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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새겨듣고 조합원들을 위해 일 만하는 조합장이 되겠습니다.”
지난 11일에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염규종(52·사진) 수원농협 조합장의 각오다.
수원농협은 전국 1천326개 단위조합 중 자산규모가 2조7천여억원, 예수금 1조7천억원 등 전국에서도 규모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상당하다.
규모에 걸맞게 조합원수도 7천160명이나 된다. 이 중에서 53.1%가 투표에 참여했고, 그 중 85.2%의 압도적으로 염 조합장을 지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염 조합장의 경영능력 때문이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염 조합장은 크게 손사래 치며 ‘모든 건 조합원의 뜻’이라고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염 조합장은 재선 확정 이후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취임식을 거부했다. 초선 당시에도 그동안 조합장에게 줬던 관용차를 거부한 일화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염 조합장은 “초임때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슬로건 아래 쉴 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외부사람들과 약속 잡을 생각도 못한 채, 조합원을 일일이 찾아다녔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직원들도 잘 따라와 줬고요.” 라고 지난 2년 9개월의 첫 조합장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함과 일만 생각하는 염 조합장의 노력이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주요 이유일 것이다.
수원농협을 두고 앞으로 계획을 묻자 “취임하기도 전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75%로 발표했습니다. 취임 선물 치고는 상당히 큽니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어려움이 무척 커 보입니다.”라면서 우선 현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수록 은행들도 뒤이어 예금과 대출 등의 금리를 함께 낮추는데, 반면 기존 예금자 들에게는 처음 약속했던 높은 이자를 고스란히 줘야 한다. 쉽게말해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포인트만큼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수원 농협처럼 제2금융권들은 고객들의 예금과 대출에서 벌어진 마진에서 발생한 수익비중이 85~90%인 만큼 초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큰 악영향을 받기 쉽다.
“외국 자본으로 무장한 제1금융권들은 단위 조합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습니다. 예대마진의 수익이 사실상 포기된 현시점에서 제1금융권들은 막대한 자본금을 앞세워 다양한 사업으로 초 저금리시대에 대항해 새 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금융권들이 외국 자본으로 구성됐다면 수원농협을 포함한 단위 조합들은 순수 100% 국내 자본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염 조합장은 ‘농협이 곧 애국’이라고 강조한다. 농협이 결국 토종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염 조합장은 “지난해에도 세월호 사건에 따른 침체된 경제 불황의 큰 어려움 속에서 57억원의 순 수익을 냈습니다. 사실 위기는 항상 있었습니다.”라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임직원들과 다시 한번 극복해 가야하지 않을까요?”라고 의연하게 말한다.
현재의 위기를 염 조합장은 기회로 엿 보고 있다. “하던 것을 계속해 나가야지 어쩌겠나요. 지난 수원농협은 변화를 강조했다면 이번의 수원농협은 도전과 전진만 있을 것입니다. 저를 지지해 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죠.”라며 수원농협에 대한 앞으로의 포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를 헤쳐나갈 대안은 많다. “농협 중앙회에서는 경제사업을 신용사업 총매출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지침이 내려왔어요. 농협의 이미지를 고려해 저희는 마트를 신설하는 한편 보험, 대출 등 다양한 사업을 수립할 것입니다.”라고 계획했다.
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원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봉담·세류·영통점 등의 경우 조합원들의 도움으로 큰 성장을 이뤘습니다. 대형마트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어려움 에서도 신규 마트를 개설해 키워나갈 것입니다.”라고 덧붙혔다.
이와 함께 염 조합장은 수원농협의 외형적 확장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임기 내 수원시 오목천동 3만4천㎡부지에 수원농협 사옥이전을 구체화시키고, 조합원을 위한 복지타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염 조합장은 지역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농협은 마음의 고향 아니겠습니까? 지난해에도 벌어드린 수익 일부를 지역 내 불우이웃돕기 등에 썼습니다. 저희는 수원에서 벌어서 수원에 모두 환원합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끝으로 염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감사함을 재차 강조했다.
“투표날이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과 저에 대한 지지율은 일을 잘해서 라기보다 열심히 일하라는 채찍질로 느껴집니다. 이를 위해 저부터 몸을 낮춰 처음이란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내가 가진 권위의식을 먼저 내려두겠다는 염 조합장의 겸손함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염규종 수원농협 조합장은?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출생 ▶수원파장초등학교, 수원중학교, 수성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 졸업 ▶수원시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 위원, 수원농협 대의원·이사 ▶재정경제부장관상, 농림수산식품장관상(축산업발전유공·농업소득증대·우수농업경영인), 농촌진흥청장(우수농업 경영인) 표창, 경기도지사(우수농어민 후계자) 표창, 수원시장(4-H 육성 발전유공) 표창, 농협 창립 53주년 농협 발전 공적상 등 수상
조철오·최영지기자/jco@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