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을 알려주는 오동잎이 뭘까요?
세금이 덜 걷히고 있는 것, 중산층과 서민의 구매력 고갈로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것, 가계부채와 국가채무가 늘고 있는 것, 모두 다 가을을 알리는 오동잎입니다. 우리 경제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찾고 중지를 모아 대비해야 합니다.
지난 9월 중순 경기도 용인시 제일초등학교에서 가을운동회가 열렸습니다. 6학년 2반 어린이 5명이 손을 잡고 똑같이 결승선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모든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희귀 난치병으로 달리기에서 늘 꼴찌를 하는 급우의 상실감과 좌절감을 덜어주려는 아이들이 마음씀씀이가 놀랍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의 양극화와 부의 불균형, 거기서 비롯된 사회 갈등과 성장 동력의 소진, 이 모든 문제를 해소하고 모두 함께 고루 잘사는 길을 아이들이 보여준 것은 아닐까요?
승자독식이나 강자독점 구조는 패자와 약자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승자든 패자든 강자든 약자든 모두를 공멸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패자부활의 통로와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는 틀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가 매우 어두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세월호는 왜 침몰했습니까? 사람보다 돈을 우선해온 우리 사회,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 우리 사회가 침몰시킨 것이라고 다들 말합니다. 우리 사회가 균형을 잃으면 세월호처럼 침몰할지 모른다는 많은 걱정이 큽니다. 배는 아무리 풍랑에 흔들려도 복원력이 있으면 침몰하지 않지만 복원력을 잃으면 쉽게 침몰합니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는 왜 복원력을 잃었습니까? 배의 무게 중심을 지켜주는 평형수를 빼내고 그 만큼 배 위에다 화물을 더 실어서 균형을 무너뜨린 결과입니다. 우리사회는 세월호와 닮아 있습니다. 사회의 저변을 이루고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상부를 이루는 대기업과 슈퍼부자는 갈수록 비대해지는 구조가 그렇습니다. 사회의 불안정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의 복원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비정규직은 늘고 정규직의 조기 퇴직은 빨라집니다. 납품단가는 낮추고 일감 몰아주기는 계속됩니다. 낮아진 법인세율은 원상복구 되지 않고 담뱃세와 자동차세 주민세는 올리려 합니다.
직접세 비중은 낮아지고 간접세 비중은 계속 높아집니다. 최저임금은 적게 오르고 대기업 임원 임금은 천문학적으로 높습니다. 금리는 낮고 전셋값은 올라갑니다. 이렇게 소득의 불균형과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 우리사회의 복원력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우리사회가 기울어지는 것을 여기서 멈추게 해야 합니다.
중산층과 서민과 중소기업은 허약해지고 슈퍼부자와 대기업은 비대해지는 공멸적 경제정책 기조를 대전환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중산층과 서민과 중소기업이 서있는 땅도 무너지고 결국엔 대기업과 슈퍼부자들이 서있는 땅도 서서히 잠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첫째는 중산층과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리는 예산편성과 세제개편입니다. 둘째는 나라의 장래를 좌우하는 보육과 교육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고 법률을 정비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 사건이자 권력형 비리의혹이 있는 MB정부 해외 자원개발 투자실패의 실상을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넷째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오동잎이 더 떨어지기 전에 강한 의지로 겨울을 대비해야 합니다. 이순신장군이 명량해전을 준비한 것처럼.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저는 죽지 않았습니다.”(尙有十二 微臣不死 )
박광온 국회의원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