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학교 앞 떡볶이 팔던 엄마 … 김청용 "그게 왜 창피해요"
[중앙일보] 입력 2014.09.23 02:40 / 수정 2014.09.23 02:47
17세 2관왕은 효자의 아이콘
금 따고 산소 찾겠다는 약속 지켜
"아빠 묘비에 메달 걸어두고 싶어"
“엄마, 아빠 산소 묘비에 금메달을 걸어 두면 안 될까.”
금메달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킨 아들의 심성은 변함없이 따뜻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2관왕에 오른 김청용(17·흥덕고2)은 22일 충북 청주시 가덕면 성요셉공원에 자리한 아버지(고 김주훈씨) 산소로 곧바로 향했다. 절을 올린 뒤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했던 술을 뿌렸다. 묘비에 금메달을 걸고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김청용은 산소로 향하는 길에 어머니 오세명(46)씨에게 부탁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까지 금메달 두 개를 땄으니 한 개는 아버지 곁에 두고 싶다고. 그러나 오씨는 “이번에는 안 된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딴 전국체전 금메달을 아크릴 판에 넣어 산소 앞에 뒀는데 햇빛을 많이 받아 변형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산소를 찾아 남편에게 “우리 청용이 잘 부탁해”라고 기도한 오씨는 착한 아들이 기특해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김청용은 인터넷상에서 ‘효자의 아이콘’으로 떴다. 아버지가 사격을 허락한 뒤 곧바로 세상을 떠났고, 당시 14세이던 김청용이 “엄마와 누나는 내가 지킬게. 꼭 호강시켜 드릴게”라고 약속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청용은 지난 추석 가족과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차 스페인에 있었다. 오씨는 딸 김다정(23) 씨와 함께 산소를 찾았고, 사진을 찍어 휴대전화로 보내줬다. 김청용은 ‘잘했네~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딴 뒤 산소로 찾아뵐게’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보름 만에 약속을 지켰다.
청주에서 만난 오씨는 “남편은 맑을 청(淸)에 얼굴 용(容)을 써서 아들 이름을 지어줬다. 늘 밝은 얼굴을 지니란 뜻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처럼 마음도 맑다”고 말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던 오씨는 김청용이 다니던 초등학교 앞 노점에서 떡볶이와 호떡을 판 적이 있다. 오씨는 “청용이가 친구들에게 창피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엄마 괜찮아요’라고 하더라”고 했다. 김청용은 “떡볶이를 좋아한다. 창피하지 않았다”며 “당시 엄마 팔에 붓기가 심했다. 설거지거리를 옮기는 일을 도와드렸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청용은 펜싱 선수가 될 뻔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도 대표까지 했던 아버지가 공부보다 힘든 운동을 반대했다. 비인간적인 체중조절이 필요 없는 펜싱부에 아들을 맡겼고, 이후 아들이 원하는 사격을 허락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갈비뼈에 금이 갔는데 세 시간 만에 하늘로 떠났다. 당시 어머니는 삭발투쟁을 하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병원과 맞서 싸웠다. 이 사연은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오씨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었다. 우울증에 걸려 1년 정도 외출을 못했다”며 “청용이가 ‘엄마, 머리카락은 또 기르면 되니 속상해하지 마’라고 위로해줬다. 누나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반도체 회사에 취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씨는 “청용이는 날 웃게 하려고 금메달을 따 왔다. 은메달을 따면 미안해했다. 자식들을 보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시 눈가를 훔쳤다.
김청용의 아버지는 개인택시를 했다. 주인이 바뀐 택시는 번호판을 바꾸지 않은 채 청주 시내를 돌아다닌다. 아시안게임 개막 전 김청용은 운명처럼 아버지가 몰던 택시를 탔다. 김청용은 “가족들과 ‘흑룡이’를 타고 자주 놀러 갔었다. 차량이 검은색이라 제 이름을 따서 붙여준 애칭이었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곤 이내 “경기 하다 실수한 것 같은데 10점이 나올 때가 있다. 비염도 심한데 사대에만 서면 희한하게 멈춘다. 아빠가 도와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힘들 때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빠 사진을 본다는 아들이다.
김청용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 2월 고교를 졸업하게 된다. 실업팀과 대학에서 러브콜이 쏟아질 것이다. 가족은 대학에 먼저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김청용은 “빨리 실업팀에 입단해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엄마와 누나 호강시켜 드려야죠. 그래야 하늘에 계신 아빠가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고 편히 쉬실 테니까요.”
청주=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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