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80여일 앞두고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과 전망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전망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빅3로 분류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와 ‘국민통합’을 부르짖는 등 각 후보별 차별성을 발견하기 힘든 선거이기도 하다.

야권 혹은 진보진영의 정치평론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로는 경제민주화는 물론 국민대통합도 불가능하다고 말하곤 한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기반은 경제민주화에 적응할 수 없는 계층이며, 국민대통합을 하기엔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이 너무 일반대중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보수진영의 정치평론가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과 박근혜 후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까? 전원책 변호사(자유경제원 원장)을 만났다. 야권 단일화와 대선 전망을 어떻게 바라볼까? 질문을 시작하자마자 최근 자유경제원이 창간한 <2032> 권두언에 쓴 전 변호사의 글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다”라고 썼다.

‘정말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냐’는 물음에 그는 “진짜진보, 진짜보수에 대한 얘기가 아닌 주사파로 대변되는 가짜진보와 극우의 가짜진보에 대한 글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 대해 “미디어오늘이 왼쪽에 있는 건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진보·보수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29일 오후 여의도 자유경제원에서 진행됐다.

   
▲ 전원책 자유경제원장
©CBS노컷뉴스

“평론가들이 사라졌다.”

- 보수진영 정치평론가들을 섭외하기가 만만치 않다.
“일단 나는 보수입장에서 이번 대선을 전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선 정국은 정치평론가들에겐 소위 5년 마다 서는 장과 같다. 그런데 요즘 비평가들의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다. 종편이 생기기도 했지만,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밝힌 평론가들을 각 캠프에서 모셔갔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다들 진영논리에 빠져서 특정캠프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캠프 대변인 자격으로 나와야지, 제3자 입장에 있는 것처럼 하면서 특정 캠프 후보를 지원하고, 대변하고, 옹호하고 그런 평론은 대단히 곤란하다.”

“그렇게 평론가 공급이 줄어서일까? 요사이 방송·신문 할 것 없이 평소에 모르던 분들이 언론에 나와 평론하는 일이 정말 많아졌다. 그분들을 무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지만 결국 지금의 평론가들은 딱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 또 하나는 자신의 정치비평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사람.”

-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정의와 평등의 가치로 꼽는다. 그런데 <2032> 창간호에 아직 ‘이념적 대립’이 있다고 언급했다.
“내가 그 글을 통해 나무란 것은 두 종류다. 가짜진보, 가짜보수. 진짜진보, 진짜보수는 나무란 적 없다. ‘진보’란 우산 속에서 ‘민주’라는 미명 하에 대중을 현혹하는, 진보가 뭔지도 모르는 이런 자들을 비판한 것이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진보에 아부하면서 개인영달과 출세를 위하는 기회주의자들, 지식상인들을 나무랐다.”

“내가 주장하는 ‘2032’는 보수든 진보든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20세~32세의 세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20년 뒤 대한민국의 상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아래 평화통일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1인당 국민소득 6만불로 G5국가 달성이다. G5가 되면 발언권도 세지고, 한반도를 함부로 건들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70% 중산층 사회’다.”

“국민대통합, 무슨 수로 할 것인가?”

“우리시대에 중산층이 완전히 무너졌다. 누운 럭비공처럼 중산층이 아주 두터운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다. 지금 대선을 보면 후보 세명이 모두 통합을 부르짖는다. 그런데 그 통합은 무슨 수로 할 것이냐? 그 전제조건은 중산층이 압도적 다수가 되는 것이다. 그럼 통합이 된다. 가장 부드러운 사회통합을 위해 중산층을 70%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하위 15%는 보살피고 상위 15%는 세금도 더 내고 기부도 많이 하면 얼마나 사회가 잘 돌아가겠나”

“현 대선정국과 IMF를 지나는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정책 하나 심사숙고해서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이 없으니까. 훌륭한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지식과 지혜다. 제대로 된 정책을 내고 다음세대의 삶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들의 삶이 붕괴되면서 나온 것이 경제민주화아닌가? 경제민주화 담론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거대담론은 참 잘 말한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 비정규직 없애겠다, 복지 강화하겠다, 성장하겠다, 여러분들 행복하게 해주겠다, 나라 튼튼히 하겠다. 이런 좋은 말은 다 한다. 박근혜 후보도 그렇고 ‘안철수의 생각’에도 이 좋은 말은 다 담겨있다. 그리고 선거 할 때 마다 시장판 가서 손잡고 양로원·고아원 찾아가고, 군대도 가보고.”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세부적인 각론을 물어보라 어려울 것이다. 지금 가장 답답한 것이 경제민주화 문제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 독거노인 문제 심각하다. 10만명 정도가 자식과 절연해 혼자 산다. 그중 상당수는 자식새끼 때문에 국가로부터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폐지 주워 한 달에 10만원 벌어야 연탄도 못때고 병원도 못간다. 그렇게 고독사 하고 일주일만에 시체가 발견된다.”

