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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박근혜, 무엇이 문제인가

비상 걸린 박근혜, 무엇이 문제인가

‘신뢰의 정치’ 이미지 흔들리고 공감이 작은 현장 소통도 문제 경향신문 | 김광호·강병한 기자 | 입력 2012.09.21 21:52 | 수정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당내에선 온통 "위기"라는 비명이 들린다. 위기 현상의 진단은 많지만, 근본 원인 분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후보가 바뀌어야 한다"는 평만 들린다. 박 후보의 가장 큰 고민은 무슨 행보를 해도 '진정성' 문제에 부닥친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굉장히 정직한 정치인"(박효종 정치쇄신특별위원)이란 주장대로 한때 '원칙·신뢰'의 정치인이던 그가 왜 진정성을 의심받는 후보가 됐을까.

지난 19일 박 후보는 경남 사천의 수해 현장에 갔다. 큰 고무통 앞에서 빨래를 돕던 박 후보는 흙탕물이 든 수건을 물에서 건져 한두 차례 흔들어 짠 뒤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그나마 일손돕기는 5분 만에 그쳤다. 나머지 시간은 격려와 현장점검으로 때웠다.

최근 박 후보의 대선 행보는 내용이나 스타일에서 문제점이 보인다. 현장 선택도 논쟁적인 곳을 마주하기보단 '안전' 위주로 선택한다. 인혁당 사과 논란 국면에서 "유족이 동의하면 만나겠다"는 식이 대표적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연일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하며 비정규직 입장을 묻지만, 만날 수 있다는 답변만 있다. "쌍용차를 가고 싶어도 그 요구가 현행법을 벗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하느냐"(친박 관계자)고 주저만 한다. 책임 있는 태도일 수 있지만 대신 "공감하는 모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감동을 불러올 '투신(몸을 던짐)'이 없다는 것이다.

어법도 지적된다. 공감의 주요 요소인 '일상성'이 부족하다. 수해 현장을 찾아도 "얼마나 상심이 크세요" 정도의 위무에 머문다. 내부 불통 논란에 당원협의회위원장 워크숍 등 접촉 횟수를 늘리지만, "소통과 미팅을 헷갈려 하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되돌아온다. '나 아프다. 좀 도와주세요'라는 속내를 내보이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주셔야 한다"(21일 당내 경기도 광역·기초의원 워크숍)는 훈시로만 들린다는 것이다.

결국 공주님 현장 '순시' 같은 풍경으로 다가올 수 있는 모습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후보의 일문일답식 단답형 어법은 거리감을 준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문제의 출발점은 아버지다. 실상 과거사 문제도 '국민 대통합'으로 싸안고 가려 했지만, '인혁당 문제는 사과할 거냐'는 물음에 맞닥뜨리자 결국 '아버지' 문제로 돌아간 것처럼 비친 것이 단적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후보의 진정성이나 행보가 대중에게 별로 설득력 없어 보이는 이유는 이미지 구축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진정성은 구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떤 행보도, 어떤 말도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질 뿐, '정치인 박근혜'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치인 박 후보로 보면 과거 '아버지의 마지막 꿈은 복지국가'라고 했던 때보다도 지금 더 뒤로 돌아갔다"(당 관계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그 점에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 모델이 과거 자신이 경험한 퍼스트레이디 리더십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호·강병한 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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