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핫클립]김문수 "보수의 뿌리 대구서 혁신의 깃발 들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5.06.17 21:30 /
김문수(64) 전 경기도지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관련, "권한쟁의 심판 같은 간접적인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17일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의 생방송 토크쇼 ‘직격인터뷰’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지금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논란이 되온 내년 총선 대구 수성갑 출마 방침과 관련, "수도권 출마도 고려했으나 보수의 뿌리인 대구 경북에서 보수 혁신의 깃발을 들어야할 때란 생각에서 수성갑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선에 나가는 건 (국민에)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생중계되는 ‘직격 인터뷰’는 우리 사회 핵심 현안에 대해 돌직구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대담 배틀'이다. 강찬호 논설위원이 김 전 지사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맡았다가 지난 4월 물러났다. 근황은?
"특별한 일 없이 대학에 강의를 다니는 등 자유롭게 살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기로 했다는데 논란이 많다. 부천에서 3선을 했고 경기지사도 연임했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게 정도 아닌가
"수도권 출마도 많이 생각했다. 그러나 수성갑이 새누리당에 여러가지로 어렵다. 대구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많이 걱정한 끝에 내가 제일 적합하다고 추천해 마음을 굳혔다. 수성갑은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기반이다. 거기서 보수정치를 혁신하라는 주민의 열망이 강하다. 보수의 깃발을 들고 수성구에 도전할 것이다."
-수성갑은 새누리당 텃밭중 텃밭 아닌가? 그렇게 위험한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수성갑 유권자의 50.1%가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에 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은 그런 김 후보를 상대할 후보가 필요하다."
-그래도 대권 주자 반열에 있는 김 전 지사라면 대구 아닌 수도권을 승부처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나도 그럴 생각은 많이 했다. 지금까지 정치 인생을 수도권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정치의 뿌리는 대구·경북에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선거 때만 잠깐 지역에 나타났다가 당선되면 여의도에서 주로 산다. 이건 문제가 있다. 지금 나라가 위기 상황인 만큼 보수의 뿌리인 대구·경북에서부터 보수 혁신의 깃발을 들고 주민들과 함께 민생정치를 해볼 생각이다."
-재야 노동운동가로 활동한 과거를 의식해 보수층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인가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 당에 들어온지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고향인 대구 경북에서 정치를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쪽에서 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고향의 발전과 보수정치 혁신을 위해 대구 경북에서 뛰어볼 때란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세우고,나라의 숙원인 통일을 위해서도 그래야한다는 생각이다."
-내년 총선이 끝나고 1년반 뒤면 대선인데
"국회 자체가 중앙정치다. 중앙 정치를 해도 지역 주민들의 소망을 받아서 해야한다. 총선에 나가지 않고 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성갑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대구에서 택시 기사를 사흘 해봤는데 그렇게 손님 없고 장사 안되는 곳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경제가 침체돼있고 희망이 없다. 의원이 되면 의료 시설과 첨단 산업을 지역에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경기지사 때 3M등 해외 대기업을 유치한 경험을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당의 불모지인 수성갑에서 공을 들여왔다. 김 전 지사의 경북고·서울대 후배에다 운동권에서도 뜻을 같이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수성갑에 나가야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구 시장에 도전해 수성갑에서만 과반수 이상 득표를 했다. 여당을 충분히 위협할 강력한 주자다. 김 후보를 개인적으로 아낀다. 그러나 국정을 위해선 새누리당에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출마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여권, 보수 정권의 위기인데
"여권은 위기를 인식하는 수준이 한참 부족하다. 경제성장은 멈춘지 오래고 북한 핵과 잠수함 미사일 발사로 안보도 백척간두다. 출산율도 최저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위기 인식은 절박하지 않다. 웰빙 정당이다. 일본은 아베 한 사람 아래 뭉쳐 위기탈출을 꾀하고 있다. 일본보다 더 큰 위기인 우리는 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내가 거기 일조하고 싶다."
-야당에 비해 새누리당은 대권 주자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나부터 보완해야한다.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과 모두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이 심각하다. 당장 박 대통령은 여당이 만들어온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려한다.
"우리는 뭉쳐야한다. 국회법 문제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만족하는 방안이 아니라 국회와 청와대가 공존할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 (거부권 대신) 권한쟁의 심판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사태 개입은 어떻게 보나
"박 시장의 말은 진실돼야한다. 굳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정치적인 의사를 지나치게 과장해 말하는 건 문제다. 박 시장이 원만하게 중앙정부와 협력을 끌어내지 못하니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북한 핵은 겁 안내고 중동 독감 수준인 메르스는 겁낸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북핵 문제를 얘기하면서 '메르스 이상으로 핵이 무서운 것'이라 얘기한 것 뿐인데 거두절미하고 짜깁기돼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김 전 지사 같은 베테랑 정치인이 자신의 말이 짜깁기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내가 그런 점에서 실력이 부족하다. 언론이 많이 도와달라"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 풀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 밖에서 당의 방향에 동조하는 유능한 분들을 많이 모셔와야한다. 그래야 대선이 더 재미있고 다양한 선거가 될 수 있다."
-바깥에서 데려올 만한 참신한 인물은 누구인가
"직접 말하긴 그렇다. 그러나 당은 늘 문호를 열어놓아야한다.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만으로는 어렵다."
-다음 대선에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 같나.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까지 새누리당(한나라당 포함) 집권 10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만만한 심판이 아니다. 우리는 더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확고하게 단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이 한강의 기적이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국민 모두 단결해서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 압록·두만강의 기적으로 만들어야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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