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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시인 수원시인상 수상

임병호 시인 수원시인상 수상

'시 중독자' 임병호 시인 수상 영예

등록일 : 2014-01-25 11:20:03 |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임병호 시인은 수원 문단의 기둥이자 주춧돌입니다. 따라서 이번 수상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본인이 수원시인협회를 창립하고 지난해까지 회장으로 봉사한 까닭에 수상을 극구 사양해왔기 때문이지요." 
-수원시인상 선정 경위 중에서 

참가 문인 일부


제3회 수원시인상 수상식이 24일 오후 6시30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렸다.수원시인협회 주최로 거행된 이번 행사는 지난해 김우영 시인에 이어 올해는 수원 문단의 거목 임병호 시인이 수상했다. 경기도를 중심축으로 하여 활동하고 있는 문단의 문인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는 축제가 끝난 후에도 늦은 밤까지 소통하며 축하의 자리를 가졌다.

"그는 평소 ‘시는 서정이다’라고 말합니다. 험한 세상 풍진세상도 그에겐 모두 詩가 있는 자리요, 시인의 마음입니다. ‘시가 쉽게 써지는 날은 세상보기가 미안하다/ 그래도 시가 안 써지는 날은 인생이 허무하다’라고 詩 ‘허무제’에서 밝혔듯 그는 시를 늘 가슴에 품고 삽니다. 시는 그의 삶이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수원시인협회 김우영 회장의 말이다.

임병호 시인(왼쪽)과 김우영 회장


김우영 시인은 그에게 ‘시 중독자’란 별명 하나를 지어주었다. 이유가 있다.
평소 임 시인은 다작의 시인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벌써 16권 째 시집을 냈으니. 그렇지만 시인들은 이구동성 자연 인간 세월 우주 그리고 죽음 그 너머의 세계까지도 노래하는 그의 詩세계는 결코 가볍거나 만만한 시가 아니라고 말한다.

축사에 나선 한국 현대시인협회 회장 손해일 시인은 “수풀 림 두 개가 들어있는 林에서 나무 木자 하나가 더 첨가되면(森) 거대한 숲을 이루듯 정글처럼 더 풍성한 시를 쓰시기를 기원한다.”고 했고,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정순영 시인은 “이제야 수원시인상을 받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하여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경기지역회장 정성수 시인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시인이요, 경기도를 대표하는 훌륭한 업적에 더해져 그동안 꾸준한 봉사까지 펼쳐옴으로서 모범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수상소감에 나선 임병호 시인은 “수원의 하늘과 땅, 산천초목, 수원의 인정이 내 시심의 원천이다.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이다”라면서 “수원은 나에겐 문학의 고향이다”라고 덧붙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문단의 선후배들은 그의 업적을 찬사하고 그의 시를 낭송하며 훈훈한 정을 헌정했다.

시상식 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임시인이 건배사를 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이른바 문학인'은 넘쳐난다. 아니 글과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터이다. 그 속에서 참된 시인들은 언어를 끝없이 절차탁마해 세상에 내 놓는다. 그 순간 詩는 소통의 도구가 되어 불특정 다수의 삶속으로 투과된다. 이 시점에서 시대를 잘 탄 시인은 곧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할 것이고, 운을 타지 못한 시는 안타깝게도 세속에 뭍이고 말 것이다. 

지난해 시장에 나온 신간이 4만종이라 하니 사실 뜬다는 것은 참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시인들은 오늘도 시심을 찾아 어딘가에서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대중들은 여전히 오늘도 인기 작가만을 찾는 쏠림 현상으로 치우칠 것이 분명하다. 시인들에겐 미안하게도.


6년 만에 열한 번째 시집을 낸 팔순 시인 신경림은 얼마 전 일간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얼마 남지 않은 내일에 대한 꿈도 꾸고 내가 사라지고 없을 세상에 대한 꿈도 꾼다’고. 난 이 한줄 행간에 당시 무척이나 감동받았다. 시인들은 모두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수원시인상을 수상한 임병호 시인 역시 ‘歲寒圖(세한도) 밖에서’란 시에 그의 인생관을 담아냈다. 행간에 담긴 의미를 꼼꼼히 되새기며 이 땅의 모든 시인들의 건필을 빌어본다.

歲寒圖 밖에서
                                        임병호

일찍이 떠나오고 싶었다, 스스로 圍離安置 되었으니

가시 울타리에 연록 피우고 그 푸른 그늘에서 쉬겠다

탐라섬 전설처럼 살겠다, 북극성 빛나리니 그리 알라

오름길 억새꽃들 휘날리면 생각하라, 내 손길이라고

서귀포바다 파도소리 보이거든 발자취로 알라, 그대여

이승 저승 오고가는 바람으로 머물겠다, 뭍일랑 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