"어떻게 살아왔건 지금 독거노인들은 착한 짓을 할 수도, 나쁜 짓을 할 수도 없다. 그런 병든 사람들을 국가가 내팽개치고 있다. 또 소년소녀 가장들을 봐라, 아버지는 멀쩡한데 그의 눈이 멀었다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또 하나 희귀병 환자들, 2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 80%정도는 건강급여대상이 아니다."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우)
©박근혜 후보 캠프 홈페이지

“보편적 복지로 사각지대 못 없앤다”

“노무현 정권 때 성매매를 없애겠다는 바람이 불었다. 이런 식으로 진보좌파가 이상주의 안에서 항상 잘못된 정책을 내놓는데, 현실을 모르는 일이다. 그들은 그야말로 ‘마지막’이다. 자기는 돈을 벌어야만 하는데 취업을 하면 한 달에 150만원에 불과하다. 유일한 방법은 성매매뿐이었다. 남자들은? 장기를 판다. G20국가에서 아직도.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래놓고 나서 정치인들이 보편적 복지를 말 하는 것은 나쁘다. 보편적 복지로 이런 문제들이 없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똑같이 밥 준다고 사각지대가 없어지나? 그렇지 않다. 보편적 복지는 이미 서구에서 실패했다. 서구는 인구가 적고, 땅은 넓고, 자원은 많다. 이런 나라에서 SOC해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는 다르다. SOC도 복지다. 동남권에 신공항을 만들면 고급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만약 보편적 복지가 서구에서 성공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영국은 무상의료 시스템을 축소하고 있다. 지금 0~5세까지 무상교육을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는 해줘야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를 하니 전업주부도 애를 맡기고 놀러다닌다. 공무원들이 책상에서 하는 생각과 현실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언급하고 있다. 그와 별개로 박 후보가 최근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이럴 수가 있냐’는 반응이다.
“나는 전두환 시절 논문에 5·16을 쿠테타라고 썼다. 박정희의 위대한 공을 떠나, 5·16 자체를 ‘쿠데타가 아니’라느니, ‘유신은 독재가 아니’라느니, ‘박정희가 독재하지 않았다’느니, 이런 식의 접근은 곡학아세다. 그것들은 불변의 진실이다. 물론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사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는 했지만 국가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다.”

“유신은 독재? 불변의 진실이다”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를 넘지 않으면 안 된다. 박근혜 후보가 왜 그 프레임에 갇혀 있어야 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 프레임에 갇혀 ‘자기 아버지는 위대한 분’이고 ‘그 시대는 위대’했고 그렇게만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 불행하다. 자신의 프레임이 있고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새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시대의 비전은 박정희 시대의 비전이 아니라 중산층이 70%가 되는 사회통합국가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지키려면 박정희 시대와는 비전이 틀려야 한다.”

“지금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의 프레임은 고수하면서 보수의 프레임은 깨버렸다. 그래서 김종인 교수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 지금 박근혜는 5년 전 정동영과 같다. 붉은 색 옷을 입고. 참 기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동질성이다. 한번 실패한 슬로건은 성공하지 못한다. 그런 슬로건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 야권은 이것을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그런 사과를 한 것은 잘 한 것이라 본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박정희를 벗어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진솔하게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역사관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인적프레임을 청산해야 한다. 5.16을 혁명이라고, 구국의 결단이라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부하는 참모들을 인적 쇄신해야 한다.”

“역사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오만한 정부는 선량한 생각을 가지더라도 대중에 해악을 끼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오만하면 안 된다. 권력 그 자체가 오만하다기 때문에 권력자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 박정희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가 왜 나왔냐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소한 백성들에게 오만하지 않았다. 막걸리 마시고, 모내기 하고. 바클 다 닳은 누빈 양복을 입고, 이는 평소에 습관이 오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궁정동에서 그렇게 죽었지만, 그 사람은 12년산 ‘시바스리갈’이 최고였던 사람이다. 오만한 독재자는 아니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주변 참모들 때문에 오만해보인다. 참모들이 오만하게 만든다.”

