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박근혜 前 대통령ㆍ청와대

"朴대통령 20년된 카펫, 세탁하자 땟국이…"

 

"朴대통령 20년된 카펫, 세탁하자 땟국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3.03.03 01:30 / 수정 2013.03.03 04:31

대통령 사저 '후문집' 3분 거리의 세탁소 주인 만나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인근의 P세탁소 이학성 사장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가져가기 위해 세탁을 맡긴 카펫을 들어보이고 있다. 조용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박 대통령이 살던 서울 삼성동을 찾았다. 박 대통령이 14년간 살았던 3층짜리 단독주택은 2.5m 높이의 빨간 벽돌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저 근처에는 골목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집 앞 정문은 경찰 두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다른 경찰 3~4명도 사저 주변 골목을 돌아다니며 순찰하고 있었다.

사저는 삼릉초등학교 후문에 접해 있어 동네에서는 ‘후문집’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은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동네 마트의 한 직원은 “박 대통령은 본 적이 없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일주일에 2~3번 정도 와서 두부나 딸기 같은 걸 사갔다. 그날그날 먹을 것 정도만 여기서 사 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근처 공인중개사 업소의 심명숙 실장은 “대통령은 차를 타고 담장 안으로 바로 들어가니까 이 동네에 오래 산 주민들도 박 대통령을 직접 봤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 날 대통령을 환송하려고 모인 동네 사람들에게 부녀회 사람들이 생강을 직접 깎고 절여서 만든 차를 대접했다. 대통령에겐 못 드렸지만 동네 사람들이 응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5년간 동네를 떠나면서 집 뒤에 있는 삼릉초등학교에 ‘희망나무’라는 소나무 한 그루를 기증했다.

33년여 만에 청와대에 복귀하기까지 박 대통령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박 대통령이 사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특유의 의상은 누가 만드는지 국민은 궁금해하지만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중앙SUNDAY는 대통령 사저에서 3분 거리에 있는 P세탁소를 찾았다. 박 대통령이 평소 옷과 이불 등을 자주 맡겼다는 곳이다. 이 세탁소의 이학성(48) 사장에게 박 대통령의 옷에 대해 물었지만 “라벨에 영어로 디자이너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름 대면 알 만한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라면서도 정확한 브랜드는 기억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바지를 주로 입기 시작했고 2012년 당선 후에는 차이니스칼라 재킷으로 활동성을 한층 강조했다. 그전까지는 투피스 형태의 파스텔톤 치마 정장을 즐겨 입었다. 모두 같은 양장점의 맞춤복으로만 알려져 있다.

이 사장은 “어제도 도우미 아주머니가 와서 청와대에 가져갈 거라고 침대 커버와 카펫 세탁을 맡겼다”고 말했다. 세탁소 안쪽으로 들어가니 천장에 걸려 있는 흰색 면 소재의 침대커버가 눈에 들어왔다. 침대면 쪽에는 누빔 처리가 돼 있고 침대 아래로 떨어지는 부분은 주름이 잡혀 있는 것으로 일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옆에는 짙은 녹색 계열에 아라베스크 무늬가 있는 옛날식 카펫이 걸려 있었다. 카펫 네 모서리는 녹색 실 솔기가 다 해져 듬성등성했고 살짝 만져보니 솔기가 빠져나왔다. 이 사장은 “식탁 밑에 깔려 있던 카펫인 것 같은데 얼마나 오래 썼는지 세탁할 때 땟국이 많이 나오더라”며 “카펫 자체는 좋은 것으로 보이나 아랫면에 고무가 박혀 잘 안 움직이게 나오는 요즘 카펫과 달리 이건 20년쯤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보고 ‘공주’라고 하는데 풍기는 건 어떤지 몰라도 집에서 쓰는 거 보면 상당히 소박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박 대통령의 옷을 자주 세탁했나.
“당대표 시절부터 다섯 번 정도 옷 다리는 일을 맡았다. 세탁은 다른 데서 하고 급하게 일정이 있어서 나갈 때 비서나 도우미 아주머니가 옷을 가져와서 다려 달라고 한다. 옷은 10년 가까이 입은 것들인데 1990년대 초반 스타일이다. 소재는 주로 모 종류다. 옷 모양새는 한결같다. 허리 밴드가 있고 바로 밑에 주름이 두 개 있어 편안한 스타일이다. 옷은 모두 양장점 한 군데서 맞추는 것 같다. 라벨에 영어로 디자이너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름 대면 알 만한 유명한 곳은 아니다. 구체적인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로 검은색 등 짙은 색 계열이다.”

-다른 것도 세탁을 맡았나.
“5년 정도 이곳에서 세탁소를 했는데 이불 빨래는 맡아서 해 왔다. 한 계절에 4~5개 정도 이불을 바꿔가면서 쓴다. 까는 건 주로 흰색이고 덮는 건 분홍색에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게 많다. 여름 이불은 모시이불도 있다. 매해 같은 이불을 맡기더라. 가끔 한밤중에 박 대통령이 컨디션이 안 좋거나 하면 이불을 통째로 갈기도 한다. 커튼도 세탁한 적이 있다. 아이보리색이고 실크 소재였는데 아주 고급 소재는 아니었다. 하도 오래 써서 색이 바랬더라. 커튼 떼러 집에 갔을 때 관리하는 분들한테 ‘세탁 좀 자주 하라’고 한마디했다.”

-집 안에 들어간 적도 있나.
“대통령이 없고 비서랑 아주머니만 있을 때 커튼과 이불보를 가지러 갔었다. 1층은 비서와 경비원 등이 쓰는 공간이고 2층에는 거실과 방 두 개, 3층에는 서재와 주방이 있다. (집 안 풍경 중) 우선 기억나는 건 사진이다. 예전에 아버지랑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거실과 침실 벽에 쭉 순서대로 진열해 놨다. 주방에는 7~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길쭉한 식탁이 놓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가구는 짙은 갈색 톤인데 요즘 현대식 가구가 아니라 딱 보기에 오래된 옛날 가구들이었다. 집은 운동기기 같은 것도 없이 깔끔했다.”

-집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소박한 느낌이다.
“대통령 물건들을 보면 물론 ‘서민’까지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귀족적이지 않다. 굉장히 검소하다. 예전에 대통령이 나에게 옷을 맡겼던 걸 알고 찾아온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했다. 내가 박 대통령이 ‘보통사람’ 같다고 했더니 기자가 ‘같은 값이면 서민 같다고 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바꿔서 말했다가 되게 욕을 먹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청와대에 같이 간다고 하는데.
“처음에 청와대 가자고 했을 땐 아주머니가 안 간다고 했다고 들었다. 청와대 가면 보안도 그렇고 제약이 많으니까. 지금은 출퇴근하는데 청와대 들어가면 거기 살아야 하고. 근데 당선인이 꼭 같이 가자고 했다고 한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8년 동안 박 대통령과 함께했다. 아무래도 가족이 없으니까 의지할 사람도 필요하고 그래서 (박 대통령이) 같이 가자고 한 거 아니겠나.”

-대통령을 직접 본 적도 있나.
“직접 본 적은 없다. 대통령은 당선된 뒤에도 별일 없으면 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 점심과 저녁 모두다. 대통령이 들어오면 배달 오토바이 같은 걸 다 치워야 하니까 들어오고 나가는지는 바로 안다. 대통령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못 만났다. 직접 만나면 ‘앞으로 5년간은 국가를 위해 살아야겠지만 나중에는 자기 개인을 위해 시간을 많이 쓰시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

류정화 기자 jh.ins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