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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 읽기] “생태를 부탁해”

[조두호의 이미지 읽기] “생태를 부탁해”
조두호  |  webmaster@kyeonggi.com

   
 
“동태를 생태로 속여 팔아…가격차 최대 5배”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이다. 혹시라도 ‘생태탕’을 즐겨 드신 분들이 있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근래에 당신이 먹은 생태탕의 대부분이 동태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생태전문 식당에서 비양심 판매행위를 벌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생태의 포획물량이 계절에 따라 다르다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생태와 동태는 글자 하나 차이임에도 작지만 큰 다름이 존재한다. 생태는 명태의 생물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명태를 얼린 것이 동태다. 이 둘은 같은 몸이나 보관 상태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며 맛 또한 다르다. 육류도 얼린 것보다 생고기가 더 부드럽고 육질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지 않던가. 그 미세한 맛의 차이 말이다.

왜 생태나 동태처럼 먹는 음식가지고 운운하냐 하겠지만, 요즘 이 생태란 녀석이 여기저기서 거론되는 뜨거운 이슈이기에 불현듯 ‘가짜 생태탕’ 뉴스가 떠올랐다. 먹는 생태도 중요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바로 주변을 둘러싼 생태(ecology)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환경을 일컬어 생태라 하는데 자연생태, 도시생태, 사회생태 등 다양한 구조에 병열로 사용된다.

   
 
불과 100년 전만해도 자연생태는 그저 인간이 사용하고 소비하는 대상이었다. 인류를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무한의 오아시스라고 할까. 하지만 지구온난화, 오존층파괴, 자연재해 등 각종 문제가 대두되면서 생태는 한계에 달했고 이제는 공존해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대상으로 변모했다. 과거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본 자연생태의 역습에 인간은 인류 전체의 존망을 건 전쟁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이미지의 모습은 바로 그 전쟁터. 수원시 장안구 행궁동에 위치한 신풍로와 화서문로의 기존 도로를 들어내고 새로운 보도블록으로 교체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7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교회를 배경으로 특화거리 조성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내걸렸다. 몇 달 후면 이 곳에서 ‘생태교통 페스티벌’이 펼쳐진다고 한다.

9월 한 달간 도보와 자전거를 비롯해 태양력이나 풍력 등 친환경적 에너지로 이동하는 소위 생태교통을 구현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자동차에 길들여져 있는 시민들에게 생태교통은 반대로 폭력적일 수 있다.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편리한 교통수단을 포기하라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하겠지만, 하필 자신의 동네에 일이 닥칠 경우 맹렬히 반발하는 이중적인 사고를 갖는다. 생태와 인간의 소통을 통한 공존의 모델은 단순히 형식적인 변화를 꾀해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지속적인 교육과 인식개선 사업을 통해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동태가 아닌 생태가 될 수 있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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