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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성 논설실장 |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練武洞). 화성 동장대(東將臺)가 있고 이곳에서 군사훈련과 무술연마를 하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기신문은 이런 연무동의 255-19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1일부터는 공부(公簿)상에서 이 같은 주소가 사라지고 새로운 도로명주소가 등장한다. 약 100년 만에 ‘지번주소’가 ‘도로명주소’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라지는 동(洞)이름이 2만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번주소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 근대적 토지제도를 확립한다는 명목 하에 토지 수탈 및 조세징수의 목적으로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이 1918년 완료되면서 부여한 지번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 이전 우리의 주소체계는 도로를 중심으로 건물마다 번호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시행해서다. 도로명을 이용해 건물마다 번호를 부여하고 집이 5채가 되면 하나의 통으로 묶는 통·호(通·號)방식을 사용했다. 이런 주소체계가 한 세기 만에 부활한 것이다.
도로명주소는 응급상황 시 소방·경찰 등의 대처가 용이해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신속히 보호를 할 수 있고 나아가 물류 개선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혼돈이 심한 모양이다.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기존 지번주소를 굳이 왜 바꾸는지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요즘 같이 내비게이션으로 집을 다 찾아가고 생활에 아무 불편이 없는데 4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왜 들이는지도 궁금해 하며 불평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우리말 동네이름과 역사와 의미가 담긴 동(洞)명이 사라진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1년부터 230억원의 홍보비를 쏟아 부었지만 현재까지 우려와 혼란스러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은행·홈쇼핑, 카드회사 사칭한 보이스 피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존 주소를 도로명주소를 바꿔준다며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여년만의 주소 체제 개편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정착되겠지’ 하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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