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러가지의 칸 ===/◆무궁화,효.환경(날씨...).복지.교육.여성.종교

'생활비보다 사람 발길 끊긴게 더 힘들어' 한탄

'생활비보다 사람 발길 끊긴게 더 힘들어' 한탄
[급증하는 홀몸노인 고독사] ①대화를 잃어버린 할머니
데스크승인 2014.03.11  | 최종수정 : 2014년 03월 11일 (화) 00:00:01   
   
▲ 수원시 한 주택에 홀로 사는 신복순(81) 할머니가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전기장판의 전원을 연결하지 않은 채 냉기가 가득한 방에 앉아 있다. 강제원기자

최근 세모녀가 작은 지하방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최소한의 방패막이 역할조차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부일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노인사업의 현 실태와 사업의 필요성, 대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대화를 잃어버린 할머니

지난 9일 낮, 수원시 세류동의 한 주택. 

신복순 할머니(81)가 한동안 난방을 안해 한 낮인데도 방석이 없으면 앉지 못하는 골방에 우두커니 앉아 현관만 바라보고 있었다.

문 틈으로 봉사자의 기척이 들리자 할머니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봉사자를 맞았다. 

웃음을 잃은 줄 알았던 할머니의 얼굴에서 어색한 미소가 번졌다.

할머니는 “매번 와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집이 너무 추워서 죄송하다”며 자신의 온기가 담긴 방석을 내밀었다.

신 할머니가 하루에 바깥을 왕래하는 시간은 파지를 주으러 나가는 2~3시간 뿐이다. 

그 짧은 시간이 신 할머니가 세상과 대화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평소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보니 일주일동안 한 마미도 하지 않고 지낸적도 적지 않다.

신 할머니의 한 달 생활비는 달랑 9만8천원. 

노령연금으로 나오는 10만원 남짓의 돈으로 가스비, 전기세, 수도세, 식비 등 모든 생활비를 감당해야 한다. 

집에 있는 쌀이 떨어져 없어질까봐 노심초사하며 하루에 한 끼조차도 못 먹고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

신 할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언니를 대신해 키운 조카가 어느덧 자라 결혼도하고 생활비도 간간히 보내왔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그 마저도 끊겼다.

신 할머니는 생활비보다 간간히 안부를 물어오던 조카의 연락이 끊긴 것이 더 아쉽다고 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어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던 할머니에게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왔다. 

봉사자들은 한 달에 2번 씩 꼬박꼬박 찾아오고, 반찬이나 도시락이 생길 때면 밤 늦게라도 찾아와서 전해줬다.

봉사자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잘 있는 지 안부를 물어줄 때면 조카 생각이나 홀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할머니는 “이렇게 찾아와 챙겨주고 말동무도 되어주니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행복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올해부터 홀몸노인돌봄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그나마 할머니를 찾던 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겼다.

신 할머니는 문을 나서는 기자 등 뒤로 “높으신 분들이 우리처럼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봉사자들을 계속 만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신 할머니의 집을 나서자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추위 탓인지 굳게 여민 코트속이 유난히 춥게 느껴졌다.

구민주기자/kmj@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