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甲' 이상한 '乙'
윤인수 isyoon@kyeongin.com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제13면 작성 : 2014년 12월 17일 21:09:01 수요일
▲ 윤인수 문화부장
수원시 '저자세 갑질'·현산 '고자세 을질'… 왜?
시민에 위임받은 '甲권력'… 애매모호 태도 안돼
現産 "운영비등 일체지원 생각없다"고 했는데…
경인일보가 가칭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명칭과 현대산업개발 창업주 갤러리 입주에 문제가 있다고 첫 보도를 한 게 지난달 14일(2판 1면)이다. 현산은 수원시에서 대규모 아파트건설 사업을 하는 대가로 시립미술관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기부채납은 민간기업이 행정기관에 사업 인허가를 받는 대신 수익의 일부 환원을 약속하는 행위이다. 준조세에 가깝고 자진납세 형식을 취한다. 기업으로선 기부채납 규모 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절대 없다는 확신이 있고서야 가능한 행위이다.
이런 전제를 이해하면 기부채납 문화시설인 수원시립미술관 명칭에 현산의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갈 이유가 없고, 현산 설립자 갤러리 입주는 가당치 않은 것이다. 보도가 되면 곧바로 바로잡힐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보도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수원시는 '현산측과 의논해 봐야 한다'는 미온적인 태도로, 현산측은 아예 모르쇠로 버티고 있으니 해괴하다.
우선 수원시의 갑 노릇이 수상하다. 각 분야 권력들의 안하무인식 갑질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세태를 감안해도, 수원시가 기부채납 양해각서상 을인 현산을 대하는 태도는 요령부득이다. 당연히 소유권을 넘겨받을 기부채납 미술관에 '시립아이파크'라는 양립불가한 이름을 붙이고, 이마저도 수차례의 협의를 거쳐 획득한 성과라 강변한다. 기업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결정이라 변명한다. 스스로 기부와 기부채납을 오독하는 무지를 감수한다. 을의 입장에서 이처럼 말랑말랑한 갑이 또 있나 싶을 정도다.
현산의 고자세 을질도 이상하다. 현산은 애초에 설립자인 고 정세영 회장의 애칭을 그대로 가져다 '포니정 미술관'으로 짓자고 수원시에 제안했단다. 수원시는 난색을 표했다. 현산은 대안으로 '수원아이파크미술관'을 제시한다. 수원시가 시립을 추가해야 한다고 설득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 합의해 현재의 사달에 이르렀다. 사업 수익을 챙기는 대가로 수원시민에게 미술관을 진상(?)할 것을 약속한 현산이다. 을의 진상 태도가 이렇게 고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산은 다 챙겼다. 미술관 명칭에 '아이파크'를 새겼고, 최상의 자리에 '포니정갤러리'를 정위치시킨 설계도에 따라 미술관을 건립중이다.
미술관 기부채납과 관련한 수원시와 현산의 뒤바뀐 갑을 관계,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수원시 고위관계자는 엊그제 열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시민공청회에서 수원시의 저자세 갑질, 현산의 고자세 을질의 배경을 짐작케 하는 힌트를 흘렸다. 그는 "현산과 미술관 운영 및 사업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명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관을 인수한 뒤 현산과 관계청산만 남은 수원시가 현산을 붙잡고 이런저런 협약을 맺는다? 명쾌하게 설명하면 그만인 것을 해석과 추측에 맡기는 태도가 괘씸하지만, 그래도 선의로 해석하자면 이렇다. 시는 미술관을 인수하는 순간 막대한 운영 및 사업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것도 한해 두해의 일이 아니다. 그 부담을 누군가 대신해 준다면 감지덕지다. 시는 현산에 이런 기대와 희망을 품고 아이파크와 포니정갤러리를 양보한 것 아닐까. 사실이라면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기부를 염두에 두고 스스로 갑의 지위를 버린 셈이다. 현산의 도도한 을질도 이런 배경이라면 이해가 간다.
수원시의 모호한 태도가 이 때문이라도 또한 잘못이다. 미술관 운영과 사업비 기부를 원해 명칭과 갤러리를 내놓을 작정이라면 공개적으로 할 일이다. 시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일이 우선이요, 조건부 협찬을 원하는 기업들을 모아 기부규모를 경쟁시키는 것이 바른 절차이다. 수원시가 갑으로서 행사하는 권력은 120만 시민에게 위임받은 것이다. 모호하고 애매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면 현산측은 경인일보 기자에게 "미술관을 지어 수원시에 건네면 그뿐, 운영비 등 일체의 지원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인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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