   
▲ 2일 이희호 여사를 예방 중인 안철수 무소속 후보
©안철수 후보 측 제공

- 안철수 원장의 경우, ‘정의’의 이미지로 등장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런데 최근 다운계약서 논란을 보면서 이 나라 기득권의 수준을 보는 듯 했다.
“나는 처음 ‘안철수의 생각’ 책을 읽고 충격에 빠졌다. 이 정도 수준으로 대통령 하려고 했나? 세상에 떠도는 좋은 말 다 옮기고 대통령 하고 싶다? 이건 과대망상이나 과대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분이 대통령이 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시스템이 너무 엉망이라는 얘기다.”

“무소속이고 새로운 사람이 나오면 좋지만, 너무 아마추어리즘이다. 안 후보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 할 것이지만 그 분에게는 여러 가지 함정이 있다. 다운계약서도 그렇다. 다운계약서는 그때 다 그랬던 것이다. 물론 지금 하면 나쁜 거지만, 그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문제는 다운계약서 보다 ‘탈세하는 놈들 다 죽이겠다’는 식의 말이다.”

“책에서도 비슷한 뉘앙스로 엄벌을 언급했는데, 평소에 그런 고민을 했다면 다운계약서를 쓰는 일이 있었겠나? 본인에 대한 확신도 없이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은 정말 문제다. 이번 서울대 교수 부부특채 문제도 검증이 필요하다. 또 하나, 안철수 재단. 안철수 후보가 재산을 기부할 때 1만8000~2만원 선 이었는데 출마 후 15만원까지 올라갔다. 자기 주식을 기부한 건 좋은데 이 주식을 팔아버림으로서 개미들의 등을 쳤다는 문제가 있다.”

“안철수, 검증해야 할 시기에 네거티브 말자니”

- 진보진영에서는 ‘안철수 옆 이헌재’로 많은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이헌재라는 사람을 나는 반대하지만, 안철수 원장이 그를 영입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한쪽으로 정책이 기울지 않는 면이 있을 것이다. 지금 안철수 후보는 아젠다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도 없는 수준이다. 문재인 후보는 청와대에 있었고 박근혜 후보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를 경험했다. 지금은 일단 안 후보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안철수 원장은 네거티브 없이 선거를 치르자고 하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검증하지 말자는 말로 들었다. 다른 후보들은 그래도 현실 정치에서 어느정도 노출되고 평가받아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다르다. 그런데 검증을 하지 말자니, 맞지 않는 말이다.”

- 문재인 후보의 경우, 보수가 보기에 친노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윤여준의 영입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문재인은 딱 노무현의 틀에 갇혀 있다. 노무현의 왕 수석, 비서실장, 변하지 않는 변호인 이런 정도가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다. 아마 그동안은 친노계열의 지지를 받고 ‘나는 꼼수다’ 등 모바일·인터넷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하니 노무현의 프레임을 갖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되는 순간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으면 못 이긴다.”

“그런데 정작 문 후보는 현충원에 가서 김대중 전 대통령만 참배했다고 하더라. 바보다. 기자들이 물으니 가해자들이 사과하면 참배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가해자는 누구냐? 박근혜인가? 박근혜 후보가 그때 퍼스트레이디를 했을지라도 불과 20대에 불과했다. 그를 가해자로 부르기는 어렵다.”

   
▲ 2일 마석모란공원을 참배중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 후보 캠프 홈페이지

“문재인, 친노 프레임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좌파·친노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종북주의와도 결별을 해야 한다. 총선의 패배는 바로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가 최악의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용민 막말도 있었지만,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지만 않았어도 강원도에서 새누리당이 독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재인도 친노의 틀을 벗어나려 할 것이다. 좌파의 틀도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윤여준의 영입도 그렇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버틸 수 있겠나? 좌파의 프레임은 그냥 벗어나기 어렵다. 박근혜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위해 김종인을 영입했다. 그런데 친노의 틀을 벗기 위해 눈에 띄는 인물이 지금 누가 있는가?”

-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한국 사회전반이 역동적으로 변했다. 이명박 정부 5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출범부터 영혼이 없는 정부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자유주의적인 정부이기도 했다. 최소한 담벼락에 쥐 그림을 그려도 큰 문제가 안됐다. (- 큰 문제가 안됐다니, 벌금내고 잡혀갔다.) 물론 그런데, 옛날 같으면. 지금은 인터넷에 온갖 것이 나온다.”

