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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한국형 ‘진보도시’ 만들기- 조명래 단국대교수- (기사 발췌: 2010년∙∙∙ 당시 수원시의 염태영 시장후보도 ‘사람이 반가운 수원’이란 기치를 내걸고 선거에서 선전을 했다.)

[월요논단]한국형 ‘진보도시’ 만들기- 조명래 단국대교수- (기사 발췌: 2010년∙∙∙ 당시 수원시의 염태영 시장후보도 ‘사람이 반가운 수원’이란 기치를 내걸고 선거에서 선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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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14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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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래 단국대교수

아시아권 주요 도시들에서는 최근 들어 사람중심 도시 만들기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진보도시론’이 빠르게 대두하고 있다. 이는 그간의 경제적 가치 중심의 외형적 도시성장에 대한 반성으로 ‘사람중심의 도시가치’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간주된다. 커뮤니티, 공공공간, 사회경제, 토속문화, 인권과 정의, 참여 거버넌스, 도시권리 등이 진보도시론을 구성하는 키워드들이다.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를 중심으로 진보도시 네트워크 만들기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서울 등 한국의 몇몇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람중심 도시 만들기가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작년 10월 아시아권 도시학자들이 서울시를 방문해 진보도시론을 확산시키는 데 서울시가 앞장 서줄 것을 요청했다. 중남미권에선 이미 2년 전에 브라질 상파로울가 ‘도시포럼’을 개최해 진보적 도시에 관한 담론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선 바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계기로 진보적 성향의 단체장 주도로 ‘사람중심 도시만들기’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시장후보로 출마했을 때, 한명숙 전총리는 서울을 ‘사람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타 후보와 차별을 기했다 당시 수원시의 염태영 시장후보도 ‘사람이 반가운 수원’이란 기치를 내걸고 선거에서 선전을 했다. 충남의 안희정 지사후보도 ‘사람중심 충남’을 으뜸 공약으로 내세웠고 재임동안 이를 이행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구차원에서 서울의 중구, 금천구, 성북구, 강동구, 광주의 광산구 등이 ‘사람중심 도시만들기’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적 성향에 구분없이 많은 후보자들이 ‘사람중심 도시만들기’를 내걸었고, 당선된 뒤엔 다양한 시책으로 이를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시정운영을 토건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옮긴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박원순 시장 하의 서울시다. 글로벌 경쟁력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종전의 시장과 달리 박원순 시장은 처음부터 사람, 마을, 공동체, 사회적 경제, 문화유산, 소통, 참여, 복원 등을 중심가치로 하는 시정을 펼쳤다. 이러한 도시적 실험에서는 외형적 화려함이나 경쟁력 보다는 토속성(the vernacular)과 일상행복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고 싱가포르 국립대 마이클 더글라스 교수는 지적한다.

진보도시는 장소의 번영 보다 사람의 번영을 우선으로 하는 도시다. 따라서 지배적인 제도 하에서 담보하지 못하는 사람의 가치를 도시주체들이 자의식적으로 복원하고 실현하는 것이 진보도시의 핵심이다. 최근 빌 드 블라지오(Bill de Blasio) 뉴욕 시장은 진보도시론을 내걸고 연방정치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복지, 의료, 주택, 일자리, 환경관리 등 모든 면에서 정치적, 제도적 경직성 때문에 연방정부가 하지 못하는 정책을 뉴욕에서는 보란 듯이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블라지오 시장은 그러한 뉴욕을 진보적 도시라 스스로 불렀다.

아시아권 도시들은 길게는 지난 40~50년간, 짧게는 10~20년간 급격한 도시 근대화를 겪으면서 화려한 물질적 성장과 장소적 번영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도시적 삶의 온전함, 사람중심의 도시가치, 도시의 역사적 정체성, 도시의 민주성 등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음이 목격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일부도시들이 시도하고 있는 사람중심 도시만들기는 ‘진보적 도시’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이는 한국의 또 다른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몇몇 도시들이 앞장서서 브라질 상파울로와 같은 진보도시 만들기 네트워크 혹은 포럼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정책경험을 국제적으로 공유하면서, 한국형 진보(사람중심)도시만들기 모델이 육성돼야 한다. 이와 함께 주민참여형 도시계획, 마을 만들기, 사회경제육성, 참여거버넌스 등 개별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진보도시를 위한 시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진보적 도시모델의 확산은 아시아 국가들의 도시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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