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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세로 구두닦으며 봉사하는 한금정씨_ (수원시청 옆에서 24년간 구두닦이를 하며 봉사활동 펼쳐 )

낮은 자세로 구두닦으며 봉사하는 한금정씨

수원시청 옆에서 24년간 구두닦이를 하며 봉사활동 펼쳐

등록일 : 2013-03-04 14:59:47 |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제가 어릴 때 너무 고생을 하고 살았습니다. 아버님은 저희 4남매를 놓아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셨죠. 저는 13살부터 쟁기질을 하면서, 어린 동생들을 키워야만 했습니다. 아마 그 때 제가 고생을 심하게 한 것이 늘 마음이 아파, 주변에 불우한 청소년들을 보면 모두 자식 같은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가봅니다”

수원시청 옆 견인차보관소 담장 밑에서 24년 째 구두를 닦고 있는 한금정(남, 58세)씨. (사)수원시 자립청년회 총회장 직을 맡고 있다. 남을 돕는 것이 즐거워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경기협회 수원시지회’ 후원회장을 겸임하면서. 
한금정씨는 구두를 닦는다. 요 며칠 문이 닫혀있다 했더니 몸살, 감기로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수원시청 옆에서 24년 째 구두를 닦으면서 남을 돕고 있는 한금정 회장

 
천성이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해

“저희 어릴 적에는 정말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그렇게 배가 고프면 개울물을 마시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고구마 한 개를 깎아먹고 하루를 보내고는 했죠. 어머니께서 장애인이셨는데도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해, 저도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배운 듯합니다.”

구두를 닦으면서도 즐거워하는 한금정씨는 천성이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만 같다. 옛말에 ‘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것인 옛 말일 뿐이다. 요즈음은 자신이 많이 갖고 있어서 남을 돕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려운데도 작은 것이나마 남을 위해서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훈훈한 것은 아닐까?

“저희 협회 회원이 한 110명 정도 됩니다. 그 중에 봉사를 하는 회원들은 90명 정도가 되죠. 다들 어렵게 살지만 그래도 남을 돕는다고 하면 모두가 앞장을 섭니다. 아마도 자신이 어렵기 때문에, 남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영업장에는 늘 모금함이 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많은 도움을

한금정 회장은 일 년에 한 두 차례씩 회원들이 정성을 모아,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비록 많은 돈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도움을 받는 청소년들은 곧게 자라고 있다는 것.

“25여 명에게 한 달에 5만원씩 통장에 넣어줍니다. 그 돈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쌀밥에 고깃국은 먹지 못해도 굶주리지는 않죠. 아이들이 살기가 힘들면 탈선을 하고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희가 도움을 주는 아이들은 모두 훌륭하게 자라고 있어, 그 아이들에게 정말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난 해 가을에도 회원들이 봉사를 하고 모은 돈 2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올 5월 중에도 회원들을 모아 봉사를 할 예정이라고. 회원들이 내는 회비에 여유가 좀 생기면 300만 원 정도를 아이들을 위해서 장학금으로 쾌척을 한다는 것이다.

두 평 남짓한 한금정씨의 영업장

 
자신도 어렵지만 남을 돕는 일은 즐거워

“저도 아이가 넷입니다. 위로 아들이 셋이고, 밑으로 늦둥이인 딸이 있죠. 아이 넷을 키우기도 힘이 들지만 어린 노숙자 아이를 집에 데리고 와, 10년 정도를 아이들과 함께 키웠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27살이 되었는데, 따로 나가서 살고 있죠. 아직 식을 올려주지 못해 미안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명절 때가 되면 꼭 찾아오곤 합니다.”

아마 자신이 조금 더 생활의 여유가 있었다고 하면, 더 많은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키웠을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회원들이 모아 준 성금을 갖고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20만원씩을 장학금으로 준 것이 벌써 3회째라고 하는 한금정씨.

“사람이 올려다만 보고 살 수는 없잖습니까? 세상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세상을 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베풀면 그만큼 채워진다는 것이죠. 아마 좋은 일을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서인가는 모르지만, 베풀면 베푼 만큼 채워지는 것이 세상 순리인 듯합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봉사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한금정씨. 두 평 남짓한 영업장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남을 위하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인 듯.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며 봉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지만, 손님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두 사람이 앉으면 빠듯한 공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