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운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찜통 같은 습기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날마다 최고 온도 기록을 갈아치웠죠. 그런가 하면 한낮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어 한밤중처럼 어두워지는 등 이상한 날씨가 계속됐는데요. 무더운 나날이 연잇다 보니 냉방기구가 쉼 없이 가동되었고, 그에 따른 전력난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로는, 만약 인류가 에너지 절약이나 온실가스 절감에 대한 고민 없이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지구의 온도가 섭씨 4도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상황이 우려된다면 뭔가 변화가 있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9월 한 달 동안 석유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경기도 수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2013 수원 세계 생태교통 축제'(이하 수원 생태교통 축제)인데요. 축제를 즐기듯 보고 듣고 느끼며 자연스레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이하 사진='2013 수원 세계 생태교통 축제' 홈페이지]
일단 생태교통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생태교통(EcoMobility)'이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의 배출 저감, 에너지 소비의 절감을 지향하기 위해 사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자전거, 수레 같은 무동력 이동 수단, 친환경 전기동력 수단, 버스·기차·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 그리고 두 발로 걷는 방법 등이 있죠.
또 생태교통은 대중교통과의 효율적인 연계를 통해 장애인·노약자·어린이 등 어느 계층도 소외받지 않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을 말합니다. 모든 사회계층이 이용 가능한 친환경 교통체계가 바로 생태교통이라 할 수 있죠.
수원 생태교통 축제는 '생태교통'을 테마로 한 세계 최초의 축제입니다. 축제 기간 중 자동차 없는 거리를 경험하실 수 있는데요. 아이들은 안전하게 놀 수 있고,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동차에 대한 걱정 없이 페달을 밟을 수 있습니다. 넓은 보행자 공간은 사람들로 하여금 걷기를 즐기게 해주죠. 이 밖에도 인라인스케이트·세그웨이·대중교통 등의 다양한 생태교통 수단을 이용해볼 수 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수원시 행궁동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위치한 곳이죠. 보행 환경 개선과 생태교통 시범 사업을 통해 역사, 문화, 환경이 한데 어우러진 상징적인 지역으로 발전하게 될 텐데요.
국내외 관광객들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가로(街路)환경 정비로 쾌적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 이미지 구축, 구도심지 내 균형 개발 등을 거쳐 더욱 많은 이들이 찾는 도시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그럼 이번 축제에서 눈여겨볼만 한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개막식 축하공연]
수원 생태교통 축제의 체험관은 이색 자전거 체험장, 녹색 이동 체험관, 그린 놀이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야외 광장에 마련된 자전거 체험장에서는 유아용 자전거부터 여럿이 탑승할 수 있는 가족용 자전거, 장애우를 위한 복지 자전거, 손으로 폐달을 돌리거나 누워서 타는 자전거, 온몸을 이용하거나 옆으로 나아가는 자전거, 동물 모양의 2인용 자전거 등 여러 종류의 자전거들이 있어요.
전시장 내 시승 행사장에서는 일반형 자전거부터 최첨단 하이테크 기술로 만들어진 자전거 등을 직접 타볼 수 있는 '자전거 데모바이크(시승행사)'도 진행되죠.
[자동차 없는 거리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행궁광장 전시 체험관에 위치한 녹색 이동 체험관은 '그린 윙(Green Wing)'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과 정책, 국민 실천 내용을 다양한 체험물로 제작해놓음으로써,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이 기후 변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쉽게 즐기면서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의 장입니다.
[다양한 생태교통 수단을 체험해보는 관람객들]
녹색 이동 체험관은 친환경 성장의 필요성과 비전을 영상 및 모형으로 소개하는 '그린 타임머신', 친환경 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그린랜드'와 ‘그린놀이터’ 등으로 나뉘며,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 수처리 등 대표적 녹색기술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린 타임머신은 초장축 무진동 5톤 특장차 내에 설치한 영상관인데요. 깨끗했던 지구가 경제성장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로 인해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의 몸살을 앓았으나, 지속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2020년 다시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은 과정을 영상과 작동 모형을 병행하여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줍니다. 이 밖에도 녹색 이동 체험관에는 관람객이 직접 조작 및 작동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게임 들이 갖춰져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휠체어 체험]
또 다른 추천 프로그램은 '산책'입니다. 먼저 골목 산책 코스가 있어요. 1코스는 장안문에서 출발하는 화서문 옛길을 테마로 한 산책길입니다.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길이죠. 2코스의 테마는 화서문에서 출발하는 나혜석 유적지입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8)의 고향 마을을 걷는 산책길이죠.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산책길 투어는 10시, 11시, 14시, 15시에 진행되며 무료입니다. 생태교통 마을 해설사와 동행하며 산책길과 얽힌 역사 이야기를 들어볼 수도 있답니다.
[골목 산책 코스(왼쪽)와 정조대왕과의 산책 코스]
다음 코스는 '정조대왕과의 산책'이라는 길입니다. 행궁광장에서 출발하여 정조로, 화서문로, 제2공연장, 제일 교회, 제1공연장을 거치는 코스죠. 매주 일요일 13시부터 14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이 길은 정조대왕이 김포의 장릉을 참배한 후 부평과 안산을 경유해 아버지의 현릉원을 둘러 화서문으로 통해 화성행궁으로 돌아오던 행로였다고 해요. 한 걸음 한 걸음 산책길을 걸으며 옛 정조대왕의 보폭과 걸음의 속도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수원 생태교통 축제에서 강연을 펼친 도보 여행가 김남희 씨]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인류 생존 역사상 가장 급격하게 일어난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짧은 시간 내에 많이 변했다는 사실 때문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인간은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지구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나 지구의 움직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좀 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원 생태교통 축제는 참 좋은 행사가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