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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❶前 수원특례시장(염태영)_활동.비전.어록.영상.보도.논객.자료.

[김종구 칼럼] 작은 얘기, 하나- 수원시청 이○자 상담사님

[김종구 칼럼] 작은 얘기, 하나- 수원시청 이○자 상담사님
김종구 논설실장  |  kimjg@ekgib.com
   
 

‘꺼리’도 안 되는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031-228-2114를 눌렀다. “감사합니다. 수원 해피콜센터입니다.” “화성문화제 전야제가 어디에서 하는지 알고 싶은데요. 담당 부서를 연결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제가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전화기만 들면 급해지는 성격이다. 바로 끊었다. 카카오톡 검색을 통해 ‘용연’이라는 지명을 확인했다. 그리고 몇 잔의 술이 돌았다. 소란스런 분위기에 받지 못한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온다. ‘1899-3300’. 수원시청 콜센터다. ‘전화가 왔었다’고 하자 ‘우리 쪽에서 전화한 모양인데 저는 아닙니다’라고 한다.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5분여가 또 흘렀다. ‘1899-3300’이 다시 찍혔다. 전화를 받자 조금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화성문화제 전야제 장소를 문의하신 분 맞으시죠?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려 죄송합니다. 장소는 용연입니다. 방화수류정 근처인데 가시는 길은 아십니까.” 왠지 ‘몰랐다. 감사하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말미에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수원시청 이○자 상담사였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끝까지 전화 걸어 안내 마무리

첫 번째 전화가 오후 4시 28분이고 마지막 전화가 오후 4시 42분이다. 이○자씨는 담당 직원도 아닌 상담사(교환원)다. 그런데도 14분 동안 두 번의 전화를 했고 끝내 ‘얼굴도 모르는 시민’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지켜보던 일행이 얘기했다. “지금 그거 교환원이냐. 교환원이 그렇게까지 해주느냐. 대단하다.” 이○자 상담사 덕에 그날 그 자리에서 수원시는 ‘친절한 수원씨’가 됐다.

너나없이 야단법석이다. 친절도에 목매고, 청렴도에 목숨 건다. 민선(民選) 이후 더 극성이다. 해마다 매겨지는 점수에 시장들이 울고 웃는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친절도는 마음이고 청렴도는 생활 자세다. 이걸 숫자로 점수 내고 등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청렴도는 그렇다 치자. 감옥 간 공무원 머릿수 세고, 감사 적발된 공무원 벌점 계산하면 대충 계산이 선다. 그러나 친절도는 아니다. 친절(親切)을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게 돼 있다.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정겨운 정도와 고분고분한 정도를 점수로 측정한다는 얘긴데….

그런데도 여기서 점수를 따겠다는 시장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안산시는 지난 7월 전화 친절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 민원상담 콜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가 시행되면 전문 상담원이 친절해질 거라고 자랑한다. 의정부시는 이름도 생소한 ‘마스터코칭 시스템’이란 걸 도입했다. 통화내용을 전부 저장하는 기능이다. 녹음을 들으며 음성과 어감, 언어까지 교정한다고 한다. 5급 이하 직원 2천200명을 대상으로 반년 간의 평가를 시작한 수원시도 있다. 모든 게 돈 들어가고, 품 들어가는 일이다.

들여다보면 그게 그거다. 전화 응대 매뉴얼이란 게 뻔하다. “네 감사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이런 문구가 적힌 종잇조각이 책상 유리 속에 끼워져 있다. 이걸 달달 외워서 앵무새처럼 얘기하는 공무원이 상(償)을 받는다. 이 역시 난센스다. 녹음기 틀듯 반복되는 그 매뉴얼에서 무슨 감동이 나오겠나. 오죽하면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전화 상담원)-언제 봤다고? (전유성)’(이외수著 ‘절대강자’중에서). 지금 돈 들이고 품 팔아가며 시키는 시군의 전화교육이란 게 다 이런 거다.

매뉴얼 아닌 가슴이 하는 친절

방향이 틀렸다. 진정한 친절은 민원인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거다. 시민이 전화했을 땐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만족시켜 줄 때 친절은 완료되는 거다. 부서(科)를 물으면 담당(人)까지 연결해주고, 절차(節次)를 물으면 서류(書類)까지 보내주고, 시(時)를 물으면 분(分)까지 일러주는 게 친절이다. 민원인이 끊었지만 다시 연결하고, 그 연결이 실패하자 다시 전화하는 것. 그렇게 해서 ‘용연에서 8시에 시작됩니다’라고 안내해주고서야 비로소 끝내는 것. 이게 친절이다.

매뉴얼로 전달하는 친절은 점수를 주지만, 가슴으로 전달하는 친절은 감동을 준다. 이○자 상담사님이 그날 가르쳐준 교훈이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작은 얘기, 하나- 수원시청 이0자 상담사님]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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