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재명]박근혜의 ‘웬수’를 보고 싶다
기사입력 2012-05-08 03:00:00 기사수정 2012-05-08 03:00:00
이재명 정치부 기자
오후 1시경 점심을 못 든 김 지사가 기자간담회가 예정된 식당에 들어섰다. “편하게 얘기하자”며 식사를 하려 하자 차 의원이 “준비한 얘기부터 먼저 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김 지사는 다시 “그냥 식사하면서 편하게 얘기하자”고 했지만 차 의원은 “하자는 대로 좀 하세요”라고 핀잔을 줬다.
김 지사가 “당내 선거는 계파와 돈이 중요한데, 나는 둘 다 좀 약하다”고 하자 차 의원이 “조금 약해요?”(엄청 약하다는 뜻)라며 찡긋 웃는다. 한 기자의 질문에 김 지사가 애매모호하게 답변하자 차 의원이 기자인 양 끼어든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쯤 되면 아바타가 아니라 ‘웬수’다.
차 의원은 말한다. “김 지사의 강연엔 ‘한국현대사의 재인식’만 있지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이 없다”고. ‘노동운동가 김문수’의 삶은 파란만장해도 가슴을 울리는 개인적 스토리가 약하다는 얘기다. 김 지사가 수많은 역경을 극복한 것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적 고뇌는 모두 묻힌다. 그러니 듣는 이는 감정이입이 어렵다.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어디 김 지사만 그런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삶도 대하드라마다. 하지만 그에게서도 울림이 큰 인간적 고뇌를 느끼긴 어렵다. 숱한 역경을 극복한 힘의 원천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투철한 애국심 같아 보인다. 박 위원장이 지지층을 20, 30대로 넓히는 게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도 젊은층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간적인 감동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위원장 주변에선 그에 대한 지지가 약한 지역에서 당 대표가 나오면 지지층이 확장될 것이란 논리가 판친다. 당 지도부를 보고 박 위원장에게 표를 준다고? 젊은층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박 위원장에겐 이런 상황을 직언할 ‘웬수’가 없는 것 같다. 차 의원이 김 지사 앞에서 거리낌이 없는 건 서로 간의 무한 신뢰 덕택이다. 두 사람은 1985년 처음 만난 이후 27년째 동고동락해 왔다.
친박 진영은 4·11총선을 거치며 덩치가 몇 배 커졌다. 그들의 당면 목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다. 박 위원장을 존경하고 충실히 따르는 건 폄훼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많은 ‘박근혜 키즈들’이 대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직접 개진할 기회가 과연 얼마나 될까.
지난 몇 주간 박 위원장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총선 공약을 실천하고 민생을 챙기는 게 나의 대선 전략이다.” 그래서 친박 핵심들의 머리는 더 복잡하다. 5·15전당대회나 원내대표선거 등 산적한 당내 현안을 누구도 교통정리 할 엄두를 못 낸다. 오히려 계파 내부 갈등만 불거졌다. 마땅히 박 위원장의 ‘웬수’ 역할을 해야 할 인사들조차 그랬다.
‘인간 박근혜’를 보고 싶다. 그런 자리가 생기면 박 위원장에게 “누구든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하련다. 그때 박 위원장의 옆에서 “거봐요. 제가 뭐랬어요?”라고 한마디 거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더없이 반갑겠다.
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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