑스인 이자벨라(36)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 프랑스 사람들끼리 문학 모임을 한다고 했다.

이날 밤 옥포동 일대 외국인 전용 바(bar)와 펍에선 ‘피시 앤드 칩스’ 파티, ‘아이리시 댄스’ 파티가 열렸다. 일부 가게는 아예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았다. 이곳에서 미용실을 하는 한 한국인은 “이 일대에는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외국말을 쓰며 활보하는 외국인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펍 사이사이 자리 잡은 미용실과 치킨집, 식당, 공인중개사무소 등에는 영업일 안내판에 한글과 영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일요일인 지난 16일 거제 앞바다에는 고기잡이 배보다 카약과 윈드서핑 보드, 요트가 더 많았다. 거제의 외국인들은 매주 일요일 거제 지세포항에 요트를 띄운다. 4~5명의 외국인 가족들이 모여 요트를 타며 포도주와 치즈를 즐긴다. 외국인들끼리 만든 럭비팀도 있다. 이들은 실제 외국 럭비팀들처럼 시즌마다 경기 일정을 짜고 우승팀을 뽑는다.

에드워드 데이비드(42)씨 가족은 이날 거제 앞바다 해변에서 긴 쇠막대기와 마대자루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에드워드씨는 “2주에 한 번씩은 해수욕장 쓰레기를 줍는다”며 “거제는 내가 사는 마을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해수욕장에는 에드워드씨 외에도 외국인 가족 10여명이 찾아 2시간 동안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외국인이 늘면서 거제에선 부동산 임대 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거제의 84㎡ 규모 아파트 임대료는 월 200만원을 넘는다. 남편과 아이 넷을 둔 이자벨라씨 가족은 132㎡(약 40평)짜리 아파트에 월세 200만원을 내고 산다.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외국인들 때문에 거제 덕포 등지에는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전원주택촌(村)도 생겼다. 거제 국제교류센터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마당 넓은 2층 집에서 애완견 1마리 키우며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게 일상”이라며 “이런 집 월세가 350만~500만원 정도인데 빈집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