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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증인 출석 하루 앞둔 삼성의 '물타기' 언론플레이?

국감 증인 출석 하루 앞둔 삼성의 '물타기' 언론플레이?
삼성 홍보팀 언론에 "피해자와 협의 진행 중" 밝혀놓고, 국감서는 "그런 적 없다"
송병형 기자
 
▲지난 2010년 용인 기흥 삼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시위 모습.   © 수원시민신문

산업재해 인정 문제로 삼성전자 부사장 한 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하루 전인 17일, 일부 일간지와 인테넷매체에는 '삼성-백혈병 피해가족 첫 대화한다'거나 '대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등의 요지를 담은 기사들이 실렸다.
 
삼성 홍보실 관계자와의 대화를 기초로 작성된 이 기사들은 이와 함께 소송(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산재 인정 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 취하를 전제로 산재 문제해결을 위한 삼성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자세히 소개했다.
 
산재 인정 여부를 두고 진행 중인 피해자와 근로복지복지공단간 행정소송에 삼성 측이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하는 것을 중단하고, 피해자 보상과 사과, 그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의 산재 인정 문제는 지난 2007년부터 5년이 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사회이슈가 되어 왔다.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이 난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침내 풀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 측에서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피해자 측 "우리의 요구와 취지를 덮어버리려는 언론플레이"
 
지난 2007년 고 황유미 씨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및 협력업체의 산재 피해자들과 함께 해 온 인권단체 '반올림'은 1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추석 직전인 9월 28일, 삼성이 백혈병 항소심에서 법적 조정을 받아보자며 피해자 소송대리인을 통해 원고 측의 동의를 물어 왔다"고 일부 사실은 인정했지만 다른 내용은 모두 부정했다.
 
반올림은 "원고들은 '삼성과의 대화를 위해 정부와의 소송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점과, '소송은 그대로 진행하되 삼성과 대화할 수는 있다'는 의견을 모았으며, 반올림 활동가들을 통해 이를 10월 14일 소송대리인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2012년 국정감사에서 경제민주화는, 이를 강조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 후보로 인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기업 삼성의 산재 문제는 그 중심에 있다.
 
반올림은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삼성 측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에 대해 "우리들의 주요 요구와 취지를 덮어버리려는 언론플레이"라고 일축했다. 국감으로 인해 조성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 보자는 게 삼성전자 측의 의도라고 이들은 해석했다.
 
반올림은 "자신들과 피해가족들의 핵심요구는 '정부가 산재보상하라'는 것과 '피해자들에게 산재신청 포기를 종용하거나 산재인정을 막기 위해 개입해 온 삼성은 이를 중단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라며 "마치 삼성으로부터의 보상이 핵심인 것처럼 축소, 왜곡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반올림은 "삼성은 공식적인 산재 인정 판결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대화라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삼성은 다양한 비공식적 경로를 동원하여 '대화'를 빌미로 하여, 혹은 대화를 제안하는 이면에서 산재신청 포기를 종용하거나 산재인정을 방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왔다"고 말했다.
 
삼성의 항소심 개입 중단 의사와 관련해서도 반올림은 "만 2년 가까이 산재인정을 막기 위해 소송에 개입해 온 끝에 판결을 목전(11월)에 두고 항소심 개입을 중단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감을 앞두고, 마치 대화하고 소송개입 철회하는 것처럼 물타기한 것 아니냐"
 
반올림의 기자회견 직후, 오전에 이어 속개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최우수 부사장은 보도내용에 대해 "피해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해 왔지만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한 적은 없다"며 반올림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진보정의당 창준위 심상정 의원은 "(기사에서는) 국감을 앞두고 마치 대화를 제의하고 소송 개입을 철회하는 것처럼 물타기를 한 것이 아니냐"며 최 부사장을 질타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의원은 "국감장에 들어오기 전 기자와 통화를 했는데 삼성 홍보팀 관계자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고 밝히며 역시 삼성의 물타기 시도를 추궁했다.
 
삼성전자는 앞선 국감에서 산재 은폐를 통해 2011-2012년 2년간 보험료에서 약 300억 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일반대비 1.7배 높은 78.1%의 산재 불승인율 덕에 업종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산재요율을 적용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초일류기업이라는 위치에 맞게 삼성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불모지에서) 반도체사업을 선도했던만큼 근로복지공단이나 그 누구보다 산재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잘 알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최 부사장은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만 답했을 뿐, 근본적인 입장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최 부사장은 심지어 산재 피해자 및 사망자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반올림이 신고 접수를 통해 파악한 피해자 수는 150여명, 사망자 수는 올해 사망한 6명을 포함, 58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