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값 싼 나라" 안철수 생각이 반원전이라면
<자유경제스쿨>당장 자연에너지가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난센스!
독일 같은 제조업 국가라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능하다니 국토부터 비교를
독일 같은 제조업 국가라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능하다니 국토부터 비교를
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2012.08.06 12:50:58)
![]() |
◇ 9일 부산시원자력대책위원 등이 고리원전 1호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고리1호기 전문가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부산시원자력대책위원 등은 기동시험 현장과 해안방벽을 둘러봤다. ⓒ연합뉴스 |
세계에서 세 번째로 원전이 많은 일본은 그동안 54기에서 전체 전력의 26% 정도를 생산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해일로 인한 사고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능이 다량 유출되면서, 정부 정보를 불신하는 일본인의 원전 기피증은 극에 달했다. 결국 안전점검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워 2012년 5월 5일 토마리 원전 3호기를 마지막으로 원전 54기의 운전을 모두 정지했다. 하지만 뒤이어 6월 1일과 7월 25일에 오니(大飯) 원전 3호기와 4호기를 필두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일본은 앞으로 발전량의 20~25%를 원전에 의존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에서 첫 사고가 났다. 작업자의 실수와 계기판의 인간공학적 설계 오류가 문제였으며, 원전은 못쓰게 되었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 사고는 세계적 <반핵운동>의 계기를 제공했다. 1986년 4월 26일에는 구소련 소속이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4호기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죽고 방사능이 다량 누출되었다. 가동 중인 원전에서, 자유세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엉뚱한 실험을 한 것이 사고 원인이었고, 든든한 격납고가 없었기 때문에 방사능의 다량 누출이 확대되었다.
체르노빌 사고는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폐기 바람이 불었지만, 지구온난화 이슈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온난화 원인 물질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것은 원전이라는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4년 ‘가이아’ 이론의 주창자 Lovelock도 ‘원전이 유일한 녹색 대안’이라 했다. 미국이 그동안 중단했던 원전 건설을 다시 시작한 상황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세 번의 원전 사고의 원인은 모두 원전 자체의 치명적 결함은 아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해일로 인한 정전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발전소에 전기가 없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관해 문외한이던 일본 소프트뱅크 창설자 손정의는, 원전은 위험한 것이며, 자연에너지가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1년 8월 사재 10억 엔을 출자하여, ‘자연에너지재단’이라는 싱크탱크를 설립하고, 국제 심포지엄 <자연에너지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손정의가 말하는 ‘자연에너지’는 이른바 신재생에너지 중 재생에너지에 해당한다. 신재생에너지란, 태양열, 태양광,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매스, 폐기물에너지 등 8개 분야의 재생에너지(자연에너지)와,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등 3개 분야의 신에너지를 말한다. 이명박 정권의 ‘저탄소 녹색성장’도, 녹색 베일을 쓰기는 했지만, 내용은 사실상 에너지절약과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개발로 요약된다.
한국은 2011년 8월 조수 간만의 차가 최대 9 m나 되는 서해안에, 세계 최대 규모인 25만4천 kW(원전 1기의 약 4분의 1)의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준공했다. 다른 지역의 조력발전소 설치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막혀있다. 이른바 4대강 사업에서는, 16개의 수중보에 총 발전용량 5만756 kW의 소수력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원전과 달리,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전기는 품질이 아주 열악하다는 것이 근본 문제다. 햇빛이 없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비이용율(capacity factor)을 보아도, 원자력 90%, 석탄 화력 65~70%, 태양광 20%(양지 바른 스페인), 풍력은 건조지역 25~30%, 바다는 최대 40%이다. 들쭉날쭉한 발전량을 안정화하려면, 기본적으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체계 등 기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국 정부는 물론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이미 스마트 그리드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송배전 분야의 향후 세계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뭉쳤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또 하나의 문제는 아주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전에 비하면, 태양광은 약 180배, 풍력은 약 1300배나 되는 부지가 필요하다. 국토가 협소한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큰 제약조건이 아닐 수 없다. 손정의가 홋카이도 토마코마이(&33515;小牧) 지역에 설치한, 10만 세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20만 kW 출력의 태양광발전단지는, 부지면적이 480 ha(여의도 면적 2.9 km2의 약 60%)나 된다.
