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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릴 뻔했던 수원천, 20년만에 시민들 추억까지 복원`_[이슈&사람] 엄득호가 만

"잃어버릴 뻔했던 수원천, 20년만에 시민들 추억까지 복원"_[이슈&사람] 엄득호가 만난 염태영 수원시장_(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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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릴 뻔했던 수원천, 20년만에 시민들 추억까지 복원"

[이슈&사람] 엄득호가 만난 염태영 수원시장
데스크승인 2012.05.01 엄득호 | dha@joongboo.com

평일 오후 수원천을 찾았다. 저녁시간 술친구를 만나기 위해 간혹 북수문(화홍문)과 매향다리 근처를 와본 적은 있지만, 대낮 그것도 평일 오후 수원천을 찾은 것은 오랜만이다.

수원에 살면서도 한 20년 만에 바라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성곽을 둘러싼 건물들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보였지만, 수원천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난간에 기대어 화홍문을 그리는 노인도 있었고, 하천 옆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화홍문 성곽 주변으로는 삼삼오오 앉아 도시락을 먹는 나들이객도 찾아볼 수 있었으며, 악취가 풀풀 나던 하천에는 팔뚝만한 잉어들이 한가롭게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도착한 지 5분쯤 지났을까. 인터뷰를 약속한 염태영 수원시장이 하천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노타이에 파란색 재킷 차림으로 화홍문을 향해 걸어왔다. 채 50m도 안 되는 근거리를 지나오는 동안 시민 30여명과 반갑게 악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날씨만큼이나 수원천을 찾은 시민들 표정이 밝네요. 복원됐구나 싶어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시민들 얼굴 보면 반갑고 기쁘죠. 수원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원천과 관련된 어릴 적 일화 한 토막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예요.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미술과 사생대회를 자주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개 화홍문이나 방화수류정에서 열린 것으로 기억나요. 그리고 연무대로 넘어가는 쪽에… 지금은 자리를 옮겨 없어졌어요. 충혼탑 부근 언덕배기 주변에서 자주 열렸어요.

그곳으로 가자면 시내버스를 타고 장안사거리에서 내려 화홍문 앞 수원천을 건너야 했거든요. 그림을 그리고 나면 물이 맑고 깊지 않아 신발 벗고 들어가 놀기 딱 좋은 곳이 수원천 개울이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죠. 그러다가 인솔 선생님의 성화로 어둑해진 귀갓길을 서둘렀던 어릴 적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나겠어요. 지금하고는 많이 달랐죠?

“그렇죠. 한참 오래된 얘기 같지만 그때만 해도 아녀자들이 와서 빨래하고 개구쟁이들이 멱 감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거든요. 개천변에는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요.

여름철만 되면 홍수로 개울물이 넘칠까 가슴 졸이며 바라봤던 시절입니다.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팔달문 상권으로 볼 때 수원천은 단순한 의미의 하천이 아녜요. 수원시민들의 기억이고, 추억이고, 삶의 터전 속에 함께한 시민의 젖줄과 같은 존재였지요.”

화홍문을 배경으로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한참 찍고 있을 때였다.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화홍문을 방문한 파주 와동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마주쳤다. 그는 징검다리 한가운데 서서 다리를 건너는 아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화홍문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표정에서는 수원천을 방문한 꼬마 관광객들에 대한 반가움과 고마움이 묻어났다.

(시장과 아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난간 없는 화홍문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화홍문에 설치된 다리와 산책로 주변을 보면 안전사고가 염려되는데요.

“수원천과 어우러진 화홍문의 빼어난 경관은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죠. 하지만 그 자체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가드레일을 설치하지 못해요. 안전 때문에 문화재를 보수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면 돼요. 안타깝긴 하지만 시민과 관광객들 안전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고 보니 화홍문 주변에는 고층건물이 없는 것 같아요.

“인근 주민들의 희생이 따랐기 때문이죠. 수원시가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수원시가 대상을 차지한 것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화홍문 뒤로 고층 아파트나 빌딩이 보인다고 상상해 봐요. 끔찍하지 않습니까?”

―거슬러 올라가면 시장님께서는 18년 전인 1994년부터 수원천과 인연을 맺으셨는데요.

“30대 중반, 삼성그룹 회사를 그만두고 1994년 시민환경운동단체인 수원환경운동센터를 창립했어요. 그 이듬해부터 수원천 복개공사 반대운동을 벌였죠.

