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沈 시장→金 시장→廉 시장, 그리고 華城
심재덕 시장이 있어 화성은 부활했다. 서민 아파트 빨래가 널려 있던 곳, 그곳이 화서문(華西門ㆍ서문)으로 부활했다. 일제가 정한 도립 병원이 흉물스럽던 곳, 그곳이 화성행궁(華城行宮)으로 부활했다. 재래시장 주차장을 위해 콘크리트로 뒤덮였던 곳, 그곳이 수원천(水原川)으로 부활했다. 언제부턴가 백과사전에 실렸던 수원성, 그곳이 본래의 이름 화성(華城)으로 부활했다. 200년간 잊혀졌던 위대한 정조대왕의 숨결은 그렇게 심 시장을 통해 부활했다.
유네스코가 뭔지, 문화유산이 뭔지도 생소했다. 그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화성을 등재시키겠다고 뛰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세계적 규모의 성곽도 아니었다. 복원이라야 행궁과 부속 시설물 몇 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뛰었다. 그리고 1997년 목표를 이뤄냈다.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라는 책자를 근거로 밀어붙였음은 그 뒤에 알려졌다. 스스로를 '문화 시장'이라 말하던 그가 이런 말을 남겼다. "화성은 수원시민의 미래 먹거리다."
김용서 시장이 있어 화성은 완성됐다. 2만2천여㎡의 거대한 화성행궁광장을 복원했다. 흉물처럼 서 있던 우체국을 철거해서 가능했다. '鍾路'(종로)라는 이름의 이유였던 여민각(與民閣)을 복원했다. 30년 이상 장사하던 상가들을 철거해서 가능했다. 화홍문에서 팔달문에 이르는 천변이 복원됐다. '방석집'이라 불리던 퇴폐 업소들을 몰아내면서 가능했다. 동쪽 관문인 창룡문(蒼龍門) 주변도 복원됐다. 6·25 이후 터잡은 퉁수마을을 철거해서 가능했다.
집단 민원이라면 벌벌 떠는 게 민선(民選)이다. 그 중에도 주민 철거는 가장 예민하고 후유증 많은 일이다. 우체국, 상인, 술집, 빈민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우체국 철거에 수년이 걸릴 수 있었고, 빈민가 정리에 수백억이 들 수도 있었다. 소신과 배짱 없인 손댈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장애물들이 민선 3ㆍ4기 8년에 모두 정리됐다. '불도저'로 불리던 김 시장이 마무리 지은 일이다. 그가 이런 말을 남겼다. "수원은 관광 중심 도시가 돼야한다".
돌아보면 둘만한 라이벌도 없었다. 정적(政敵)의 상징이었다. 2002년 유세장에선 다신 안 볼 듯 싸웠다. 서로 '능력 없다'며 공격했고, '부패하다'고 공격했다. 전임자의 사업도 줄줄이 백지화됐다. 전임자의 사람도 예외 없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아주 흔하게 보는 선출직들의 '전임자 흔적 지우기'다. 그런데 딱 한 가지, 화성(華城)은 달랐다. '심재덕의 화성'이 그대로 '김용서의 화성'이 됐다. 심 시장이 만든 설계가 그대로 김 시장 정책의 밑그림이 됐다.
지금의 화성 뒤엔 이런 '정적들의 협력'이 있다. 이제 그 자리에 염태영 시장이 있다.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한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현재 먹거리'다. 그동안 화성 정책은 돈 쓰는 정책이었다. 민선 이후 들어간 복원 예산이 5천억원을 넘는다. 복원에 직접 투입된 예산만 그렇다. 인프라 구축 등의 연계 예산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공사중'이라는 푯말 앞에 허비된 시민의 고통도 계산되지 않았다. '언제까지 복원만 할 것이냐'는 불만과 '수원을 민속촌으로 만들거냐'는 불평이 십수년간 이어졌던 이유다. 그 오랜 질문-심ㆍ김 시장은 풀지도 않았고 풀 수도 없었던-에 답을 내야 하는 것이 염 시장이다.
그가 '수원 화성 방문의 해'를 하려고 한다. 화성 만들기를 화성 팔기로 바꾸는 일이다. 예산 투자를 수익 창출로 바꾸는 일이다. 과거 백성 더듬기를 현재 시민 챙기기로 바꾸는 일이다. 단 한 접시의 수원갈비라도 더 팔고, 단 1m의 지동 순대라도 더 팔려는 일이다. 생각하면 십수년전 심 시장이 얘기했던 '미래 먹거리'의 실천이고, 수년 전 김 시장이 얘기했던 '관광 도시 수원'의 완성이다. 그들이 가지 못한 '화성 관광 수원'의 마지막 꿈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올 초, 월스트리트 저널이 세계 20대 관광 도시를 선정했다. 거기에 수원은 없다. 311살 버킹엄 궁전의 런던(1위)은 있는데 218살 화성의 수원은 없다. 고적(古跡)의 도시 이스탄불(7위), 로마(14위)는 있는데 성곽의 도시 수원은 없다. 이제 그 속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은 아니어도 좋다. 2020년에 20위여도 좋고, 2025년에 10위여도 좋다. 일단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 시장의 '2016 수원 화성 방문의 해'가 그 출발일 수 있다.
물론, 그 출발선에 심 시장(유족), 김 시장, 염 시장이 함께 선다면 그보다 더한 그림은 없을 것이고….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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