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3일 오후 6시께 수원시 장안구 주택가 골목길.
기초생활수급자 송수자할머니(70ㆍ가명)가 폐지가 반쯤 실린 손수레 무게도 힘에 부친 듯 비틀거리며 골목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그러다 20m앞 전방 전봇대 옆에 쌓인 폐휴지를 발견하자 급한 마음에 속도를 높이다 골목에서 나오는 차량들의 경적소리에 깜짝 놀라면서도 결국 폐지를 손수레에 더 실었다. 이어 송 할머니는 길 건너편 주택가로 장소를 옮기려 멀리 떨어진 왕복 8차선 도로 횡단보도 대신 지름길(?)인 무단횡단을 선택했다.
땅거미가 지면서 어두어진데다 검은색 점퍼를 입은 탓에 운전자들이 송 할머니를 보고 경적을 울려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손수레를 끌며 도로를 건넜다. 이처럼 송 할머니는 작은 폐지 한 조각를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12월 야간 운전차량 사이드미러에 부딪힌 손등이 아직도 욱씬거린다는 송 할머니는 “눈도 안보이고 소리도 잘 안들려 위험한지 알지만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월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폐지수집 어르신들의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지만 송 할머니처럼 폐지를 주어 근근히 생계를 꾸려가는 경기도내 노인들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
3일 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8천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내 65세 이상 기초수급자 노인을 대상으로 희망손수레 210개와 실버카 110개를 지원한 것을 제외하곤 현재 도내 폐지수집 노인들을 위한 별도의 안전 대책 마련은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 대전 등 타 지역이 폐지수집 노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마련,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1월 재활용품 수집ㆍ관리인 지원조례가 제정됐으며, 대전시 역시 교통약자 교통안전 교육과 야광점퍼 지급 등을 포함해 15개 시책을 통해 교통안전대책을 추진 중이다.
도는 최근에서야 안전행정부로부터 폐지수집 노인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고 지난달 22일 시ㆍ군에 폐지수거 노인 인원현황 및 지차체별 실정에 맞는 안전대책을 강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이들 노인들을 위한 조속한 안전 장치 마련이나 지원 조례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폐지수거 인원에 대한 현황과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은 인정한다”면서 “기본적인 현황이 파악되는데로 추경 등을 통해 안전장치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