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의 시민운동으로 촉발된 수원천 복원사업이 시장인 그의 손으로 완공 테이프를 끊게 됐다. 장장 20여 년(1995년) 만이다. 출발 당시 염태영은 젊은 환경운동가였고, 이제는 수원시장에 앉아 완공의 감회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원천의 복개와 복원 사이는 실로 멀고도 험악했다. 오락가락 하는 사이 수원천의 뒤안길에는 숨겨진 사연도 많이 쌓였다. 지방자치 초에는 그만큼 어리석었다. 의회는 말발도 셌고, 시장의 주장을 맘대로 조종했다. 아무튼 수원천 복개와 복원을 오르내린 돈의 낭비는 자그마치 600억원을 날릴 만큼 손실이 정말 컸다. 염 시장이 복원 완공 감회에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원시는 수원천 복원 기념 축제를 21일(내일) 열기로 했다. 지동교 광장서 시민 힘으로 되살린 수원천을, 많은 시민과 함께 보람을 만끽하자고 염 시장은 외치고 있다. 이제 고인이 됐지만 당시 수원시장이던 고 심재덕이 거리의 운동가 염태영의 뜻을 받아들인 공로로 영적으로나마 이날 축제에 초청될 예정이다. 두 사람이 수원을 아끼는 진심은 누구에 비할 수 없이 남달랐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수원천 복개와 복원 과정에서 역사적 화제는 너무나 많기에 수원사(史)에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수원의 그 역사를 잊어버리고는 현실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230년 전 정조의 수원행 능행차는 수원사람 눈물을 흠뻑 짜냈다. 효의 도시로 출발하게 만들었고, 정약용의 현대 건축기술을 찾아내는 계기도 됐다. 우리는 수원천 복원 완공 축제를 무엇보다 뜻있게 평가하고 싶다. 수원천은 여느 하천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수원천을 둘러싼 우리 ‘효’문화의 본질 발굴은 그 자체가 ‘수원’이다. 서울의 청계천 복원과는 뿌리부터 다르다. 힘든 복개를 그 많은 돈을 소비하면서까지 굳이 걷어내야 하는 싸움은 이유가 있었다. 화성행궁의 연장선상에서 수원천의 복원화는 옛 그대로이어야 옳다. 서울 청계천은 어쩌면 미(美)의 상징처럼 복원 아닌 조화와도 같은 기술이다. 수원천은 그러나 옛 그대로를 살리는 ‘복원’이란 데서 차이가 엄청나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시민의 욕구가 앞으로 얼마나 관리될지 커다란 관심사다. 특히 수원천은 수원의 중심상가를 관통하면서 허접한 것들이 모이는 상권의 요새다. 그 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염태영 시장이야 그렇다 치고, 앞으로 역대 시장뿐 아니라 시민의식을 높이는 새로운 수원천 관리의 패러다임이 필요할 정도다. 더구나 화성행궁으로 연결되는 버스전용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화성’ 일대가 국제관광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권의 중심지대로 인구의 변화 확대는, 관광객 왕래가 매우 번잡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청계천은 차라리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위적 공법이 도입돼 이 같은 우려는 덜하다. 수원천은 그러나 자연을 토대로 하는 환경 중심이어서 관리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렵사리 이루어놓은 20년의 공든 탑이 잘 관리돼 역사 문화의 도시미관을 살리는 각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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