“그리고 MB정권의 CEO적 마인드 아니었다면 금융위기를 쉽게 빠져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MB정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고환율 정책으로 재벌은 큰 이익을 봤지만 낙수효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중산층들의 불만이 쌓였다. 다만 그럼에도 중산층 붕괴는 어쩌면 필연적인 면이 있었다. 이건 차기정부가 안아야 할 문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 캠프에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재주로 늘리나? 경제민주화 한다고 순환출자 금지 시키고, 누가 투자를 하겠나? 돈 가진 사람이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는커녕 꽁꽁 묶여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허들을 만들어 놓는데 어떻게 달리기를 하나? 그래서 김대중 정부도 규제를 다 푼 것이다.”

“말은 참 잘한다. 비정규직 없앤다? 비정규직을 대통령이 없애나?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해서는 해고가 잘 되어야 하는데, 그럼 노조가 가만히 있나? 우리나라의 노조가 OECD에서 가장 강경하다. 그럼 노조에게 이를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사회안전망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해고가 되면 월급의 90~95%는 보장해줘야 한다.”

중산층 붕괴→재벌규제 완화→사회 안정망 확충?

“그것 외에 지금 국가가 명확한 기준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독도문제를 보면, 처음 독도문제가 터졌을 때 경제문제 외에 일본과의 관계를 다 끊던지 더 강경한 정책을 펴던지 일본가 물밑교섭으로 더 이상 망언을 막고 넘어가던지 해야 하는데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무대책 독도방문이었다.”

“물론 그렇게 무대책으로 갔다고 보기에도 이상하다. 지금 독도를 방문할 이유도 없는데, 뭔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독도문제는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한다. 독도문제는 DJ가 신어업협상에서 암초로 만들어 문제가 크게 됐다. 민주당은 이것이 영토문제와 다르다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매국행위다.”

- 어쨌든 지금 대선에서 세 명의 후보가 있음에도, 그 차별성을 잘 못 느끼겠다.
“지금 대선은 차별성이 없다. 첫 번째 박근혜 후보. 경제민주화를 찾고 보편적 복지를 수용하고, 유연한 대북외교를 말하고, 문재인·안철수와 차별성이 없다. 안철수는 정책으로 싸우자는데 정책이 없다.”

“지금 대선은 국민에게 무슨 인기투표 같다. 최악이다. 이제 80일 남았는데 이 시간이면 이미 온갖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어야 했다. 앞으로 토론회가 벌어질 텐데 토론회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국민들이 정책을 판단하는데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 논의의 초점은 야권후보단일화 수준이다. 이런 희안한 선거가 있나”

- 대선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후보단일화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
“우리나라에 민주화가 되고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이긴 적이 딱 2번 있었다. DJP연합(1997년 15대 대선), 노무현-정몽준 연합(2002년 16대 대선). 그리고 3자 대결 구도에서 승리한 선거도 세 번이 있었다. 87년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선거(13대 대선), 92년 김영삼-김대중-정주영 선거(14대 대선) 마지막 이명박-이회창-정동영 선거(17대 대선).”

“봐라, 같은 진영의 후보군이 단일화 한 적이 없다. DJP는 이념과 지역이 다르다. 그런 지역이 단일화하면 이긴다. 노무현-정동영도 이념과 정책이 달랐다. 그런데 단일화 했고 이겼다. 만약 박근혜-안철수, 박근혜-문재인이 단일화 한다면 그냥 이길 것이다. 반면 정작 같은 진영이 단일화 한 경험은 우리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

“같은 진영이 단일화 해본 역사는 없다”

“그런데 여권은 왜 분열해도 이겼을까? 이회창 후보가 출마했지만 이명박 후보는 2위를 크게 앞서 이겼다. 당시 이회창이 출마하면서 이명박은 이회창 아파트까지 찾아갔다. 3자 대결하면 죽는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MB가 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회창이 고전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내가 이런말 하면 정략적인 발언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지지의 100%가 문재인 지지로 이어지겠는가? 절대 아니다. 안철수는 20~30대, 자유주의 우파세력도 포함되어 있다. 두 사람이 단일화한다고 해도 친노가 안철수를 지지하겠는가? 자유주의 우파세력이 문재인을 지지하겠는가?”

“왜냐하면 그렇게 1대1로 붙으면 개혁과 안정의 대결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안정세력이 진 적이 없다. DJP연합은 왜 이겼나? JP와 TJ(박태준)가 안정세력이기 때문이다. 정몽준과 노무현도 이념이 다른 세력이었다. 그런데 문재인과 안철수는 지지기반이 다르더라도 모두 변화·개혁세력이다.”

“선거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나는 세 진영에 다 불만이 있다. 지금 너무 불안하다. 지금 같아서는 빨리 5년이 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5년 안에 차세대를 이끌어갈 사람이 등장해야 하는데, 진짜 불안함을 느낀다. 지금 세상을 경영하는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