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관 (수원·영통) 수원시의회의장이 ‘정체성’과 ‘독립성’을 강하게 주창하고 나섰다. 경기도 시·군 의장협의회 회장으로 당선 되고서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이 때로는 평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초단체 의장으론 듣기 힘든 자치관을 말했다. 게다가 전제로 ‘말보다 발로 열심히…’라는 전치어까지 붙어 더욱 눈에 띄었다. 수원시의장 아홉 번을 넘어서도록 처음 듣는 말 같다. 지방의회는 말 할 것 없이 주민 살림의 의결기구다. 의장은 생각이 높아야 한다. 우리의 삶을 샅샅이 살펴야 할 사실상의 살림꾼과 별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3선(選)의 노하우가 그에게는 쌓였을 법도 했다. 역대 의장들을 지켜보면서 느끼고, 반면 교사로의 경험도 많았을 것이다. 선출직에서 다선(多選) 우대는 공연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그만큼 의정을 통한 경륜은 주민에 믿음을 살 수 있어야 맞다. 그러나 우리 자치에서 흔히 ‘자리’에 눈독 들이고 있으면서도 막상 앉으면 권한부터 생각하는 일이 허다했다. 적어도 노영관 의장은 그럴 것 같지 않은 의장으로 보인다.
자리에 대한 기회란 그러나 쉽지 않다. 기회가 왔을 때 보다 주민을 위해 무엇을 남길 것이냐에 고뇌하는 의장은 사실 그동안 별로 없었다. 수원시의회는 더구나 수부 도시인데다 시범적 구조를 지녔다. 의회 운영서부터 의원 각자의 처신은 어느 의회보다 앞장서야 할 처지에 놓인 곳이 수원이다. 노영관 의장은 이런 책임의식을 아프게 느꼈던 것 같다. 정체성을 주장하고 독립성을 앞세운 것을 보면 그렇다. 의원으로의 정체성은 그를 뽑은 주민에 대한 보답일 수 있다. 그동안 초창기는 이런 자각 없이 ‘배지’나 달고 국회의원 흉내 내기에 바빴던 게 지방의원이었다. 뿐 만 아니다. 지역유지라는 관성(慣性)에 젖어 의원으로의 정체성을 거의 잃어왔다. 그런 탓에 관료들 앞에 자존심을 굽히고 민원에 매달리는 허접한 처신도 부끄럽게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관료집단서 지방의원들을 우습게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방의원들은 말할 것 없이 독립성이 생명이다. 의원 각자가 지니는 주민 삶의 철학과 행정에 대한 채찍의 능력을 각각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공부하는 노력, 그리고 소신을 키워가는, 시대의 의원상(像)을 끊임없이 가꾸어 나가야 옳다.
우리의 지방의회가 이미 성년을 넘겼다. ‘성년의회’라면 의원 각자가 지니는 독립성 주장이 형성돼야 할 연륜이다. 나이만 먹고 하는 일이 아이 같으면서 ‘의정비 타령’이나 하고 있으면 그를 뽑아준 주민(유권자)은 얼마나 실망스럽겠는가. 지방자치는 지방의원들의 자질이 나날이 향상되지 않으면 하나마나다. 행정 진행속도만 더디고 능률도 뒤져 결과적으로 시민에 돌아오는 삶의 손실만 커져 갈 뿐이다. 노 의장의 자신감과 패기가 읽히는 대목이다. 더구나 경기도 31개 기초단체장을 대표하는 자리까지 겸했다.
우리는 그동안 수원시의회의장이나 경기도 시·군 협의회장에 사실 별 관심 없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으니 그렇다. 하지만 이번 젊은 의장 ‘노영관’이 들고 나온 나름의 ‘의정 철학’은 지면을 통해서나마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히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우위를 점한 자리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 다운 ‘정체성’과 ‘독립성’이야 말로 의원 각자가 첫째로 지녀야 말 덕목이랄 수 있다. 새로 뽑힌 노영관 경기도 회장을 다시 한 번 도민 모두가 기대 걸게 하는 이유다. |