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보수·신뢰’ vs 문재인은 ‘교체·개혁’
대선 D-10 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SNS민심
대선 D-10. 승리를 위해 달려가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트위터 이미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SNS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대선 연관 트윗 3010만 건 중 두 후보를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 연관 감성어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파도와 맞서는 박근혜 후보. 그녀의 안보와 외교는 누구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입니다.’(아이디 @himssen1), ‘저두 문재인 후보 무진장 존경·사랑하는데. 문 후보님께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느므 좋아요^^…’ (아이디 @leeking1024) 같은 트윗들이 두 후보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언급들이다.
‘싫다’ ‘지루하다’ 같은 부정적 이미지도 있었다. 하지만 트위터상의 두 후보는 긍정적 이미지가 훨씬 많았다. 박ㆍ문 두 후보는 비슷한 수준의 ‘착한’ 이미지도 갖고 있다. 박 후보는 공약ㆍ여성ㆍ신뢰의 이미지가 두드러졌다. 박 후보가 강조해 온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여성 대통령’이 반영된 셈이다. ‘바라다’ ‘필요하다’와 같은 긍정적 단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지만 ‘싫다’는 단어와의 연관성은 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문 후보는 쇄신ㆍ개혁ㆍ교체 같은 변화의 이미지가 박 후보에 비해 강하다. ‘존경하다’ ‘소중하다’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지만 ‘지루하다’는 것도 문 후보를 상징하는 이미지다. TV 토론에서의 모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토론회가 끝난 후 “어제 토론회처럼 재미없었던 토론회는 처음 본다. 싸워도 지루하게 싸우고…”란 트윗이 올라왔다. ‘미안하다’도 문 후보의 이미지다. 지난달 23일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후 “미안하다”고 말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물 언급 1·2위는 노무현·박정희
두 후보의 이미지는 여론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한국갤럽이 3~7일 실시한 조사에서 ‘변화와 쇄신을 잘 실천할 후보’를 물었더니 박근혜 후보가 38%, 문재인 후보는 45%로 나타났다. ‘가장 신뢰감이 가는 후보’는 박 후보가 45%로 문 후보의 39%를 앞섰다. ‘내 입장을 잘 알아주는 후보’는 38%로 두 후보가 동일했다.
대선에서 관심을 많이 끈 핵심어를 분류했더니 이슈 분야에선 단일화·사퇴·입당까지 상위 10위 내 모든 단어가 안철수 전 후보와 연관됐다. 그만큼 트위터에선 안 전 후보의 영향력이 컸다.
인물(후보 제외) 분야에선 노무현·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이 거론된 1,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김대중·전두환 전 대통령이 따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4위에 오른 건 4일 TV 토론에서 나온 ‘전두환 6억원’의 영향 때문이다. 생식기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황상민 연세대 교수, “종북(從北) 무리가 싫다”는 발언을 남긴 배우 배슬기, 안 전 후보 전격사퇴 후 야권의 권력욕을 비판한 배우 유아인도 관심 인물 10위 안에 들었다.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유시민 진보정의당 전 선대위원장, 소설가 이외수도 5~7위를 차지했다. 네거티브 공세 분야에선 북방한계선(NLL)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정수장학회ㆍ인혁당ㆍ다운계약서ㆍ과거사 등이 차지했다. 공약 분야에선 경제민주화에 이어 비정규직ㆍ반값등록금ㆍ해군기지ㆍ강정마을이 트위터 사용자의 관심을 모았다.
보수ㆍ진보 논객들의 네거티브 트윗은 활발히 리트윗된다. 박 후보 쪽에선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pyein2) 트윗이 대표적이다. 변 대표의 “외교안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금강산관광 재개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문재인과 이정희 모두 김정일 장군의 말씀이면 충분하다고 답할 겁니다”는 821회 리트윗됐다.
