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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가겠다" "못보내겠다"… 커져가는 군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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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앞둔 청년·장병 가족들, 윤 일병 사건 이후 불신 쏟아내

일선 부대에 면회객 크게 늘어

폐쇄적 문화 개선 요구도 봇물

"저는 평범하게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청년입니다. 곧 군대에 가야겠지요. 윤 일병 사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은폐됐던 폭행사건들이 연이어 밝혀지더군요. 저는 군대가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렵습니다. 제가 그러한 곳에 꼭 가야 한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대학생 장모씨)

"지금 아들을 군에 보내 놓고 눈물로 밤을 새는 어미입니다.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들에게 열심히 하라고만 했네요. 하지만 요즘은 눈물만 납니다. 그 모진 나날들을 참고 견디며 하루하루 힘겹게 보냈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군장병가족 장모씨)

윤 일병의 구타 사망사고 이후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과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군대포비아'(공포증)가 극심해지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군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고 일선 부대에는 휴일을 이용해 면회를 오는 부모들도 크게 늘었다. 군대포비아를 해소하기 위해 군조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인권교육을 폭넓게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최근 입영을 앞둔 청년과 장병가족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평소에는 하루 1개 안팎의 게시글이 올라왔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게재되는 글이 10여개를 넘는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폐쇄적인 군대문화에 대한 불안감과 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내용이다. 현재 아들 셋이 군복무 중이라고 밝힌 한 원모씨는 "군대에서 폭행과 폭언이 비일비재한 것 같다"며 "부모 마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고 불안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군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선 부대로 면회를 오는 부모들도 부쩍 늘었다. 인천시 서구의 한 해병대 부대에 아들을 보낸 김모씨는 "지난달에 아들을 만났지만 윤 일병 사건소식을 듣고 불안해서 또 면회를 왔다"며 "이번에 부대장과 소대장 등 간부들의 연락처를 모두 받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박모씨는 "포항 해병대 한 부대에서 신병들에게 소변기를 핥게 하는 가혹행위를 했다고 한다"며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 간부들이 '모두 잘해준다'는 말을 했지만, 오늘은 간부들에게 부대생활을 상세히 물어보려고 한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소에서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장병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6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손자를 만나기 위해 면회소에 들른 한 할머니는 "자대 배치를 받으면 더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온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군대포비아가 확산되면서 군대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군대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는 '왕따', '폭력' 등 온갖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으며 피해 사례가 발생해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려고 해 근본적인 쇄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일병 사례 역시 군 검찰과 수뇌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윤 일병의 사망원인이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진 것'이라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으며 사건 발생 직후 28사단 장교들의 휴대전화를 거둬들이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윤 일병 유가족들이 군 검찰에 사건과 수사기록을 요청했지만 이를 수차례 거절하는 등 폐쇄성을 보였다. 성주목 변호사는 "군이 너무 폐쇄적이어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군대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강화하고 민간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대 내에서 인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에서 폭력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장병들에게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며 "형식적이며 일회성이 돼선 안 되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보편적 인권의 중요성을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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