손정의가 100년 이상을 내다보고 다국간 광역 스마트 그리드를 구상하는 것은 몽골 고비사막과 같은 지역을 발전단지로 염두에 둔 것이다. 이곳의 풍력과 태양광의 전력 잠재량은 무려 1 TW(1 테라와트 =1조 와트)로 추산한다. 1 TW는 100만 kW 원전 1000기에 해당하는 양으로, 세계 전력수요의 3분의 2에 필적한다. 동시에 동남아 다른 나라의 저렴한 전기를 일본이 수입하는 길도 모색하자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전기료는 세계적으로 비싸며, 한국의 4~5배나 된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가장 문제는 발전단가가 원전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다. 태양광의 경우, 최근 수년 동안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일본은 2012년 7월 1일부터 FIT(feed-in tariff) 즉 ‘고정가격 매입제’를 실시하였으며, kWh 당 42엔(약 600원)에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전기료는 kWh 당 23엔(약 320원) 수준이므로, 판매 가격보다 1.8배나 비싸게 매입하는 셈이 된다. 손정의의 토마코마이 태양광 단지는 전기를 비싸게 팔아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말하자면 ‘땅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다. 하지만 여러 기업이 참여하면, 태양광 발전시설을 확대되지만, 그만큼 전기료 자체가 비싸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한국에서는 FIT를 ‘발전차액지원제도’라 하는데, 이미 2001년부터 도입했지만, 재정 고갈로 인해 2011년 말에 폐지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kWh당 60원 정도에 파는 전기를 600원대에 매입하도록 했었다. FIT를 폐지하는 대신 2012년부터 RPS(renewable energy portfoio standard), 즉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도입했다. 이를테면 발전설비용량 500 MW 이상인 사업자는 2%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므로, 역시 전기료 상승요인이 된다. 각 가정에 보조금을 주면서 태양광 발전설비를 독려하지만, 총체적으로는 국가적 손해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계속 확대되겠지만, FIT, RPS, 그리고 각 가정에 대한 설비보조가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시기상조임을 입증한다. 당장 자연에너지 시설을 확대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기보다는, grid parity 수준에 이를 때까지 미래 지향적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여, 세계적 기술을 선점에 매진하는 편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당장 자연에너지가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안철수는 한국의 FIT 부활을 주장했다.
안철수는, 한국은 독일과 비슷한 제조업 국가이므로, 독일처럼 신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은 국토 상황이나 기후 여건이 독일과 큰 차이가 있다. 독일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3.5배나 되고, 편서풍이 지배적이다. 원전은 17기를 운영 중이며, 주로 화력발전에 의존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총발전량의 17% 수준이지만, 대부분 풍력을 비롯해 수력, 바이오매스와 바이오가스이며, 태양광 발전은 3% 수준이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8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원전 위주의 프랑스 등을 연결하는 스마트 그리드가 먼저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안철수는 2012년 2월 만난 손정의가, 원전은 안전하지도 않고 장기적으로 발전비용도 싸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연에너지재단’은 2020년대 후반이 되어야 grid parity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분간은 FIT와 RPS를 강요해야 하는 상황이다.
![]() |
한국은 GDP당 에너지 효율이 낮아서 OECD 평균의 절반이고,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안철수가 지적했지만, 이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산업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 때문인가? 한국인에게는 에너지 낭비벽이 있나? 원전을 자연에너지로 대체하면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나? 한국의 전기료를 보면, 가정용에 비해 농사용은 3분의 1 수준, 산업용은 3분 2 수준이다. 전기에너지를 낭비하거나 과소비한다면, 그것은 정책적으로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높은 선진국일수록 GDP당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선결 과제는 경제발전이다. 선진국일수록 충실한 사회간접자본(SOC)이 에너지 효율 향상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철도가 아니라, 자동차 도로 위주의 교통수송정책도 에너지 효율 악화의 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 |
한국이 원전과 관련하여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2014년을 기해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명색이 원전 수출국이면서, 원전 연료는 우라늄을 자체 농축할 수도 없고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할 수도 없다.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주권>을 찾아오는 일이 시급한 문제이다.
현재의 원전은 핵분열식이다. 한국을 비롯한 6개국과 유럽원자력위원회는 ITER를 조직하여 핵융합식 원전의 연구를 시작한지 오래며, 2038년까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핵융합로 이름은 K-Star이다. 핵융합식 원전이 실현된다면, 이번에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걱정하게 될 것이다. ‘자연에너지’의 원천은 태양에서의 핵융합반응이다.
요컨대 모든 선택의 문제는 먼저 총체적 관점에서 전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시류에 편승한 정치적 결정은 국가 미래에 큰 부담이 될 수가 있다.
[참고]
自然エネルギ&12540;財團 監修, 孫正義のエネルギ&12540;革命, PHPビジネス新書, 2012.
제정임 엮음, 안철수의 생각, 김영사. 2012.
James Lovelock, Nuclear power is the only green solution, http://www.ecolo.org/media/articles/articles.in.english/love-indep-24-05-04.htm
세계 원전 현황, http://en.wikipedia.org/wiki/Nuclear_power_by_country
Vaclav Smil, A Skeptic Looks at Alternative Energy, http://spectrum.ieee.org/energy/renewables/a-skeptic-looks-at-alternative-energy/1
Softbank plans huge Hokkaido solar plant; With output of 200,000 kW, facility will be nation's largest, http://www.japantimes.co.jp/text/nb20120405a1.html
Risk 평가: T.E. Graedel and B.R. Allenby, Industrial Ecology, 2nd 2d, p.32, Prentice Hall, 2003.
글/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http://www.freemarketschool.org)
ⓒ (주)이비뉴스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
'◐ 대통령·경선·본선 기타 종합 >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전 문재인, 차기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급]김경준"8월중관련의혹폭로"'BBK폭탄'재점화,대선판도흔드나4년9개월째'선처'없자결심 (0) | 2012.08.07 |
---|---|
한국노총 방문한 문재인 (0) | 2012.08.07 |
문재인 정책보고서 ‘사람이 먼저다’ 내용은 (0) | 2012.08.06 |
문재인 대세론 ‘흔들’ (0) | 2012.08.04 |
문재인 공동선대본부장에 노영민 우윤근 이상민 (0) | 2012.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