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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범 수원시청 미래비전과 분권팀장 |
자연 현상과 경치를 주제로 그린 산수화(山水畵)에는 여유로움, 넉넉함, 그리고 배려가 담겨있다. 그래서 우리는 산수화를 들여다보며 복잡하고
머리 아픈 현실에서 탈피해
그림 속에 녹아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경기도에서 산수화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오산·수원·화성' 3개 시를 아우르는 이 신조어는 주로 통합, 상생, 협력, 미래, 발전 등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산수화에는 동양화 속 여유로움도, 넉넉함도, 배려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산수화
지역은 역사적, 공간적으로 하나의 지역 공동체였지만, 현재는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행정구역 분리를 통해 독립된 지방자치단체로서 각각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3개 시의 미래는 어떠할까? 민선 6기 지방
선거를 6개월여 남긴 지금의 현실은 답답할 따름이다
오산·수원·화성
시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3개 시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워 모두 당선됐다. 3개 시의 통합으로 발생될 시너지 효과는 시장후보들에게는 무한한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난 뒤 어떤 시는 찬성에서 중립, 어떤 시는 아예 통합을 반대하는 등 큰 입장의 변화가 있었다. 정치적 득실 때문에 너무 쉽게 공약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지역정치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3개 시는 작년 지방행정체제개편위 통합 권고지역에서 결국 제외되고 말았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통합 시도가 무산된 이후 그동안 통합을 번번이 반대해왔던 시에서 '상생협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래서 통합을 전제로 했던 3개시 공동연구용역도 상생협력으로 바뀌었고, 지난해 11월 9일에는 3개 시장이 상생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뒤늦은 상생협력보다 공약에서 내건 3개 시 통합을 좀더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연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라도 산수화가 풍겨내는 여유로움, 넉넉함, 그리고 배려를 다시 찾아야만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여유로운 시각으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넉넉하게 경청하고, 상대 지역에 대한 배려로 상생협력을 진지하게 논의하자. 각 지역의 문턱을 낮추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자. 상생협력에 대한 논의는 미래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우리 후세들을 위한 진정한
고민이 돼야 한다. 3개시 상생협력을 통한 잠재력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실제 구현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함께 따져 보자.
/오민범 수원시청 미래비전과 분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