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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지킴이 김대술 신부, ‘바다의 푸른눈동자’ 출간

 

노숙인 지킴이 김대술 신부, ‘바다의 푸른눈동자’ 출간
“6·25와중에 애비, 에미 다 죽어 집도 절도없이 떠돌다 형님과 동생, 누이 모두가 노숙한다. 누구는 애비 잘 만나 날마다 밤마다 밤의 대통령, 총부리로 한 몫 잡아 토악질 심해 금수강산 욕 보인다.”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장인 김대술 신부(55)가 수 년간 수원역 노숙인과 함께 생활하며 겪은 애환을 투박하지만, 희망섞인 간결한 문체로 시의 형식을 빌어 ‘바다의 푸른눈동자’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2011년 시와 문화을 통해 등단한, 지금은 시인이라는 호칭이 부끄럽기만한 김 신부가 시집을 출간한 이유는 노숙자들의 애환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 그들도 우리처럼 늘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과 딸을 그리워하는 부창부수라는 점을 일반인들에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다.

노숙자가 되기까지 그리고 현재 노숙자인 신세를 벗어나 부모, 자식 그리고 영원히 사랑하는 아내에게 다가가기 위해 번민하고 노력하는 인생의 굴곡진 아픔을 조금이라도 알아달라고 하소연하며,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식구’들을 향한 그리움을 담았다.

그래서 시집의 제목도 ‘바다의 푸른눈동자’로 정했다. 노숙자들에게는 한 시간 거리의 푸른 물결이 춤추는 화성의 바닷가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지금의 노숙인 신세보다 과거 말끔했던 옷차림과 식구들로부터 버팀목으로 인정받던 자신을 회상하며,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애절한 동경의 마음을 시집은 고스란히 담았다.

‘노숙 100년사’ 제하의 시는 과거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인한 노숙인에서, 현재는 자의가 아닌 정리해고 등 타의에 의한 부정적 사회현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노숙인의 신세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사회병폐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 신부는 노숙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로까지 규정하고 카드빚과 신용불량 등으로 차디찬 지하철역 바닥에 몸을 뉘어야하는 노숙인의 고단한, 그러나 사회에 반항적일 수 밖에 없는 현재 노숙인의 역사를 ‘찬란한 역사의 후손들’이라는 역설적 시어로 끌어올렸다. 노숙인에 대한 역설적 표현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시각으로 노숙자 문제를 풀어보자는 간절한 시인의 마음이 투영돼있다.

총 143쪽에 노숙인의 애절한 삶을 63편의 시로 압축해 담은, 김대술 신부의 바다의 푸른눈동자 시집은 도서출판 시와문화에 의해 출간됐다.
책 가격이 수원역을 지나는 행인 수 십명에게 구걸해 노숙인들이 그렇게 갈망하는 한 모금 소주 또는 막걸리 한 잔 가격인 1만원이지만, 시집은 노숙인들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김대술 신부는 “시집을 내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나 자신의 용기가 노숙인들에게는 또 다른 용기를 마음 속에 품게하는 밑거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첼로를 연주하는 손녀를 그리워하면서도 다가갈 수 없었던, 노숙인 할아버지의 피맺힌 한(시집 93쪽 연안실에 흐르는 첼로)을 알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수원역 노숙인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시집 ‘바다의 푸른눈동자’ 판매 수익금 전액은 노숙인들의 귀농, 귀어촌에 사용될 예정이다.
(수원=뉴스1) 윤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