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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양경숙 공천 탈락 뒤 틀어져

박지원·양경숙 공천 탈락 뒤 틀어져

ㆍ40억원 건넨 이씨 등 양씨와 호텔서 만나

민주통합당 공천 헌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1차 과녁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0)다. 공천 청탁을 빌미로 40여억원을 받은 양경숙씨(51·구속)가 박 원내대표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두 사람의 관계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여러 정황으로 확인된다.

먼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통화와 휴대전화 메시지는 최소 수백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도 이런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양씨가 ‘방송에 나오신 것 잘 봤다’ ‘당을 잘 이끌어달라’는 등의 안부문자를 상당히 자주 보냈고, ‘감사하다’는 답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고위정책회의를 열기에 앞서 웃옷을 챙겨 입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박 원내대표는 지난 3월15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양씨의 소개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에 신청한 이양호씨(56) 등 3명을 함께 만나기도 했다. 그 3명은 양씨에게 공천헌금 명목으로 40여억원을 건넨 혐의로 양씨와 함께 구속된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공천의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3월20일 이씨는 박 원내대표에게 “대표님 그동안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저희들을 위하여 애 많이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승리하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박 원내대표는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세 분과의 우정을 간직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와 양씨는 지난해 12월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가 이듬해 1·15 전당대회에 앞서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다. 양씨는 야권단일정당을 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집행위원으로 친노무현(친노)계 당원들에게 영향력이 있었다.

박 원내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양씨를 만나 식사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 측은 “당시 전국적으로 특보 500명을 두고 도와달라고 할 때였다”고 말했다.

양씨의 지인들은 양씨가 친노 계열이긴 했지만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보좌했던 경험도 있어 당내에 구민주계의 지분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박 원내대표를 돕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는 4·11 총선의 공천이 끝난 후 급랭했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30일 “양씨가 한 지역의 총선 후보자에 대해 지지요청을 계속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문자메시지에 답변하지 않았고, 이후 그 후보가 공천에 탈락하면서 둘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밝혔다. 그 후보는 한화갑 전 대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5·18을 전두환의 영웅적 결단이라고 칭송하고 전두환 가카에게 충성 동백훈장까지 받으신 박지원이 사람이냐”(4월21일), “박지원 등이 호남 정신을 팔았다”(4월24일) 등 원색적인 비난글을 올렸다.

4월29일 잠시 태도를 바꿔 “당 대표가 눈앞에 있는데 원내대표를 선택한 박지원, 사실상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셈이 된다. 학교 교장 하던 분이 학교 교문의 수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은 매우 높이 평가되어질 듯하다”고 칭찬했지만, 6월부터 다시 비난을 이어갔다.

검찰은 양씨가 박 원내대표에게 이씨 등의 공천을 청탁했으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고, 금전 거래를 살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와 많은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의심스러운 정황일 뿐, 결국 돈이 건너간 것이 확인돼야 범죄가 된다”며 “돈이 건너간 것은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측은 “1월 당대회에서 4위를 했고, 당내 주류세력에서 밀려나 비례 공천에 영향력이 없었다. 양씨도 그걸 아는 상황에서 돈을 건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또 “(이씨 등 3명의 공천에 대해) 단순히 공천 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뿐”이라면서 “그분들이 돈을 줬다면, (공천에 떨어진 후) 그렇게 내게 우호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겠나. 답문도 의례적으로 위로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News Zine) 출시!] |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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