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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신고 하늘 훨훨 “재미난 상상 가득” - 경기 수원시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

신발 신고 하늘 훨훨 “재미난 상상 가득” - 경기 수원시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
어린이 전시 기획한 초등생 큐레이터 4인방



전시 ‘생각의 틈 속에서’를 기획한 어린이 큐레이터들. 왼쪽부터 김도윤 양(경기 광교초 6), 이은지 양(경기 매현초 4), 소예진 양(경기 수원효동초 5), 조혜린 양(경기 이의초 5)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드는 ‘마법의 신발’을 주제로 한 작품이랍니다.” (이은지 양·경기 수원시 매현초 4)

 

경기 수원시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생각의 틈 속에서’. 이곳에서 초등생들이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이 전시를 기획한 어린이 큐레이터들. 큐레이터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초등생인 이들이 어떻게 미술관 전시를 기획했을까? 김도윤 양(경기 수원시 광교초 6), 소예진 양(경기 수원시 수원효동초 5), 조혜린 양(경기 수원시 이의초 5), 이은지 양은 지난해 8월부터 경기 수원시 바른샘어린이도서관이 연 ‘나도 큐레이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전시 주제를 정해 작가를 섭외하고 작품을 설치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일 전시를 열었다. 초등생 작가들의 작품 총 21점이 설치된 이번 전시는 19일까지 열린다.

 

최근 전시장에서 어린이 큐레이터들을 만나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들어봤다.

 

 

기발한 아이디어 모아요

 

이 양이 자신이 기획한 주제인 ‘마법의 신발’에 대해 그린 작품 앞에 서 있다

 

황은화 서양화가에게 ‘그림을 이해하는 법’과 같은 미술 이론을 배운 어린이 큐레이터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전시의 주제를 정했다. 어린이들이 관람할 전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는 주변의 초등생에게 전시 주제에 맞는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했다.

 

하늘을 보며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 양은 주제를 ‘하늘의 위에’로 정했다. 별과 달을 의인화한 그림이 전시장에 가득하길 바랐다. 소 양이 생각한 주제는 ‘영화 속에 내가 들어간다면’. ‘이웃집 토토로’ ‘말레피센트’ ‘해리포터’ 등 자신이 재밌게 본 영화 속에 작가가 등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했다.

 

주제를 ‘마법의 신발’로 정한 이 양은 하늘을 훨훨 날게 만드는 신발을 신으면 어떤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했다. 김 양은 ‘우리 가족의 공간-집’을 주제로 삼았다.

 

작가 섭외부터 그림의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일까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어린이 큐레이터들은 끝가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큐레이터가 생각한 전시 주제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기발한 작품들이 모였다.

 

“섭외한 작가들에게 자신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중 한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해변’이 그려진 책상을 그림에 담았지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아이디어가 확장돼 기발한 작품이 나와 무척 뿌듯했어요.”(김 양)

 

 

튀는 작품은 앞으로

 

김 양이 자신이 기획한 주제인 ‘우리 가족의 집-공간’에 대해 그린 작품 앞에 서 있다

 

작품을 모은 큐레이터들은 네 가지 부분주제를 모두 아우르는 전시의 제목을 의논해 결정했다. 조 양은 “네 명의 상상력을 발전시켜 나온 전시이기 때문에 ‘생각의 틈 속에서’라고 이름 붙였다”고 말했다.

 

이제 전시장소에 작품을 설치할 차례. 큐레이터들은 전체 작품을 모아놓고 어떤 작품을 먼저 배치해야 관람객들이 전시를 재밌게 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색깔이 비슷한 그림은 멀리 떨어뜨리고, 가장 튀는 그림은 첫 번째 순서에 놓아 사람들이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이들은 전시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이 양은 “사람들은 작가가 전시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큐레이터가 기획부터 설치까지 도맡아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큐레이터들은 초등생들에게 “전시를 볼 때 큐레이터가 쓴 기획의도와 작품설명을 지나치지 말고 꼼꼼히 보면 전시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원=글 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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