문 후보 쪽에선 진중권 동양대 교수(@unheim)의 트윗이 대표적이다. “여성 대통령이라더니,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 여성 결혼 후 퇴사 서약서 받아. 새누리당 그 시절엔 다 그랬다고. 안철수 다운계약서는 그 시절 다 안 그랬나. 그래도 사과하던데”라는 진 교수 트윗은 967회 리트윗됐다.
박·문 두 후보를 둘러싼 이슈 단어는 변화를 겪었다. 안철수 후보 사퇴일(11월 23일) 이전, 박 후보와 관련된 단어는 ‘정수장학회ㆍ박정희ㆍ여성ㆍ과거사ㆍ사과’ 같은 것들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안 후보 사퇴 후인 지난달 23일~7일의 주요 연관어는 ‘TV토론ㆍ약속ㆍ반값등록금ㆍ박근혜 펀드ㆍ전두환’이 차지했다. 특히 반값등록금은 연관어 순위에서 14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후보 사퇴 전 문 후보는 ‘안철수ㆍ단일화ㆍ민주당ㆍ노무현ㆍ정권교체’ 같은 단어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사퇴 후엔 ‘다운계약서ㆍ의자ㆍ저축은행ㆍ취업ㆍ서민 꿈’ 등 단어와의 연관성이 높아졌다.
배우 유아인·배슬기도 관심인물에
박근혜ㆍ문재인 후보의 이미지ㆍ정책은 4일 실시된 TV 토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 TV 토론에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도 떠올랐다. 토론회 이전 이 후보에 대한 관심은 박·문 두 후보와 비할 바 없이 미미했다. 하지만 TV 토론 후 이정희 후보는 부정적 이미지가 늘긴 했지만 트윗 양은 이전에 비해 20배가량 증가했다. 토론회 전 이 후보 관련 트윗은 매일 평균 200여 건이었다. 토론 당일엔 5000여 건으로 박ㆍ문 후보의 60~70% 수준에 달했다. “오늘 토론 요약. 이정희: 나는 잃을 게 없다. 박근혜: 나는 읽을 게 없다”(@smile_ystkyrk)는 트윗은 2151회나 리트윗됐다. TV토론 후 ‘토론’과 관련해 가장 많이 연관된 단어는 ‘이정희’였고 그 뒤를 역시 이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 언급한 ‘마사오 다카키’ ‘남쪽정부’ ‘박정희’ ‘종북’ ‘전두환’이 따랐다
1차 TV 토론은 충격ㆍ막말 같은 부정적 연관어와 인상적ㆍ감탄 등의 긍정 연관어가 동시에 나타났으나 전반적으론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4일 TV토론 관련 트윗 1만2864건 가운데 ‘긍정’ 분류는 4653건, 부정은 7559건, 중립은 584건이었다.
빅2 캠프는 선대위 산하에 모두 SNS담당 본부를 두고 있다. 문재인 후보 캠프 트위터는 6일 현재 팔로어(2만7962)ㆍ팔로잉(2만1037) 수 모두에서 박근혜 후보(팔로어 9563, 팔로잉 9540)를 앞선다. 다음소프트 권미경 이사는 “트위터 소통에서 문 후보 캠프가 박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사퇴 후 문재인 캠프의 트위터는 평소의 2~3배에 달하는 맨션(언급한 글)을 생산했고, 이에 대한 리플라이(대화) 양도 비슷하게 증가했다. 문 캠프와 지지 간의 소통이 상당히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박근혜 캠프는 맨션 수는 적은 데 비해 리트윗 수는 빠르게 증가해 진정성 있는 공감 표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정한울 부소장은 “SNS는 20~30대 중심이고 소수가 독점할 수 있기에 전체 여론을 파악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 전문가인 장우영(정치학)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SNS 여론은 한계가 있지만 영향력이 상당하다. 대선에서 SNS로 승리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승리하기 위해선 SNS가 중요하다”며 “만일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한다면 SNS 여론 형성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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