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연인, 남은 인생도 수원에 기여하겠습니다” - 20일,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김충영 이사장 이임식 가져
등록일 : 2015-03-20 14:56:46 |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20일 오전10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2층 은하수 홀 복도는 이른 아침부터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 2년 전 제3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충영 이사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 물러나는 시점, 영광스런 이임식을 함께 하기위한 이들이 일찌감치 몰려들었다.
이날 김 이사장은 “2년 전 전국최고의 지자체 중에서 청소년 인재양성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취임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변화에 대응하고 더불어 위상도 드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광교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해 수원 ‘청소년 희망등대’, 수원시 청소년 문화 공간 ‘영상미디어센터’를 개관하는 등 다양한 사업도 해냈습니다. 지난16일은 센터 개관16년이 되는 해로서 노후화된 시설을 다시 구축하고자 체육관, 연구동, 본관 등에 200~300억 지원받기로 염태영 수원시장님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잘 꾸며진다면 10~20년이 흘러도 문제없이 활성화되리라 생각합니다. 시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면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기쁘다는 인사를 거듭 전했다.
퇴임식에서 직원들과 함께 노래를 하는 김충영이사장
김충영은 누구?
‘그는 수원 화성(華城)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수원 옛길 탐색에 빠진 사람이다.’
‘그는 수원 지방산맥 연구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3월 20일자로 공식적으로 제도권을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김충영 이사장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수원화성을 사랑하는 이라면, 수원화성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적이 있다면 그의 이름을 익히 알 터, 이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거릴 게다. 흔히들 그를 두고 ‘수원과 결혼한 남자’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1997년 12월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던 해 그는 수원시 도로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그날 이후 마치 하늘에서 ‘수원화성 사랑’ 임무를 내려준 것처럼 화성돌보기에 나섰다. 2001년 도시계획· 개발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화성의 전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2년 후 화성사업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화성사랑이 시작됐다. 화성의 변화에 늘 그가 중심에 서있었다.
1998년 아예 화성을 잘 아는 사람들과 전문가들의 뜻을 모아 ‘화성을 사랑하는 모임(화사모)’를 결성했다. 관리가 부실한 곳은 없는지, 잘못 복원된 곳은 있는지, 2~3일이 멀다하고 성 밖과 안을 돌았다.
이 단체가 바로 오늘날 수원화성 우리문화재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화성연구회이다. 그는 현재 이 단체 부이사장이다.
화성축성 장인들 명패 새길 터
인생 후반부, 수원화성 곁에서 살고 싶어 팔달구청사 뒤편에 황량하게 서있던 70년대 건물 한 채를 구입했다. 죽어있던 공간의 묵은 때를 벗긴 후 평소의 소원대로 문화공간다운 아우라를 덧입혀 생생한 예술의 장으로 탄생시켰다. 아직 정식으로 문패를 달진 않았지만 ‘방방카페’ 즉, ‘방방뜨는 방방연(과거 급제자들을 위한 잔치라는 뜻)’을 곧 열 예정에 있다.
“이임식 전 직원들에게 해줄 뜻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가훈을 각자해서 선물로 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서각을 시작한지 겨우 1년이지만 정말 열심히 각(刻)했습니다. 직원들이 보더니 ‘수량도 꽤 되고, 멋지다’면서 전시해보자고 하더군요. ‘근당 양택동 선생님이 쓰시고 제가 새긴’ 가훈들이 복도에 전시중입니다. 내일이면 진짜로 제도권에서 벗어나는 만큼 자연인으로 돌아가 화성 축성에 참여했던 화성장인 1천821명과 관리 372명의 명패 각자(角字)를 시작할 겁니다. 이 또한 수원사랑이니 남은 인생 쭉 이어가려 합니다.”
20여 년 전 화성의 매력에 빠져 화성사랑에 눈을 맞추더니 어느 순간 수원 옛길 탐색에 몰입하고, 또 어느 순간 ‘수원지방의 산맥연구’란 논문까지 낼 정도로 진짜 수원앓이를 하는 김충영씨, 그가 현재 위치에 있기까지 8할은 그의 아내 내조 덕분이었다고.
이날 사회자가 "지금부터 수원사랑 그만하고 아내에게 잘하라!"는 멘트를 하자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는 ‘무슨 소리~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 어디 이양반이 그럴 사람으로 보입니까?’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모습에 객석은 한바탕 웃고 난리였다.
김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직접 서각한 가훈을 선물했다
가훈 서각 전시장
아름다운 마무리
센터 직원들은 이임식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시원섭섭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시원하다’는 건 늘 발상의 전환을 외치며 새로운 일을 자꾸 만들어내니 직원들이 꽤나 피곤했을 터이다. ‘섭섭하다’는 말은 벌린 일 함께 보람찬 결과물로 만들어내면서 정이 흠뻑 들었기 때문일 테다.
“이사장님은 청소년들과 우리들에게 화성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참가치를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직원들 1인1취미 갖기를 강조해 동호회 활동을 활성화시키셨습니다. 저는 2년 전 보건소장을 하다 스트레스 안 받는 곳일 것, 이란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데요. 노래하는 화요일만 되면 정말 싫었습니다(하하). 지금은 신나지만요. 이사장님 떠나도 쭉 이어가란 하명대로 재임기간 중 계속 이끌어나갈 생각입니다.”
전세훈 상임이사의 말이다. 김충영과 그의 친구들은 ‘넬라 판타지아’, ‘산넘어 남촌에는’등을 부르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맞이했다.
마지막 노래를 부르던 김 이사장이 “내 나이가 어때서~ 일(‘사랑’을 바꿈)하기 딱 좋은 나이야~”로 바꾸니 사회를 본 황종하 부장은 “이사장님, 나이가 많아서 이임식하는 건데요”라고 말해 또다시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그간 단체장 이· 취임식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 있는’ 아이디어 톡톡 튀는 흥겨운 시간이었다. 왜 직원들이 그에게 ‘똘똘이 스머프’상을 주었는지, 꽃다발과 선물, 상패를 건네기 위해 왜 길게 줄이 늘어섰는지 식이 끝날 무렵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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