매교교~지동교까지 1단계 복개구간인 780m 공사가 이미 완료된 시점이었어요. 그 공사가 1991년부터 시작됐던 것으로 기억해요. 2단계로 지동교~매향교 간 480m 복개공사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수원천 복개를 막기 위해 수원지역의 모든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수원천되살리기시민운동본부’를 만들고 저는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1996년은 화성 축성 200주년 되는 의미 있는 해였죠. 그때 수원천 복개공사를 중지시키고, 원래의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한 더 없이 좋은 명분과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수원천 복개반대 거리 서명과 방송토론,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시장 고발, 그리고 문화재청 청원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치열한 여론쟁론 끝에 당시 초대 민선시장이던 심재덕 시장께서 공사진척률 30%의 2단계 복개공사를 전면 중지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결정하셨습니다.”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수원천과 청계천 어떻게 다른가요?

질문을 받은 염 시장은 준비해온 노란 장화를 꺼내들었다. 십 수 년간 준비했던 자연하천을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고 판단한 듯했다. 양복바지를 걷고 장화를 신은 염 시장은 하천에 들어가 물속의 모래를 손에 한 줌 쥐고 나서 말을 이었다.

“수원천이 청계천과 다른 점은 주민참여형 자연하천이라는 점입니다. 청계천 복원은 ‘대리석으로 치장된 길게 누운 어항’이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청계천 복원공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발판이 된 큰 성과로 손꼽히기도 하지만, 역사유적 훼손과 수질오염 등이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사업방식에서 시민참여형으로 추진했느냐, 행정주도형으로 접근했느냐의 차이가 있으며, 또한 하천유형으로 수원천은 생태복원을 위한 자연형 하천, 청계천은 조형하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눈으로 봐도 차이가 있잖아요. 저기 보이는 호박돌 같은 자연석과 곡선으로 흐르고 있는 저 물길이 바로 청계천과 다른 것입니다. 이 손에 자연이 묻어나 있는 것이 차이입니다.”
―당초 수립된 수원천 복원계획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던데요.

“민선 5기 출범 이후 수원천 복원문제를 생태환경 관점에서 재검토를 했습니다. 당초 복원하천 설계는 운동시설 등 불필요한 인위적인 시설이 많았어요. 그래서 환경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설계변경을 통해 하천의 정온성 유지 등 최대한 자연하천에 가깝게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물이 흐르는 저수호안에는 딱딱한 돌 재료보다 식물이 잘 자라는 식생매트공법을 적용하여 수생태계가 지속 발전하는 하천이 되도록 조성했습니다. 옹벽 높이 조정으로 하천경관 개선과 녹지공간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했어요.”

―수원천 복원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수원천 복원은 한국 도시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기가 될 겁니다.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서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 공간이자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수원천을 연결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국내외에서 연간 250만 명이 수원화성과 연계된 수원천을 구경하기 위해 수원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원천 복원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환경개선과 사회문화적 편익 측면에서 연간 91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수원천은 국내 최초 도심형 생태하천의 원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환경적 의미도 특별할 텐데요.

“하천이 복원되면서 주변 기온이 약 1~2도 내려가는 도시 열섬 냉각효과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도심 대기환경에도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또 수질개선으로 상류지역의 식물 및 어류 등 식생 유입으로 종 다양성 효과도 나타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원천 복원에 따른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지속적인 하천환경정비를 통해 생태하천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수원천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수원천 복원을 계기로 전통시장이 활발해지려면 상인들의 의식도 변해야 합니다. 정말 시민들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한다는 거죠. 수원천의 완전복원을 계기로 물의 도시, 수원의 국제적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인터뷰 말미에 했던 말이 기억에 오롯이 남아있다.

“눈앞에 보이는 개발이익 때문에 잃어버릴 뻔했던 수원천 아닙니까? 20여년 만에 어렵게 다시 얻은 수원천… 이제 우리가 아끼고 보호해야죠.”

수원천은 이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제 수원천을 가꾸는 것도, 아끼는 것도, 또 보호하는 것도 우리 시민들의 몫이 됐다.

그를 수원천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수원을 찾은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엄득호 사회부장/dha@joongboo.com

사진=강제원기자/jewon@



염태영 수원시장은

1960년 경기도 수원 출생

1979년 수원 수성고 졸업

1984년 서울대 농화학과 졸업

1994년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 녹색환경연구소 이사

1999∼2002년 21세기수원만들기협의회 운영위원장

2000∼2004년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운영위원장 겸 사무처장

2000∼2004년 수원시화장실문화협의회 회장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환경부문 상근자문위원

2005∼2006년 대통령 국정과제담당비서관

2005∼2006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획운영실장 겸임

2006∼2008년 국립공원관리공단 감사

2007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10년 민주당 부대변인

2010년 경기 수원시장(민주당)(현)

2010년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회장(현)

2010년 경기남부권시장협의회 회장(현)

2010년 세계문화유산도시협의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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