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처는 졸속행정의 표본이었다.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수원, 성남, 용인, 고양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버스를 보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요 정류장에 나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대책이 없었다. 아무리 안전을 위한 조처라지만 준비소홀로 인해 시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자체마다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시민들이 겪을 불편을 예상하지도 못했느냐는 것이다.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운행 전면 금지가 논의된 것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다.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 불감증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승객의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논의가 이뤄진 다음달인 5월에 입석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때만 해도 광역버스의 증차를 계획 중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장담했다. 그러나 시행 첫날 증차 댓수는 약 137대에 불과했다. 입석승차 인원이 하루 평균 1만5천명임을 감안했을 때 1만명에 가까운 인원을 소화한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두 달이 넘도록 입석 승객을 해소할 확실한 대책이 없었음을 보여주었다. 한달간 공무원들이 현장을 확인한 후에 후속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야말로 조록의 표본이다. 증차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해도 갑자기 늘어난 차량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도로가 막히는 것은 또 어찌할 건가. 그래서 대책으로 등장한 것이 광역버스 요금의 인상 검토다. 이쯤되면 모든 책임을 승객들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출퇴근 시간 이외에 텅 빈 버스는 또 어쩌자는 건가. 버스회사의 볼멘 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교통대책은 국토교통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광역단체가 공동으로 운영 중인 수도권광역교통본부가 설치돼 있다.
3개 시도가 번갈아가며 본부장을 맡는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 파견나온 공무원들은 지역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기 어렵다. 3개 시도 단체장들도 문제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수도권 교통문제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공약들이 제시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가 함께 차근차근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