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같이 국가에도 신용도가 존재한다. 이는 특정 국가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를 평가해 등급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려줘도 떼이지 않고 이자를 잘받을 수 있느냐를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신용등급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 이자나 투자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아니 나아가 해당 국가의 전체적 신뢰도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급이 낮을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투자부적격’의 경우 유럽의 금융위기에 나타나듯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이 어렵고 지급이자가 올라간다.
이러한 국가신용등급을 가장 눈여겨보는 집단은 투자펀드를 비롯한 세계 투자전문기관과 투자대상을 찾는 기업들이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이들에게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항목이다. 이러다보니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은 해당 국가의 기업으로 파급돼 아무리 우량기업이라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국가신용등급에는 경제적 여건외 정치적, 군사적, 사회적 요소까지 포함된다.
국가신용등급은 세계 각국 정부와 금융 및 재정관련 전문기관들이 나름의 기준을 갖고 평가한다. 특히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Poor′s),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세계 3대 신용평가 전문기관으로 위상을 자랑한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국제시장에서의 국가신용도는 요동을 친다.
이중에서도 무디스는 세계 신용평가시장의 40% 이상을 점유, 국제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물론 무디스의 결정에 따라 정부가 몰락하거나 정권이 바뀌기도 한다. 최대주주는 기부천사이자 개념있는 부자로 알려진 워렌 버핏 소유의 ‘버크셔 해서웨이’다.
무디스가 어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A1에서 Aa3로 한단계 올렸는데 이는 중동의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 세계경제의 양대축인 중국, 그리고 일본과 같은 등급이다. 무엇보다 독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과 동급이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일본이 갈등의 와중에서 통화스와프 축소, 한국 국채매입 중단 등 경제적 압박카드를 들고 나와 자존심의 상처를 입은 터라 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Aa3 등급은 투자적격등급 중에서도 ‘신용상태 최우수’를 의미해 향후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유치에 탄력이 붙고 차입 금리 역시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런던올림픽 축구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딴것 같은 통쾌한 뒷맛이 남는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