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보통변호사’의 시대가 열렸다. 변호사들의 직선제로 처음 치러진 대한변호사회 회장 선거에서 위철환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선거가 시작될 무렵 위 회장의 당선을 점치는 법조 인사들은 드물었다. 그는 대한변호사회 회장의 기본조건으로 치부되던 판검사 출신도 아니고, 서울대를 나오지도 않았다. 지방에 뿌리내린 판사를 향판(鄕判)이라고 한다면 위 회장은 향변(鄕辯)이 틀림없다.
4명이 출마한 1차 선거에서 그가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하자 모두가 선전을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당선은 설마 했다.
상대는 3가지(서울출신, 서울대, 재조경력)를 갖춘 막강한 상대였고, 무엇보다 자존심 강한 변호사들이 향변을 자신들의 대표로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그런데 그가 당선됐다. 언론은 야간대학을 다닌 시골 변호사의 당선을 신데렐라로 묘사했다.
하지만 그를 신데렐라가 아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인물로 풀이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무소불위의 보검을 휘두르던 검찰이 시대적 요청에 따라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법원 역시 구중심처에 숨어 좀처럼 자기색깔을 드러내지 않던 판사들이 SNS나 각종 매개체를 통해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나서면서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법조3륜(法曹三輪)’의 한 축인 변호사회의 변화는 당연해 보인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을 통한 국민 밀착형으로 법조계의 개혁이 진행 중이다. 무시무시한 외국의 대형 로펌들이 변호사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제는 변호사 자격증 하나로 버틸 수 없음을 국민도 알고 변호사들은 더욱 실감한다.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연인 것이다.
위 회장과 예닐곱 번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화려함보다는 성실하고 진실한 인상이었다.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으로서 수원에 고등법원을 유치하겠다는 그의 소신은 전국을 누비는 그의 성실한 발걸음에서 확인됐다.
이제는 그가 선거기간 동안 약속한 공약을 지켜 진실성을 보여주는 일이 남았다. 우려가 없지 않다.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몇 가지 공약은 대한변호사회가 공익성을 상실하고, 단순한 로비단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높이로 낮아지는 것이 살 길임을 시골변호사는 잘 알 것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